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잠 건조, ‘오커스식 예외’ 절대 안돼”
주한 러시아대사, 비공식 기자간담회 요약
- [1분 핵심 요약]
- 현주소 러시아는 이재명 정부의 ‘언어적 절제’는 평가하나, 경제 제재 확대에는 강한 불만을 표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주권적 결단을 증명하라”고 압박.
- 경제적 유혹 북극항로(NSR)를 ‘에베레스트’에 비유하며, 러시아(노련한 셰르파)와 한국(최고 장비를 갖춘 등반가)의 결합 제안. 단순 투자가 아닌 ‘공동 운영자’ 지위를 보장하겠다는 제안.
- 안보적 쐐기 한국의 핵잠수함 프로젝트에 대해 ‘오커스(AUKUS)식 예외’는 절대 불가함을 천명. 고농축 우라늄(HEU)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IAEA를 통한 강력한 국제적 공조 압박 예고.
- [The Insight- 행간의 재구성]
- ① ‘주권’이라는 이름의 가스라이팅 대사는 끊임없이 “한국은 이제 위대한 국가”라며 치켜세웁니다. 그러고는 “그런데 왜 미국의 허락만 기다리느냐”고 묻습니다. 이는 한국의 자존심을 자극해 단극체제가 무너지고 다극화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국제 외교질서의 재편과정에 한국의 동참을 적극 유도.
- ②’오커스’를 언급하며 던진 한미 균열의 쐐기: 러시아 대사는 핵잠수함 이슈에서 ‘오커스(AUKUS)’와 ‘고농축 우라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짐. 대사는 “미국이 호주한테는 고농축 주면서 한국한테는 안 줄 것”이라며 미국의 차별적 대우를 부각함.
- ③한국에 대한 ‘실리적 조급함’ 자극 : “마리우폴은 100% 재건됐다”는 주장은 한국 건설사들에게 보내는 강렬한 호객 행위. “우리는 서방 도움 없이도 이미 도시를 새로 짓고 있다, 자리가 차기 전에 빨리 줄을 서라”는 메시지. 특히 중국, 인도 등 경쟁국들을 언급하며 한국을 자극함.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와 국내외 언론간 간담회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북극항로와 핵추진 잠수함의 국제사회 허용 문제 등 한국과 러시아간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어,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다음은 간담회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한-러 경제 관계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질문: “우크라이나 분쟁이 종식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과거 연간 300억 달러 규모의 교역액을 기록했던 한-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실질적으로 복원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현재의 경색 국면을 타개하고 과거의 활발한 경제 협력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하시는지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지노비예프 대사 : “러시아 연방은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상시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으며, 한국과의 협력 관계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교와 경제 협력이라는 것은 본래 ‘양방향 통행’이 전제되어야 하는 법입니다.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관계의 진전을 담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과거 양국이 쌓아온 긍정적인 자산들이 현재 상당 부분 소진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한국은 한때 러시아의 7~8위권 교역 파트너로서 무역 규모가 300억 달러에 달했으나, 현재는 그 수치가 1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급격히 위축되었습니다.
우리가 직시해야 할 객관적 사실은, 현대자동차와 삼성, LG 등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을 이탈한 배경이 결코 그들의 자발적 의사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동맹국인 미측의 권고와 압박에 따라 도입한 단독 제재 및 수출 통제 조치의 직접적인 결과입니다. 현재 1,400개 품목에 달하는 광범위한 수출 통제가 지속되는 한, 한국 기업들의 실질적인 복귀를 낙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화장품, 식품, 의류 등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분야의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러시아 시장 내에서 견고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는 분쟁 중이라 하더라도 경제적 협력의 회복이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함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관계 회복의 관건은 러시아의 의지가 아닌, 한국 정부의 주권적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이 미측의 제재 체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한, 과거와 같은 대규모 경제 협력의 복원은 물리적·현실적 불능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지정학적 특수성과 동맹 관계에서 기인하는 전방위적 압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국제 금융 시스템과 수출 통제라는 미측의 영향력 아래에서 이를 단독으로 타개하는 것이 얼마나 난해한 과제인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이 사안에 대해 어떠한 ‘정무적 환상’도 견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이 처한 현실적 제약 조건들을 인정하기에 무작정 한국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구조적 장애물이 제거되지 않는 한 대규모 경제 협력으로의 복귀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현실’임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의 영속성과 그 자의성에 대해 역사적 사례를 들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974년 도입된 ‘잭슨-베니크 수정안’은 소련 내 유태인 이민 제한을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이후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가 이주를 완전 자유화하여 제재의 명분이 소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를 20년이나 더 유지했습니다.
결국 2012년 해당 법안이 폐지되었으나, 미국은 그 당일 즉시 ‘마그니츠키 법(Magnitsky Act)’이라는 새로운 제재를 도입했습니다. 명분은 바뀌었으나 실질적인 압박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이 사례를 언급하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미국은 하나의 명분이 사라지면 반드시 또 다른 구실을 만들어내기 마련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종결된다 하더라도 현행 제재가 즉시 철회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미국은 필시 또 다른 사유를 들어 한-러 경제 협력을 저지하려 들 것입니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미측의 권고를 수용하여 도입한 ‘단독 제재’ 리스트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재 기조가 유지되는 한, 대기업들의 재진출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질문하신 관계 회복의 결정권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가 쥐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이 동맹국들의 소위 ‘권고’를 거스르기 어려운 처지임을 이해합니다. 이는 한국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상황을 타개할 역량의 한계라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이 진정으로 자국의 국익을 우선시한다면, 미국이 제재를 해제해주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주권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임을 제언하고자 합니다.”
한국 정부가 어떤 실질적 조치를 하길 바라나
질문: “대사님, 아까부터 ‘한국의 결단’을 계속 강조하시는데, 사실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러시아랑 관계를 좀 풀어보려고 물밑에서 이런저런 대화도 꽤 오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잖아요. 러시아 입장에서는 도대체 한국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겁니까? 어떤 행동을 보여야 진짜 신호라고 보시는 건지 딱 부러지게 말씀해 주시죠.”
지노비예프 대사 : “우선, 미국의 정권 교체와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이 한-러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러시아 연방은 한국 측에 결코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한국 정부에 기대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적대적인 수사(Rhetoric)’의 중단입니다. 한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러시아를 향해 쏟아내는 비우호적인 발언들은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국제적 위상이 제고된 국가라면 그에 걸맞은 품격 있는 외교적 언어를 구사해야 마땅합니다.
둘째, 추가적인 제재 가담의 중단입니다. 우리는 한국이 이미 도입한 제재를 당장 철회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한국에 얼마나 난해한 과제인지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제재 리스트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행위는 멈춰야 합니다. 이는 관계 회복의 의지가 결여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실용적 유연성’의 발휘입니다. 타국의 눈치를 보느라 모든 협력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 제재의 틀 안에서도 충분히 이행 가능한 인도적·문화적 교류, 혹은 비제재 대상 경제 분야에서 한국이 먼저 적극적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달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이 타국의 허락을 얻어 우리에게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 스스로가 자국의 국익을 위해 우리와 대화할 준비가 되었음을 주권적 행동으로 증명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우리는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의 당국자들은 러시아를 향해 직접적이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마치 러시아를 ‘징벌해야 한다’는 식의 정책적 발언을 내놓았고, 국제 무대에서도 그런 입장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현 시점의 한국 정부는 과거처럼 공격적이거나 자극적인 발언을 내놓지는 않는 편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수사의 변화, 즉 ‘언어의 절제’를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로 유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언사’는 부드러워졌을지 몰라도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말로는 비판을 자제하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새로운 수출 통제 품목을 계속 늘리고 있으며 제재의 강도는 오히려 높여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이 단순히 ‘기분 나쁜 말’을 안 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수사가 유연해진 만큼, 실제 정책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실용성을 보여줘야 진정한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지난 정부가 보여준 노골적인 적대감보다는 진전된 모습이나, 여전히 우리는 한국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노비예프 대사가 물이 차 있는 컵을 보여주며) 우리는 현재의 한-러 관계를 보며 흔히 말하는 ‘컵에 물이 반이 차 있다’고 볼 수도 있고, ‘반이 비어 있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반이 비어 있다’는 측면에만 주목한다면, 지난 몇 년간 상실한 것들, 소진된 긍정적 자산들, 그리고 한국이 도입한 제재들만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관계 회복은 요원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편집자주- 대사는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기 전, 서두에서 러-우전에서 러시아를 도운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연방은 ‘물이 반이 차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주시하려 노력합니다. 여전히 러시아 시장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한국 기업들, 우리 국민들 사이에 흐르는 깊은 문화적 유대감, 그리고 언젠가는 이 갈등이 종식될 것이라는 실용적인 기대가 그 나머지 반을 채우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비어 있는 나머지 반을 누가,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러시아는 그 물을 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물을 부으려 해도 한국 측이 컵을 뒤집어 놓고 있다면 물은 담길 수 없습니다.
결국 이 비유가 뜻하는 바는, 현재 남아있는 ‘반의 가능성’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토대로 나머지를 채우기 위한 ‘실제적인 행동’을 한국이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 즉 컵에 남아있는 물은 바로 양국 국민 간의 활발한 인적 교류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엄중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한국 사이의 인적 교류는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수십만 명의 러시아인이 한국을 방문했고, 많은 한국인이 여전히 러시아를 찾고 있습니다. 무비자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양국 관계의 희망적인 증거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국민들이 러시아에 대해 가지는 호감이나 러시아 국민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품고 있는 열정은 정치적 상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러시아인들은 여전히 한국 음식을 즐기고 한국 드라마를 탐독합니다. 한국인들 역시 러시아의 클래식 음악과 문학, 그리고 러시아라는 국가 자체에 대해 깊은 존중과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간 차원의 견고한 토대는 정치인들이 망치려 해도 결코 쉽게 망가뜨릴 수 없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정부 간의 관계는 냉각되었을지 모르나, 국민 사이의 유대는 여전히 따뜻합니다. 러시아는 이 교류의 끈을 보존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으며, 이것이 향후 정치적·경제적 관계가 회복될 때 가장 강력한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데 따라 러시아의 대한국 외교정책은
질문: “지금 한러 관계가 많이 소원해지긴 했습니다만, 그사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4~5년 전과는 몰라보게 높아졌습니다. 특히 반도체나 K-방산은 물론이고, 우주항공, 에너지 분야 등등 이제는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할 정도로 체급이 커졌지 않습니까? 달라진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체급에 맞춰서 러시아의 대한국 정책에도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과거의 관계로 돌아가는 수준이 아니라,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러시아만의 새로운 접근 방식이나 전략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지노비예프 대사: “아주 중요한 지점을 짚어주셨습니다. 한국의 위상이 격상되었다는 사실을 우리 러시아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높이 평가합니다. (편집자주- 외교강국이라 자부하는 러시아의 외교관이 이를 인정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제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기자님께서 언급하신 K-방산의 성공, 그리고 한국 우주항공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 등, 이 모든 성취가 과연 어떠한 토대 위에서 시작되었는지 숙고해 보셨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의 국방 기술이 현재와 같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고 나로호와 같은 로켓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릴 수 있었던 바탕에는 러시아 연방의 결정적인 기여와 기술 전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당시 서방 국가들이 한국에 공유하기를 극도로 꺼렸던 핵심 전략 기술들을 파트너십의 이름으로 기꺼이 제공했습니다. 현재 한국이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첨단 자산들의 기술적 뿌리에는 러시아와의 깊은 협력의 역사가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위상이 높아진 한국은 지금 그 기술과 체급을 가지고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전수한 기술의 토양 위에서 성장한 한국이, 이제는 그 힘을 바탕으로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서방의 대열 선두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우리가 한국 측에 ‘감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는 그런 식의 외교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가 간의 관계에는 최소한의 ‘도의적 존중’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과거의 협력을 망각한 채, 위상이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러시아에 대해 ‘징벌’을 논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러시아의 정책 변화를 물으셨지요? 우리의 기조는 명확합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우리는 한국을 국제 무대에서 더욱 ‘무거운 비중을 가진 행위자‘로 대우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한국 역시 자신들이 받은 도움과 과거 협력의 역사를 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의 위상이 진정으로 빛을 발하려면, 높아진 체급에 걸맞게 타국의 전략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성장을 도왔던 파트너를 존중하는 독립적인 주권 외교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변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께서도 최근 여러 차례 한국에 대해 직접 언급하셨다는 점입니다.
푸틴 대통령께서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아주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으셨습니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관계를 회복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엄중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공은 이미 한국 측에 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하고 계십니다. 한국이 자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러시아라는 전략적 파트너를 적대시하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하게 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러시아 최고 지도부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한국이라는 소중한 파트너를 상실하고 싶지 않으며, 과거의 협력 관계를 가치 있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관계 회복의 속도와 시기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가 얼마나 주권적인 결단을 내리고, 언제쯤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인 정책을 중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준비가 되었다’는 언급은, 이제 대한민국이 응답할 차례라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전후 복구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 가능한가
질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을 향하고 있는데,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얼마나 열려 있을까요.
지노비예프 대사 : “분쟁 종료 후 전개될 복구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저는 역으로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과연 한국은 현재 어느 진영의 복구를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만약 서방 국가들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측의 복구 사업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건 한국이 알아서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연방의 새로운 영토(도네츠크, 루한스크 등)와 러시아 본토의 광범위한 재건 사업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한국에 직접 거주하며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를 둘러볼 때마다 깊은 경외감을 느낍니다. 특히 한국 건설 기업들이 보유한 놀라운 역량은 실로 경이롭습니다.
대한민국의 스카이라인이 변화하는 속도, 그리고 건축물의 견고함과 세련된 미학을 목격하며 저는 한국의 건설 기술이 왜 세계 정점에 서 있는지 몸소 실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과 정밀함은 건설 분야에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러시아 내에도 이미 한국 건설사들이 완공한 뛰어난 건축물들이 존재하며, 우리 국민들은 그 품질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러시아의 광활한 영토를 현대화하고 새로운 도시들을 재건하는 대업에 있어 한국 기업만큼 완벽한 파트너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단순한 건축 기술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건설사들이 증명해 온 그 압도적인 ‘속도와 신뢰’를 원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매일 목격하는 이 탁월한 기술력들이 현재 정치적 장벽에 가로막혀 러시아로 향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저 개인적으로도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인위적인 장벽만 제거된다면, 러시아는 한국 건설사들에게 자신들의 역량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거대한 기회의 캔버스가 될 것입니다.
러시아는 분쟁 종식 후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 및 복구 시장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 기업의 시공 능력과 인프라 기술을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전제 조건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러시아 재건 사업의 ‘입장권’은 결코 무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러시아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확고한 신의의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적대적 대열의 선두에 서 있는 국가의 기업들이,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갑자기 줄을 서서 이권을 챙기려 드는 상황을 러시아 국민들이 용납하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중국, 인도, 그리고 일부 아랍 국가 등 우리에게 우호적인 파트너들과 구체적인 복구 사업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기회는 당연히 현재 러시아와의 관계를 신의 있게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전후 복구라는 이 역사적인 기회를 포착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야 합니다. ‘제재’라는 외부적 제약 뒤에 숨어있을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다시 한국 기업을 기꺼이 환대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명확한 외교적 명분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분쟁 종식 후 한국 기업들이 다시 문을 두드릴 때 그 자리는 이미 다른 파트너들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서방 언론의 편향된 보도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의 진실을 직시하십시오. 마리우폴(Mariupol)의 사례를 보십시오. 우리는 그곳을 이미 100% 재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투의 상흔으로 가득했던 마리우폴은 현재 현대적인 주거 단지가 들어서고 학교와 병원이 정상 가동되는 활기찬 도시로 완벽히 변모했습니다. 러시아는 단순히 지역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도시 기반을 닦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한국 기업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의 핵심입니다. 러시아는 이미 폐허 위에서도 불과 1년 만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압도적인 실행력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마리우폴은 향후 전개될 거대한 재건 프로젝트의 ‘쇼케이스’에 불과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마리우폴의 변화를 직접 목격한다면 그 속도와 품질에 경탄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이처럼 확실한 실천 의지와 역량을 보유한 러시아와 손을 잡는 것이, 말로만 복구를 외치는 서방과 협력하는 것보다 훨씬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이 되지 않겠습니까?”
김포-블라디보스토크 운항 재개에 대한 비공식 협의
질문: 인천~모스크바의 직항 재개 보다는 현실적으로 김포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항공노선에 대한 비공식 협의가 있다는 소식이 있는데, 이에 대해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노비예프 대사 : “기자님께서 대단히 흥미로우면서도 외교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정보에 접근하고 계시는군요. 블라디보스토크와 김포를 잇는 항공 노선과 관련하여 수면 아래에서 대화가 오갔느냐는 질문에 대해, 제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러시아 연방은 단 한 번도 대한민국과의 하늘길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 시도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라도 블라디보스토크는 물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직항 노선이 전면 재개되기를 그 누구보다 갈망하고 있습니다.
질문하신 ‘비공식 접촉’이나 ‘실무 협상’의 실재 여부를 제가 이 자리에서 일일이 확인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주지하시다시피 외교의 영역에는 분명히 ‘수면 아래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명확히 확언할 수 있는 사실은, 러시아 측의 실무진과 항공 당국은 한국과의 항공노선 운항재개를 위해 언제라도 서명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기술적인 협상의 성패가 아닙니다. 바로 정치적 결단의 결여입니다. 한국의 항공사들이 러시아 영공 비행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으며, 한국의 기업인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 2시간 만에 도달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우리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서방의 소위 ‘비행 금지’ 및 ‘항공 제재’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수면 아래의 노력’들이 가시적인 빛을 보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이 노선의 운항 재개가 양국 인적 교류의 흐름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만약 우리가 수면 아래에서 대화를 지속해 왔다면, 이는 러시아가 그만큼 대한민국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이제 그 대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공식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주권적 용기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한-러 관계의 회복이 반드시 모스크바와 서울 사이의 거창한 정치적 담론에서만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이며 바람직한 출발점은 러시아의 극동(원동) 지역과 대한민국을 하나로 잇는 ‘경제·인프라 벨트’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지정학적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극동 지역은 한국과 가장 인접한 이웃입니다. 모스크바와의 중앙 외교에 앞서, 이 원동 지역의 잠재력이 한국의 자본 및 기술과 결합하는 것이야말로 양국 모두에게 가장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이익을 안겨줄 것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김포 노선의 재개뿐만 아니라, 극동의 풍부한 에너지와 자원이 한국의 산업단지로 직결되는 구조를 재건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 차원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물류 혁명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 극동의 선도개발구역에 복귀하여 다시금 활발히 활동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세의 엄중함을 이유로 이러한 지리적 이점까지 포기하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막대한 손실입니다. 모스크바가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진다면, 우선 지리적으로 인접한 극동 지역부터 다시 연결해 나갑시다. 그것이 한-러 관계의 엔진을 다시 점화하는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인 경로가 될 것입니다.”
러시아가 정의하는 ‘승리’는 무엇인가
질문: 서두에서 대사께서는 ‘전쟁은 러시아가 승리할 때 끝난다’고 하셨는데, 러시아가 승리한다는 의미가 무엇을 함의하고 있습니까.
지노비예프 대사: “우리가 정의하는 승리는 단순히 영토를 얼마나 더 확보하느냐의 지엽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부차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러시아 연방이 이번 특별군사작전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승리’의 핵심 가치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비군사화’와 ‘중립화’의 실현입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초기지로 전락하여 러시아의 심장부를 겨누는 전략적 위협 상황을 영구적으로 종식시키는 것,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승리입니다.
둘째, 돈바스 지역을 포함한 러시아인들의 생존권과 안전 보장입니다. 수년간 조직적인 탄압에 노출되었던 우리 동포들이 더 이상 위협받지 않고,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향유하며 살 수 있는 확고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마리우폴의 비약적인 재건이 바로 이러한 승리를 상징하는 실증적 사례입니다.
셋째, 가장 근본적인 목표로서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 질서’의 확립입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일방주의적 패권이 더 이상 국제사회에 통용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이번 사태를 통해 서방의 전방위적 제재가 우리를 굴복시킬 수 없음을 실증해 보였으며, 전 세계가 특정 국가의 안색을 눈치보지 않고 자국의 국익을 당당히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를 개막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천명하는 승리란,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이익이 국제사회에서 온전히 존중받는 상태로 회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방이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진정성 있게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 순간이 바로 분쟁의 종지부를 찍는 지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승리의 궤도에 진입하였으며, 그 결말은 반드시 우리가 의도한 방식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한국 국민들께서는 아마 그 이면의 진실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계실 것입니다. 분쟁 초기, 러시아는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 진지하게 마주 앉았습니다. 실제로 2022년 이스탄불 협상 당시에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진전된 합의안 도출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떠했습니까?
우크라이나는 서방 세력의 지시가 하달되자마자, 자신들이 직접 서명하려 했던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며 휴지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입장 선회가 아니라 명백하고도 중대한 ‘신의성실 원칙의 파괴’였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평화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원 중 한 명이 키예프 도심 거리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점입니다. 평화를 논의하기 위해 파견된 자국 협상가조차 보호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를 ‘반역자’로 낙인찍어 처단하는 세력과 우리가 어떻게 신뢰에 기반한 대화를 지속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언제나 대화의 문을 열어두었으나, 그 문을 파괴하고 나간 것은 우크라이나와 그 배후의 세력들입니다. 대화의 상대를 위해(危害)하고 약속을 파기하는 집단과의 협상은 무의미할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러시아가 오직 ‘완전한 승리’를 통해서만 진정한 평화를 강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입니다.”

북극항로(NSR) 개발과 부산항 물류 허브 구상에 관해
질문: “대사님께서는 최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극항로(NSR) 개발에 있어 한국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특히 부산항을 북극항로의 종착지이자 물류 허브로 구축하는 구상을 언급하셨는데, 현재의 냉각된 한-러 관계 속에서도 이 구상이 여전히 유효한지 궁금합니다. 또한 한국 정부나 기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구체적인 전제 조건은 무엇입니까?”
지노비예프 대사: “러시아 언론의 기사까지 세밀하게 살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본질적인 질문이 나왔군요. 드디어. 누군가 이 주제를 물어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당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현 정세 속에서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다만 이 대목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본질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북극항로는 단순한 해상 항로가 아닙니다. 이는 러시아 연방의 주권이 미치는 영해이자, 막대한 국가 예산과 고도의 기술력이 집약된 러시아의 핵심 전략 자산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북극항로를 통해 운송 시간을 단축하고 물류 혁명을 실현하고자 하는 열망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냉정히 보십시오.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 서방의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금융을 봉쇄하고 물자 유입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러시아의 안마당인 북극항로를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한다면, 이는 논리적으로 모순된 것입니다.
북극항로의 문을 개방하는 것은 ‘파트너’에게 부여하는 특권입니다. 한국이 진심으로 부산항을 물류 허브로 도약시키고 싶다면, 수사(Rhetoric)에 머물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의 관계를 ‘비우호국’에서 다시 ‘파트너’로 환원시키는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합니다. 제재라는 장벽 뒤에 숨어 북극의 얼음이 녹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됩니다.
한국의 탁월한 조선 기술과 인프라 역량이 북극항로 개발에 결합한다면 양국에 막대한 이익이 되겠지만, 그 전제는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 정책의 중단’입니다. 북극항로의 열쇠는 러시아가 쥐고 있으며, 그 문을 여는 암호는 다름 아닌 ‘신뢰’입니다.
러시아는 북극의 문을 여는 열쇠인 원자력 추진 쇄빙선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그 길을 통과할 최고의 마차인 LNG 쇄빙 상선을 건조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졌습니다. 이 두 역량이 결합해야 비로소 북극항로가 완성되는데, 지금 한국 정부는 그 ‘마차의 제조법’을 스스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질문: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을 언급하며 북극에 집착하는 이유가 결국 ‘북서항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미국의 이러한 행보가 러시아의 북극항로(NSR)에 위협이나 경쟁이 된다고 보지는 않습니까?”
지노비예프 대사: 미국이 그린란드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들의 자유로운 선택이겠으나, 지리학적으로 북서항로(캐나다 쪽)는 유빙의 두께가 지나치게 두껍고 수심이 낮아 대형 상선의 통행에 부적합합니다. 상업적 가치는 전무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반면 러시아의 북극항로(NSR)는 이미 방대한 운항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고 제반 인프라가 갖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행보가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 세계 물류의 해답이 어디에 있는지 더욱 명확히 증명될 뿐입니다.”
질문: “이미 노선 설계는 러시아 측에서 완료한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한국 측에 구체적으로 기대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단순한 자본 투자입니까, 아니면 실제 선박을 운용하는 물류 노하우입니까?”
지노비예프 대사 : “러시아 연방은 이미 ‘북극항로 개발 계획 2035’를 통해 노선 설계와 인프라 구축에 관한 청사진을 완벽히 수립했습니다. 우리가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자본 투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한 ‘종합적인 파트너십’입니다.
첫째는 상업적 운용 노하우입니다. 러시아의 쇄빙 기술은 세계 최고이나, 이를 글로벌 물류 시스템과 결합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한국과 같은 해운·물류 강국의 풍부한 경험이 절실합니다.
둘째는 지속적인 선박 공급과 수리 기지의 구축입니다. 앞서 언급한 LNG 쇄빙 상선들을 한국이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극동 지역에 한국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박 수리 및 관리 허브를 조성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전략입니다.
셋째는 ‘물동량의 보장’입니다. 부산항이 북극항로의 종착지가 된다는 것은 한국의 방대한 수출 물동량이 이 경로를 통해 유럽으로 향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우리는 한국이 이 항로의 ‘앵커 테넌트(핵심 고객)’로서 기능해 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자본을 투여하고 배당을 챙기는 수준의 투자가 아니라, 한국의 기술과 물동량이 러시아의 항로와 결합하는 ‘운명 공동체’가 되자는 제안입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이 노선 위에 배를 띄우기는커녕, 제재로 인해 대화조차 조심스러워하고 있으니 러시아로서는 노선 설계도의 가치가 발휘되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쉬울 따름입니다.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누구나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고 싶어 하지만, 이는 단순히 자본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산을 가장 잘 아는 ‘셰르파(Sherpa)’가 있어야 하고, 특수 장비와 정교한 루트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러시아는 이 북극항로라는 에베레스트의 모든 경로를 설계한 산의 주인이자 가장 노련한 셰르파입니다.
우리는 한국이 가진 세계 최고의 장비(LNG 쇄빙 선박 제조 기술)와 그 험난한 경로를 넘어 물자를 배달할 수 있는 운송 시스템(물류 노하우)을 원합니다. 셰르파인 러시아와 최고의 장비를 보유한 한국이 손을 잡아야만 이 에베레스트 같은 항로가 비로소 ‘상업적 대로’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북극권에 항만 시설을 확충하고 통신망을 구축하는 등 방대한 사전 준비사업(Pre-project)을 진행 중입니다. 이 거대한 인프라가 완성되었을 때 한국이 그 위에 배를 띄우지 못한다면 이는 양국 모두에게 비극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이 단순한 이용객이 아니라, 준비 단계부터 함께하는 공동 운영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는 미래의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타국들은 북극항로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코스코(COSCO) 선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 항로를 통해 유럽으로 화물을 운송하며, 기존 수에즈 운하 대비 시간과 비용 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이 있음을 데이터로 입증했습니다. 유럽의 일부 선사들 역시 이 길을 이용하고 있으며, 작년 한 해 북극항로 통과 물동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미 이 길을 ‘고속도로’와 같이 정비해 놓았고 타국들은 그 위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과 해운 역량을 보유한 한국만이 이 흐름에서 소외되어 있습니다. 타국들이 이미 실익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언제까지 정치적 사유로 이 거대한 경제적 기회를 관망만 할 것입니까?
물론 제가 기술적인 세부 사항까지 모두 언급하기는 어려우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타국들이 수행한 것은 일종의 ‘시범 운송(Test Run)’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에 거는 기대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리는 이 북극항로를 연중 무휴로 운영되는 ‘정규 운송(Regular Service)’ 노선으로 정착시키고자 합니다.
얼음 바다 위에서 정해진 스케줄을 준수하고, 물류 비용을 최적화하며, 다수의 선박을 유기적으로 배치하는 ‘운영의 묘’는 세계 1위의 해운 강국인 한국만이 제공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러시아가 마련한 판 위에서 ‘상업적 정규 노선’이라는 마침표를 찍는 역할은 한국의 몫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규 운송 시스템을 함께 설계할 파트너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선택은 전적으로 한국의 몫입니다. 우리는 문을 열어두고 기다리겠지만, 결코 참여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타국들이 앞다투어 진입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완성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만 지리적, 기술적으로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는 한국이 스스로 문을 닫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훗날 이 경로가 완전히 정착되고 타국들이 모든 권익을 선점한 뒤에 한국이 뒤늦게 진입하려 한다면, 그때는 지금과 같은 ‘파트너’의 자리가 남아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 연방은 이미 ‘북극항로 개발 계획 2035’를 통해 청사진을 완벽히 마쳤습니다. 우리가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결코 단순한 자본 그 이상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한국의 북극항로 3,000TEU급 시범 운항 계획에 대해
질문: “지난해 9월 한국 해양수산부가 3,000TEU급 선박을 투입하여 북극항로를 시범 운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노비예프 대사: “네, 한국 정부가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러시아 연방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매우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3,000TEU급 선박은 북극항로의 상업적 잠재력과 효율성을 검증하기에 매우 적절한 규모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발표’ 그 자체가 아니라 실제적인 ‘실행(Execution)’입니다.
시범 운항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선박을 띄우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러시아 측 원자력 추진 쇄빙선의 항로 지원이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며(편집자주- 화물을 실은 LNG쇄방 상선이 지나가기에 앞서 먼저 쇄빙선이 얼음을 깨어야 한다), 항로상의 실시간 기상 데이터와 빙하 상태 정보를 우리 당국과 긴밀하게 공유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한국 측의 이러한 의지를 환영하는 바입니다. 다만 앞서 강조했듯이, 이러한 시범 운항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정규 운송 노선’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결국 양국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제재의 장벽과 정치적 불신이 선제적으로 해소되어야 합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3,000TEU급 선박이 해당 항로를 통과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습니다. 이미 모든 판은 완벽하게 깔려 있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이 선박을 실제로 출항시킬 수 있는 ‘주권적 용기’와 진정성 있는 ‘파트너십’을 보여줄 차례입니다.”
6월 종전설의 실체 및 러시아가 판단하는 종전 시점
질문: “현재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오는 6월이면 전쟁이 종식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대사님께서 보시기에 정말 6월 종전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또한 러시아가 상정하고 있는 구체적인 종전의 타이밍과 조건은 무엇입니까?”
지노비예프 대사: “소위 ‘6월 종전설’이 회자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사 작전의 종료 시점을 마치 달력에 특정 날짜를 기입하듯 확정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정의하는 종전은 단순히 총성이 멎는 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러시아의 근원적 안보 조건’이 완벽하게 충족되는 시점을 뜻합니다. 서방 세력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즉각 중단하고, 우크라이나가 중립적 지위를 수용하는 실질적인 정책 변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6월이라는 특정 시점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아마도 전장의 현황이나 국제 정치적 역학 관계가 투영되어 있겠으나, 러시아는 결코 특정 날짜에 쫓기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설정한 목표, 즉 비군사화와 중립화 등을 완전히 달성할 때까지 필요한 만큼 충분히 작전을 지속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다만, 평화 협상을 위한 대화의 문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습니다. 만약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내일이라도 당장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전격 수용한다면, 분쟁은 6월보다 더 이른 시점에 종료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종전의 열쇠는 러시아가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의미한 저항을 종용하는 서방과 키예프 정권이 쥐고 있는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분쟁을 단 하루 만에 종결짓겠다거나, 6월이면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호언장담해온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러시아는 그러한 정치적 수사나 구호성 약속을 전혀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종전 시점을 공언해놓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말을 바꾸어 왔습니다. 러시아에 있어 종전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은 누군가의 선거 공약이나 정치적 스케줄에 맞추어 조정되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날짜’가 아니라 ‘현장의 실체적 현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화려한 언사로 호언장담하더라도,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요구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 어떠한 약속도 무가치한 종이 조각에 불과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가 수차례 말을 번복하는 과정을 목도해 왔기에, 서방의 정치적 레토릭보다는 실질적인 행동의 변화를 보고 판단할 것입니다. 6월이든 7월이든,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설정한 전략적 목표가 완수되었느냐는 점입니다.”
앵커리지 합의와 ‘28조항’의 가치, 그리고 배후의 진실
지노비예프 대사: “우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수사(Rhetoric)들은 신뢰하지 않지만, 그와 우리 대통령이 직접 마주 앉아 합의에 도달했던 ‘28조항’의 가치는 여전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편집자주-지난해 8월 15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앵커리지에서 회담하며 종전을 위한 28개조항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올해들어 이를 ‘앵커리지 정신’으로 부르며 협상의 속도를 높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28조항은 양국이 서로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 그리고 결코 넘지 말아야 할 선(Red line)이 어디인지를 명시한 약속의 핵심입니다. 러시아 연방은 이 조항을 지금까지 성실히 준수해 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해당 합의를 이행할 확고한 의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방의 태도는 어떠했습니까? 그들은 이 28조항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 공작을 펼쳤고, 결과적으로 그 약속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려 했습니다. 러시아는 신의를 지키려 진력했으나, 상대측의 불이행으로 인해 지금의 비극적인 국면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 합의의 정신, 특히 28조항이 내포하고 있는 상호 존중의 원칙으로 회귀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당시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외교적인 악수만을 나눈 것이 아닙니다. 양국의 안보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서로가 준수해야 할 경계선을 명확히 합의했으며, 그 정수가 바로 ‘28조항’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은 상대의 생존권을 위협하지 않겠다는 엄중한 상호 존중의 약속이자, 갈등을 실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현존하는 유일한 설계도입니다.
우리는 이 이른바 ‘앵커리지 정신’이 사멸하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러시아는 현재도 28조항의 내용을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고, 실제로 그 정신에 부합하게 행동해 왔습니다. 문제는 미국 내 일부 강경파와 서방 세력이 이 합의를 무력화하며 의도적으로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미국 지도부가 진심으로 이 비극적 사태를 종결짓고 싶다면, 새로운 약속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합의에 도달했던 28조항의 정신으로 복귀하면 됩니다. 러시아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결국 평화는 새로운 발명이 아니라, 훼손된 약속인 28조항을 온전히 복원하는 지점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왜 협상이 진전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시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올해 아부다비에서 협상이 진행될 당시, 우리 측은 고스트코프 장성을 대표로 파견하여 평화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타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진정성에 대한 응답으로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협상 바로 다음 날, 모스크바에서 우리 군의 핵심 인사이자 북부 총국장인 알렉세예프를 겨냥한 비열한 암살 시도가 자행되었습니다.(편집자주- 며칠전인 올해 2월 6일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총정찰국 제1부국장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을 말한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미소 지으며 대화하는 척하면서, 배후에서는 우리 군의 수뇌부를 제거하려 한 것입니다. 이러한 테러적 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상황에서 그 어떤 합의가 가치를 지닐 수 있겠습니까? 앵커리지 정신을 강변하면서도 행동은 정반대인 저들의 이중성이야말로, 우리가 28조항의 약속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면서도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한국 핵추진 잠수함 프로젝트에 관해
질문: “최근 한미 양국 간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연방은 어떠한 입장을 견지하고 계십니까?”
지노비예프 대사 : “우리는 한국이 미국과 협력하여 추진하고자 하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의 실체를 매우 상세히 파악하고 있으며, 그 전개 과정을 극도로 면밀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입장은 단호하고 명확합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단순히 특정 국가의 개별적 안보 차원을 넘어, 인류 공통의 자산인 국제 핵비확산(NPT) 체제의 근간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로부터 본 사업이 국제법적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는 틀 안에서 추진될 것이라는 확약을 이미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자리에서 재차 강조하고자 하는 점은, 이것이 결코 한미 양국만의 폐쇄적인 사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핵연료의 사용과 원자로의 운용은 반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제도적 틀 안에서 매우 폭넓고 투명하게 검증되어야만 합니다. 러시아 연방은 한미 핵추진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가 국제적인 통제 시스템의 바깥에서 독자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한국이 진정으로 평화적 목적과 정당한 안보를 위해 이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국제사회가 전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핵물질 회계 및 통제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러시아는 이 과정에서 그 어떠한 불투명성도 개입되지 않도록 국제 무대에서 단호한 목소리를 낼 것이며, 모든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는지 끝까지 감시할 것입니다.”
(※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25년 10월 경주 한미정상회담과 이어지는 11월 협의를 통해 팩트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핵잠수함 연료로 사용하기로 협의했다. 2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HEU)’는 핵무기 전용 가능성 때문에 IAEA가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이 연료를 직접 공급하는 ‘오커스(AUKUS)식’ 예외 모델에 대해 미국이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커스(AUKUS) 모델’ 도입에 대한 강력한 거부감과 경고
지노비예프 대사 답변 :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다른 기회에 밝힌 입장을 다시 인용하며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 건조에 관한 ‘원칙적인 승인’을 획득했다고는 하나, 그 실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구체적으로 확정된 실체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냉정하게 자문해 보십시오. 그 잠수함을 구체적으로 어디서 건조할 것인지, 어떠한 기종의 원자로를 탑재할 것인지, 그리고 가장 예민한 사안인 우라늄 농축 비율(Enrichment level)을 몇 퍼센트로 확정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스스로도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한국이 호주의 사례와 같은 소위 ‘오커스(AUKUS) 방식’을 따르려 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하고 엄중해질 것입니다. (편집자주- 오커스 방식은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를 지원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90%이상의 고농축 핵연료가 들어있는 원자로를 밀봉한 채 통째로 인도하는데, 호주가 이 핵물질을 이동시킬 수없도록 제한한다.) 오커스 모델은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함으로써 국제적 감시망을 교묘히 우회하려는 대단히 위험한 시도입니다. 한국이 이러한 선례를 따르려 한다면, 이는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도발로 간주될 것입니다.
결국 현 상황에서 (한미간 합의는) 알맹이가 결여된 ‘껍데기뿐인 합의’에 불과합니다. 농축도나 기술 이전의 범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잠수함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러시아는 이 모든 과정이 IAEA의 철저한 통제권 밖에서 ‘오커스 방식’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님들도 아시다시피, 오커스 방식은 기본적으로 고농축 우라늄(HEU)을 연료로 하는 원자로를 전제로 합니다. 이는 잠수함의 수명 주기 동안 연료 교체가 불필요하다는 기술적 이점이 있을지 모르나, NPT 관점에서는 대단히 위험한 ‘회색 지대’를 만드는 행위입니다.
한국이 오커스 모델을 선택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IAEA의 상시적인 사찰과 통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호주는 핵보유국인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완제품 형태의 원자로’를 공여받는 유례없는 특혜를 입었습니다만, 미국이 한국에게도 동일한 고농축 우라늄 기술과 예외적 지위를 허용할 것이라 보십니까? 우리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설령 미국이 원칙적인 동의를 표명한다 하더라도, 우라늄 농축 비율을 몇 퍼센트 선에서 제한할 것인지, 혹은 그 농축 과정을 한국 내에서 직접 수행하게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런 해답이 없습니다.
오커스 방식은 단순한 선박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모든 국제적 핵 통제 규범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도발적 행위입니다. 러시아 연방은 대한민국이 이러한 ‘오커스식 불투명성’의 장막 뒤에 숨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동북아에서 조선인민주주의공화국(DPRK)이 이미 프로젝트가 없이도 미국으로부터 군사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이 전략 자산을 계속 한반도에 갖고와 배치하면 DPRK도 자국 안보에 대해 우려를 더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한반도에 또 하나의 전략 자산이 생기면 남북간 그래서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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