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영국처럼 근위 기병대 어때요?”

광화문에서 기마병 교대식을 하는 모습을 상상한 AI 이미지.
광화문에서 기마병 교대식을 하는 모습을 상상한 AI 이미지.

①에 이어서

“광화문에 생태관광 명소를 만들자는 거예요”

문주용 발행인: 말(馬) 산업의 대중화를 위해 광화문 광장 등을 활용한 파격적인 구상을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희종 마사회 회장: 우리 스스로 기마민족이라 부르면서도, 정작 일상에서 말을 접할 기회는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외국은 영국처럼 도심 한복판에서 근위 기병대가 행진하며 엄청난 문화적 격조와 관광 효과를 창출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을 보면 보병들만 오갑니다. 광화문 앞 이마(利馬)빌딩 터가 조선시대 왕의 말과 목장을 관리하던 ‘사복시’ 자리였다는 역사성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저는 광화문 광장 우측의 옛 주한미대사관 관저 공터였던 송현공원 공간을 독일식 ‘공공 도심 승마장’이자 생태공원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장이 바뀔 때마다 광화문 광장에 아스팔트를 깔았다가 뒤집었다가 하는 행정 대신, 도심 한복판에 말들이 함께 거닐고 마사회 승마 선수단이 지휘하는 근위 기병대가 품격있게 교대식을 하는 생태 관광 명소를 만들자는 겁니다.

“역사 고증상 광화문 교대식에 말이 없었다”고 반대하는 원리원칙주의 관료들도 있는데, 옛것을 지금 시대에 맞게 변형해 최고의 K-관광 자원으로 만드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그 점에서 초·중·고 학생들이 지자체 승마장에서 정기적으로 말을 타며 체학하는 생태 교과목(특활) 도입도 교육청들과 논의해 나갈 것입니다.

“경마는 말산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중심축입니다”

문 발행인: 마사회가 주도로 하고 있는 경마사업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업입니까. 공기업으로서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행사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 많은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신지?

우 마사회 회장: 경마사업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마는 분명히 사행성이라는 민감한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공공의 책임 아래 투명하고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사업이라고 봅니다.

경마를 단순히 ‘베팅의 관점’에서만 보면 그 의미가 좁아집니다. 경마는 말 생산, 육성, 조련, 수의, 장제, 사료, 운송, 경매, 승마, 관광, 지역경제까지 이어지는 말산업의 핵심 기반입니다. 경주마가 있어야 생산농가가 유지되고, 조교사·기수·관리사·수의사·장제사 같은 전문 직종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경마는 하나의 경주가 아니라 말산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중심축입니다.

렛츠런파크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경주마들의 뜨거운 레이스를 보며 열광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경주마들의 뜨거운 레이스를 보며 열광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사행성 산업일수록 민간 이윤에 맡겨선 안 됩니다”

공기업으로서 한국마사회가 경마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행성이 있는 사업일수록 민간의 이윤 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공공기관이 매출 확대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이용자 보호, 과몰입 예방, 불법경마 대응, 공정한 경주 시행, 말복지, 수익의 사회 환원까지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경마의 부정적 요소를 줄이고 공익적 기능을 키우는 것이 공기업의 역할입니다.

실제로 한국마사회는 경마 수익을 특정 개인이나 주주가 가져가는 구조가 아닙니다. 매출액의 16%에 해당하는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매년 제세금으로 납부하고 있고, 수익은 다시 축산발전기금, 지방재정, 농어촌 지원, 말산업 육성, 사회공헌 사업 등으로 환원됩니다. 경마를 통해 조성된 재원이 다시 농업·축산업과 지역사회, 취약계층 지원, 공익사업으로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민간 사행산업과 가장 다른 지점입니다.

물론 국민들께서 경마에 대해 갖고 계신 부정적인 인식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사행성, 과몰입, 불법경마, 동물복지에 대한 우려는 한국마사회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과제입니다. 저도 이 부분을 방어적으로만 설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 투명하게 관리하고, 더 강한 건전화 장치를 마련하고, 더 적극적으로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한국마사회가 “경마를 하는 기관”이라는 좁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산업을 책임지는 기관, 건전한 레저문화를 만드는 기관, 말복지와 생명존중을 실천하는 기관, 그리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공공기관으로 재정의되어야 합니다.

경마사업의 필요성은 바로 그 균형에 있습니다. 사행성을 방치하지 않으면서도, 말산업과 지역경제, 공익재원 조성이라는 순기능을 살리는 것. 그 어려운 균형을 민간의 이윤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으로 관리하는 것. 그것이 한국마사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문 발행인: 귀족들의 사교활동이 관중들의 베팅시스템 도입으로 레저산업으로 변모한 것으로 이해하는데, 한국은 처음 현대경마가 자리잡히긴 쉽지 않았지 싶은데. 마사회 회장이 되시기 전과 후에 경마산업, 마사회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많으십니까.

우 마사회 회장: 경마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역사를 가진 산업입니다. 처음에는 왕실이나 귀족사회, 특정 계층의 스포츠와 사교문화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이 관람하고 참여하는 레저산업으로 발전했습니다. 말의 운동능력을 겨루는 스포츠, 관중의 참여, 베팅 시스템, 축제와 사교문화가 결합하면서 오늘날의 경마가 만들어진 것이죠.

한국에서도 현대경마가 자리 잡는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경마는 스포츠이면서도 사행성이라는 민감한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훨씬 더 엄격한 관리와 공공성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마사회는 단순히 경마를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라, 경마라는 제도를 공공의 틀 안에서 관리해 온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마의 역사. 마사회 접견실에 비치되어 있던 옛 마사회 사진에 김구 선생의 모습이 보인다.
한국 경마의 역사. 마사회 접견실에 비치되어 있던 옛 마사회 사진에 김구 선생의 모습이 보인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밖에서 경마를 볼 때와 안에서 경마산업을 들여다볼 때는 보이는 것이 다릅니다. 밖에서는 아무래도 베팅이라는 단면이 먼저 보입니다. 국민들께서 사행성이나 과몰입 문제를 우려하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 역시 회장이 되기 전에는 경마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부정적 인식을 무겁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한국마사회에 와서 현장을 보니, 경마는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인 산업이었습니다. 한 경주가 열리기 위해서는 말 생산농가, 조련, 수의, 장제, 사료, 운송, 경매, 경주 운영, 심판, 방송, 고객 보호, 불법경마 대응까지 수많은 전문영역이 맞물려 돌아갑니다. 조교사, 기수, 관리사, 수의사, 장제사 같은 경주마관계자와 전문 직군의 생계도 여기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의학자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이 산업의 중심에 결국 ‘말’이라는 생명이 있다는 점입니다. 경마는 단순히 사람이 즐기는 레저가 아니라, 말의 건강과 운동능력, 훈련과 휴식, 부상 예방, 은퇴 이후의 삶까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산업입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마사회의 역할을 더 넓게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장이 된 이후 제 인식의 가장 큰 변화는, 경마를 “베팅이 있는 산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말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공공 플랫폼”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동시에 사행성이라는 부정적 요소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더 분명해졌습니다. 공기업이 경마를 시행하는 이유는 바로 그 균형 때문입니다. 산업의 순기능은 살리되, 과몰입과 불법경마, 동물복지 문제는 공공의 책임으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앞으로 한국마사회는 과거의 경마 시행기관이라는 좁은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말산업을 책임지는 기관, 말복지를 실천하는 기관, 건전한 레저문화를 만드는 기관, 그리고 국민들이 말이라는 동물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생태교육 기관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근대 문명 속에 필요성이 사라진 말이란 멋진 물을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기반과 근거를 만들어 주는 진정한 생태적 역할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저는 한국마사회를 하나의 문화기업으로 재정의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는 단순한 공연이나 축제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말과 인간이 함께해 온 역사, 말이라는 생명에 대한 존중, 경마공원이 가진 생태적 가치, 그리고 산업의 공공적 책임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문화입니다. 회장 취임 전에는 경마의 논란과 한계가 먼저 보였다면, 지금은 그 한계를 정직하게 관리하면서도 한국마사회가 새롭게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더 많이 보고 있습니다.

문 발행인: 공익중심의 사행산업이라는 것이 한계가 많은 개념이 아닌지,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국민의 대중적인 레저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온라인 마권 발매도 그중에 하나의 방법이라 하셨습니다만.

우 마사회 회장: ‘공익 중심의 사행산업’이라는 말에는 분명한 긴장이 있습니다. 사행성이라는 요소가 있는 한, 아무리 공익을 강조하더라도 국민들께서 우려하시는 지점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행성이 없다고 말하거나, 단순히 레저라고만 포장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행성이 있는 사업을 누가, 어떤 원칙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느냐입니다. 경마를 민간 이윤 중심으로만 운영한다면 매출 확대가 우선될 위험이 큽니다. 반대로 공기업이 운영한다는 것은 매출만이 아니라 이용자 보호, 과몰입 예방, 불법경마 차단, 공정한 경주 시행, 말복지, 수익의 사회 환원까지 함께 책임진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마사회의 공공적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경마가 국민의 대중적인 레저산업으로 발전하려면,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마를 단순히 마권을 구매하는 공간으로만 두어서는 안 됩니다. 경주 자체가 가진 스포츠성, 말이라는 동물이 주는 생명성과 교육적 가치, 경마공원이 가진 넓은 녹지와 여가 공간, 지역 축제와 문화 콘텐츠를 함께 결합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경마공원을 ‘베팅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말을 만나고, 가족과 쉬고, 문화를 즐기고, 생태를 배우는 공간’으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2024년에 열린 명예경주마 입소행사 및 복지기금 전달식.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지난 2024년에 열린 명예경주마 입소행사 및 복지기금 전달식.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온라인 마권 목적은 더 많이 팔겠다는 게 아닙니다”

실명에 근간한 온라인 마권 발매도 그런 변화의 한 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온라인 발매를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거나 매출을 확대하는 수단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온라인 발매는 이용자를 제도권 안에서 더 투명하게 관리하고, 불법경마로 흘러가는 수요를 합법적이고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오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불법경마는 이용자 보호 장치도 없고, 구매한도도 없고, 중독 예방 체계도 없으며, 수익이 사회로 환원되지도 않습니다. 반면 공공이 운영하는 온라인 발매는 본인확인, 연령확인, 구매한도, 이용내역 관리, 위치 기반 통제, 과몰입 예방 안내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결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마사회는 2024년 6월 전자마권, 즉 온라인 마권 발매를 정식 운영하기 시작했고, 전자카드 이용자의 구매한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발매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이 필요합니다. 이용자 데이터에 기반한 과몰입 징후 관리, 구매한도 준수, 청소년 접근 차단, 불법 사이트와의 차별화, 상담·치유 프로그램 연계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디지털화의 목적은 더 많이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결국 한국마사회가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합니다. 사행성의 한계를 숨기지 않고 인정하되, 그것을 공공의 규율 안에서 관리하는 것. 경마의 스포츠성과 산업적 가치는 살리되, 부작용은 줄이는 것. 경마공원을 문화·생태·가족 여가 공간으로 확장하고, 온라인 발매는 불법경마 대응과 이용자 보호의 수단으로 운영하는 것. 이런 변화가 쌓일 때 경마는 부정적인 사행산업의 이미지를 넘어, 책임 있는 대중 레저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③으로 이어집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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