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이전 후보지, 주민합의가 먼저입니다”
②에 이어서
“경마가 아니라 생명과 문화를 책임지는 곳으로”
문주용 발행인: 한국마사회 회장으로서, 지난 정부와 다른 미사회의 변화상을 제시해주시면, 그것이 말의 생명과 복지에, 또 국민들에게 어떤 복지적 혜택으로 연결되는지를 소개해주시길 바랍니다.
우희종 마사회 회장: 저는 한국마사회의 변화가 특정 정부와의 단순한 차별화로만 설명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의 정책 방향은 조정될 수 있지만, 한국마사회가 지금 마주한 변화는 더 근본적인 시대적 요구입니다. 국민들은 이제 공공기관에 단순한 사업 수행을 넘어 생명존중, 윤리, 투명성, 복지, 지속가능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그리고 있는 한국마사회의 변화는 한마디로 말하면, 경마 시행기관에서 생명과 문화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으로의 전환입니다.
그동안 한국마사회는 경마를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말산업을 육성하며, 공익재원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역할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앞으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경마의 중심에는 결국 말이라는 생명이 있습니다. 말이 건강하지 않고, 말의 복지가 보장되지 않고, 국민이 그 과정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경마산업의 지속가능성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변화는 말의 생명과 복지를 기관 운영의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경주에 출전하는 순간만이 아니라 생산, 육성, 훈련, 경주, 휴양, 은퇴 이후까지 말의 생애주기 전체를 살펴야 합니다. 질병과 부상을 사전에 줄이는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마방과 경주로 환경 개선, 말관계자 교육 강화, 은퇴마 지원, 명예경주마 휴양사업, 말 보호 모니터링 체계 등이 모두 이 방향과 연결됩니다.
두 번째 변화는 경마 수익의 공공성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마사회는 사행성이라는 민감한 요소를 가진 사업을 수행하는 만큼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이 필요합니다. 경마 수익은 특정 개인이나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축산발전, 농어촌 지원, 지방재정, 말산업 육성, 사회공헌으로 환원됩니다. 앞으로는 이 공공환원의 구조가 국민에게 더 잘 보이고, 실제 복지 혜택으로 체감되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취약계층, 공익직군, 청소년, 고령층 등을 대상으로 한 힐링승마와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말산업이 국민복지와 직접 만나는 지점입니다. 말은 단순한 스포츠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정서 회복과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물입니다. 한국마사회가 가진 말, 공간, 전문인력, 공익재원을 국민의 치유와 여가, 교육으로 연결한다면 경마의 공공성은 훨씬 더 구체적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변화는 렛츠런파크로 불리는 경마공원을 베팅 중심 공간에서 문화·생태·교육 공간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국민이 마사회를 떠올릴 때 단지 경마와 마권만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쉬고, 아이들이 생명을 배우고, 시민들이 자연을 경험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한국마사회가 앞으로 문화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여기서 문화란 단순한 공연이나 축제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말과 인간이 함께해 온 역사, 생명존중의 가치, 경마공원의 녹지와 생태적 기능, 지역사회와의 연결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문화입니다.
특히 생태교육은 앞으로 한국마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키워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말이라는 동물을 통해 아이들과 시민들이 생명, 돌봄, 책임, 공존을 배울 수 있습니다. 경마공원이 가진 넓은 녹지와 말산업 인프라를 활용하면, 도심 가까이에서 동물과 자연, 인간의 관계를 배우는 특별한 교육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제가 제시하고 싶은 변화상은 이것입니다. 한국마사회는 더 이상 “경마를 시행하는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말의 생명을 책임지는 기관, 국민에게 여가와 치유를 제공하는 기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관, 생태와 문화를 교육하는 기관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 변화가 말에게는 더 안전하고 존중받는 삶으로 연결되고, 국민에게는 더 건강한 여가, 더 넓은 복지, 더 가까운 생태교육, 더 신뢰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로 이어져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앞으로 한국마사회가 국민 앞에 보여드려야 할 새로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열린 마사회를 지향합니다.

“규제 뒤에 숨는 복지부동으론 미래 없습니다”
문 발행인: 내부 조직에 관료주의나 안주하는 성향이 깊게 자리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혁신의 발목을 잡는 이 내부 타성을 어떻게 돌파하고 계십니까?
우 마사회 회장: 마사회 직원들은 오랜 세월 정부의 규제를 받다 보니, 아쉽게도 이를 스스로 ‘내면화’해서 안주의 핑계로 삼고 있습니다. “정부가 규제해서 안 됩니다”, “해오던 대로 해야 안전합니다”라며 낡은 관행 뒤에 숨어버리는 겁니다.
대외 인식이 나쁘다는 핑계로 스스로 패배주의에 빠져, 공기업으로서 마땅히 목소리를 내야 할 권리조차 주장하지 못하고 길들여져 있는 것이 지금 마사회 조직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복지부동을 깨지 않으면 마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제가 개인 SNS에서 ‘문체부 이관론’이라는 의제를 던진 것도 이 타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려는 의미입니다. 본질적으로 문화 기업인 마사회가 문체부 수준으로 규제를 풀어달라는 전략적 미끼를 던진 셈입니다.
문 발행인: 이제 정치얘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에 많은 조언을 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열망해 오셨는데, 취임 1년을 맞이한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성과와 이스라엘 분쟁 관련 발언은 어떻게 보십니까?
“강대국 눈치만 보는 종속국, 국격 아닙니다”
우 마사회 회장: 대단히 긍정적입니다. 높은 국민 지지율이 이를 증명합니다. 특히 강대국 역학 관계 속에서 한반도 전쟁 위기를 낮추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자주외교와 자주국방의 틀을 단단히 다지는 모습은 훌륭합니다. 역대 진보 정권들이 늘 부동산에서 실패해 양극화를 키웠던 반면, 현 정부가 집값을 강력하게 잡으려 노력하는 정책 기조도 매우 정당하다고 봅니다.
일각에서 논란이 된 이스라엘-이란 분쟁 관련 대통령의 소신 발언도 적극 지지합니다. 대한민국 국력이 세계 10위권인데, 과거처럼 무조건 미국 편만 들며 종속국을 자처해서는 국제사회에서 격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벌이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위배되는 학살 행위에 대해, 강대국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국격이고 자주외교의 본질입니다. 최근의 계엄령 정국 등 일련의 정치적 위기들을 거치며 여의도 정치가 비로소 구태를 벗고 우리의 제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마사회가 이전 조건을 제시하고 협의를 주도해야”
문 발행인: 과천 마사회 시설의 파주, 고양 등 수도권 이전 요구에 대해 내부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압니다. 마사회의 진짜 입장과 대안은 무엇입니까?
우 마사회 회장: 지방선거에 맞춰 지방의 시장 후보들이 표를 의식해 “내가 마사회를 불러왔다”며 소문을 내고 있지만,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 일부 구성원들은 대화 테이블에 가면 정부에 끌려다니다 망할 거라는 패배주의적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미 논의의 틀은 정부가 만들고 있어 말단 공기업이 변경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보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데, 무조건 문 걸어 잠그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복지부동의 자세만 취합니다.
“이전을 하느냐 마느냐”로 싸우면 힘센 정부한테 지지만, “이전 조건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이전 절차는 합법적인가”라는 프레임으로 협의를 주도하면 우리가 원하는 요구조건을 관철해 오히려 조직이 대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과천 부지가 35만 평인데 밀집도가 너무 높습니다. 이전하려면 미니멈 50만 평에서 80만 평의 대체 부지 확보, 지하철역 유치,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확실한 합의와 동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마사회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봐주는 주민 합의가 없으면 후에서 있어서도 제외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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