마약의 역사...중국· 미국처럼 무너질 한국
마약성 진통제(아편, 헤로인, 펜타닐)의 세계
- 약물 역사의 반복과 변이 아편에서 시작해 헤로인을 거쳐 펜타닐에 이르는 오피오이드의 역사는 단순한 진통제의 발달이 아니라, 더 강력한 중독성과 치명성을 가진 살인 약물로의 진화 과정이기도 했다.
- 시스템이 방조한 중독의 대중화 제약사의 과도한 마케팅과 의료진의 안일한 처방이라는 합법적 시스템이 마약 중독의 입구가 되고, 현재에는 텔레그램 기반의 통제 불능인 불법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
- 미국식 국가 붕괴의 한국 상륙 연간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며 국가 시스템이 마비되어가는 미국의 사례는 이대로 방치하면 곧 한국의 미래이며, 저가 합성 마약이 일상에 침투한 현 상황은 전문가조차 대책을 세우기 힘든 위기가 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 즉 오피오이드는 오피움(아편, 阿片)에서 유래한 약물 및 이와 유사한 약물들을 일컫는다. 아편, 모르핀, 코데인, 헤로인, 펜타닐 등의 약물이 여기 속한다.
약물의 종류는 불법과 합법을 넘나든다. 진통제로 사용하는 용량에서는 향정신성 작용이 없지만 고용량 사용하면 나른한 졸림, 편안함, 기분 좋음 등의 긍정적 느낌을 가져온다. 정맥주사(약물을 정맥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편집자주)는 매우 짜릿한 하이(high)를 가져온다.
만성적 남용자들은 긍정적 느낌을 얻기보다는 불쾌한 금단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오피오이드 약물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관련된 사회적 함의에 대해서도 잠깐 논하려 한다.
거대 제국을 멸망으로 이끈 ‘아편’

아편은 양귀비(Papaver somniferum)의 씨방에서 얻어진 수액을 건조한 것이다.
아편에는 다양한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모르핀이다. 모르핀은 강력한 진통작용을 갖고 기침을 멎게 하고 설사도 멎게 한다. 그래서 양귀비 및 아편은 기원전부터 의약품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고순도의 아편이 흡연 형태로 사용되면서부터 사회적 및 의학적 문제가 되었다. 흡연하는 아편은 향정신성 작용이 크며, 오랫동안 사용하다 중단하면 매우 불쾌한 금단증상을 겪으므로 끊기 어렵다.
18~19세기 영국은 청나라에서 비단, 도자기, 차 등의 사치품을 수입하면서 막대한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식민지 인도에서 생산한 고품질 아편을 청나라에 팔면서 일거에 무역수지를 역전시킨다.
청나라에서 아편의 수요는 1800년대 전반기에 폭발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중독(의존)되어 아편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지경까지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편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필요함이 확실히 드러났다.

청나라는 아편을 금지시키고 영국 상인들이 다량으로 가지고 있던 아편을 몰수하는데, 이것이 1차 아편전쟁(1839년)의 계기가 된다.
‘죽음으로 초대’’를 범람시킨 헤로인
오피오이드는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강력하게 규제하는 약물이지만, 이 계통의 약물은 통증 치료를 위해 필수적인 약물이기도 하다.
제약업계는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꾸준히 개발하여 왔다. 그 중 하나가 헤로인이다. 헤로인은 모르핀으로부터 간단히 합성할 수 있는데 모르핀보다 몇 배 더 강력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약물은 합법의 무대(사진)에서 퇴출되어 불법 약물시장의 핫 아이템으로서 살게 된다.

최근 펜타닐에 그 자리를 내주기까지 수십년간 헤로인은 마약의 대표였다. 약물 문제가 심각한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양귀비 주산지인 동남아 등에서도 핵심적 약물이다. 미국에서 “약물 문제”는 곧 헤로인 문제였다.
모르핀으로부터 합성되므로 양귀비 재배가 있어야 헤로인 생산이 가능하다. 과거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의 주된 자금원이 헤로인과 관계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미군 철수 후 재집권 탈레반은 양귀비 재배를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헤로인은 정맥 주사로 사용한다. “약쟁이”의 표식이 팔뚝의 주사바늘 자국인 것은 이때문이다.
주사된 약물이 뇌를 지날 때의 강력한 느낌을 하이(high)라 하는데,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한번 맛보면 끊을 수 없는 강력한 쾌감이다. 흡연도 비슷하게 강력한 투여법인데, 한 국가의 무역수지를 뒤집을 정도로 폭발적인 아편 수요는 고순도 아편이 흡연으로 소비된 것과 관계된다.
그런데 ‘하이’는 일회성이므로 또 한번 느끼기 위해서는 주사를 한 번 더해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체내에 약물이 쌓이는데, 이는 호흡억제에 의한 죽음으로 이어진다.
헤로인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약물이다. 또한 헤로인은 폐쇄적으로 유통되고 그룹 내 여러 명이 모여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한 사람이 사용한 주사기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서 오염된 혈액을 통해 C형 간염이나 에이즈 전염이 일어난다.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가 된다.
헤로인이 유행하는 사회에서는 약물 사용 단속이 아닌, 감염 예방을 위한 깨끗한 일회용 주사기 공급 정책을 펴기도 한다.
제약사를 완전 파산시킨 옥시콘틴
불법 약물의 강자 헤로인을 뒤이어 합법적 약물들이 남용의 시장에 등장한다. 의약품 규제당국(우리나라의 식약처, 미국의 FDA)의 승인을 얻고 제약사를 통해 시판되고 의사 처방에 의해 투여되는 약품들이다.
이 약물들의 중독성은 잘 알려져 있고 승인 조건도 중독성에 대한 대책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의료진이 경계하는 분위기에서는 널리 사용되기 힘든 약이다.
그러나 제품을 많이 팔고자 하는 기업의 속성상 제약사는 이 약물들을 강력하게 판촉하는데, 와중에 문제가 생긴다. “통증 때문에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은 중독되지 않는다”등 근거가 부족한 제약사 자료에 의해 약물이 마케팅 되면서 처방은 늘어난다.
심지어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많이 쓰는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뉘앙스의 자료도 유통된다. 이 자료에 의하면 미국, 캐나다, 호주 및 서유럽 국가들에서 오피오이드 처방이 많다.
처방이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2010년대 중반에는 인구 100만 명당 4만명 분의 처방이 매일 이루어졌다. 2위인 독일의 두배에 근접하며, 우리나라의 10배 이상이다. 그 결과 오피오이드가 공중 보건에 미치는 위험이 가장 큰 나라도 미국이다.
처방이 늘어나면 비의료적 사용, 즉 전용(轉用, diversion)도 늘어난다. 처방 자체는 적합하더라도,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아 한꺼번에 투약하거나, 원래 사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투여하거나, 약물을 암시장으로 유통시키는 사태가 일어난다.
미국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대표적인 약물이 옥시콘틴이다. 옥시콘틴은 강력하면서도 안전한 진통제라는 광고와 함께 의사들에게 프로모션되면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거나 사용해서는 안되는 두통, 요통 등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무분별하게 처방되었다.
마약을 사용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이 통증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였던 사람들이 오피오이드 중독자가 되었다. 환자가 중독되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 의사들은 처방을 안 해주려 하지만, 이미 중독된 환자들은 더 이상 처방을 못 해준다는 주치의를 떠나서 환자가 원하는대로 처방해 주는 소수의 의사에게 갔다.
이들을 통해 엄청나게 처방된 약물들은 환자가 사용하기도 하지만 불법 시장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이 사태의 흐름이 알려진 뒤 옥시콘틴 중독 피해자들은 제조사에 대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결국 잘 나가던 제약사는 파산했다.

강력한 마취보조제로 시작된 팬타닐
다음으로 ‘남용의 세계’에 등장한 합법 약물은 펜타닐이다. 펜타닐은 시장에서 헤로인을 밀어내고 있다. 효과가 강력한데다 값도 싸기 때문이다. 펜타닐은 원래 마취 보조 주사제로 사용되거나 만성 통증에 대해 피부에 붙이는 패치 제제로 사용되었던 약물이다.
마취 보조제는 마취시 단 한번 사용해서 의식을 잃도록 하므로 사용자는 약물의 효과를 느낄 여지가 없고 중독성도 없다. 더구나 전적으로 병원 안에서만 사용되는 약이므로 전용 가능성도 높지 않다.
패치 용법은 약물이 매우 서서히(72시간) 체내에 공급되기 때문에 하이도 없고 중독성도 없다. 정맥주사나 흡연과 대조되는 사용법이다. 그런데 젊은이들 사이에서 패치 제제를 속효성으로 바꾸는 신박한 사용법들이 개발되면서 패치로도 하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처방의는 중독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면서 패치를 처방했는데 실제로는 헤로인 주사처럼 사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펜타닐 남용의 또 한 갈래는 구강점막 제제와 관계된다. 이 약물은 말기 암 환자들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절망적 통증(돌발통)에 긴급 대처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따라서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것이 중요한데, 구강점막 투여는 정맥주사나 흡연 못지 않은 속효성이다. 속효성은 중독성을 의미한다. 이 약물은 암 환자가 고통 없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약물이 앞으로 여명이 수십 년 남은,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의 만성 통증 환자에 사용되면서 또 한 무리의 중독자들이 생겨났다.
오피오이드의 진통 효과에는 내성이 금방 생기기 때문에, 오래 사용할수록 점점 더 높은 용량이 필요해진다. 내성은 거의 무한정 올라가기 때문에 나중에는 의사가 처방하기 무서울 정도가 된다. 더 이상의 처방을 망설이는 의사에게 ‘왜 처방을 더 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고 진료실에서 드러눕는 환자들이 나타난다. 통증 때문인지 남용하려는 의도인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키우는 펜타닐
우리나라에는 헤로인이 거의 없었지만, 합법적 펜타닐이 전용되면서 오피오이드 중독 환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약물들은 생산과 공급, 처방이 모니터되는 합법의 영역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는 처방의가 약물 중복 처방을 인지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므로 특히 도움이 된다.
더 새로운 추세는 펜타닐이 불법적으로 합성되어 처음부터 암시장을 통해 공급되는 것이다. 펜타닐은 화학 합성품으로 양귀비 재배와 관계없이 만들 수 있다. 청소년들의 용돈으로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청소년층까지로 문제가 번지고 있다. 더구나 경구제제로 팔리므로, 주사의 위험성을 겁내는 젊은이들에게 안전한 약물로 보이는 효과까지 있다.
그러나 펜타닐은 워낙 강력한 약물이므로, 경구투여로도 위험할 수 있다. 불법 유통되는 약물들은 함량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므로, 겉보기 똑같은 양이라도 실제 포함된 유효성분의 농도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순도가 높은 약물(딜러가 “물타기”를 덜 한 약물)을 그동안 사용하던 약물과 비슷한 것이라 어림잡아 사용하면 과량 복용에 의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불법 펜타닐이 나타난 후 오피오이드에 의한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해 최근에는 연 1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소수의 중독자들이 폐쇄된 공급망 속에서 헤로인을 정맥주사로 투여하던 패턴에서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인이 거의 공개적인 공급망에서 구하고, 위험해 보이지 않는 경구 투약으로 사용하는 패턴으로 바뀜으로써 사용자 및 사망자가 폭증하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타닐 원료 공급지라며 중국과 각을 세우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초연결된 지구촌에서 이런 약물의 불법 유입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처방약 펜타닐이 전용되는 것은 식약처가 처방을 제한함으로써 조절할 수 있지만, 텔레그램을 타고 유통되는 불법 펜타닐은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대마초나 사이키델릭들이 약한 약물(소위 soft drug)에 속한다면 오피오이드는 대표적인 hard drug인데, 한번 중독되면 삶이 망가지거나 과용으로 죽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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