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존중받을 권리, 마사회가 과학적 관리로 실천”
마사회, 사행성 베팅을 넘어 21세기 ‘생태·문화 기업’으로
다음은 《더 칼럼니스트》의 문주용 발행인이 직접 우희종 한국마사회 회장을 인터뷰 한 일문일답 내용이다. 인터뷰 전문 소개를 위해 기사를 세 꼭지로 나눴다.
문주용 발행인 질문: 수의학자이자 동물복지 전문가인 교수님이 한국마사회장으로 선임된 배경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은 무엇이라 해석하십니까?
우희종 한국마사회 회장: 이재명 대통령과는 예전에 대선 캠프에서 ‘동물권위원회’를 함께 이끌며 생명 존중 철학을 깊이 공유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제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은, 보통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해 ‘동물 복지’ 정도의 온건한 단어를 쓰는데 대통령께서 먼저 ‘동물권(動物權)’이라는 파격적인 개념을 선제적으로 제안하셨다는 점입니다.
역대 마사회장들의 면면을 보면 군 장성 출신이나 거물급 정치인들이 전유물처럼 자리를 독식해 왔습니다. 그런 자리에 굳이 수의학자이자 오랜 기간 동물 복지 분야에서 현장을 지켜온 저를 임명하셨다는 것은 명확한 시그널입니다. 한국마사회가 시대 변화에 발맞춰 과거의 경마(베팅) 위주의 기능에서 완전히 탈피해, 우리 사회에 전혀 다른 형태의 생태적·문화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생각합니다.
제가 공모 당시 작성한 ‘직무계획서’에도 K-컬처 시대에 마사회가 새로운 생명생태 문화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담았고, 대통령께서도 그 진정성과 패러다임 전환에 공감하신 결과라 짐작합니다.

문 발행인: 수의학자라는 전문가의 시선으로 보셨을 때, 마사회는 말의 건강이나 동물의 복지에 뛰어난 노하우와 철학이 어떻게 정연히 준비되어 있는 조직입니까. 앞으로 더 나아가는 방향도 어떻습니까.
우 마사회 회장: 외부에서 한국마사회를 보면 ‘경마시행’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수의학자의 시선으로 보면, 한국마사회는 오랜 기간 말이라는 동물의 건강과 행동, 훈련, 질병 예방, 경주 안전, 은퇴 이후 관리까지 축적해 온 국내 유일의 매우 ‘특수한’ 전문기관입니다.
말은 반려동물과도 다르고, 일반 산업동물과도 결이 조금 다릅니다. 체중이 500㎏에 이르는 대(大)동물이면서 운동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동시에 환경 변화에 예민한 동물입니다. 그래서 말의 복지는 단순한 선의가 아닌 건강상태 체크, 운동량 조절, 부상예방, 질병 조기발견 및 치료, 훈련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는 등 전문적인 관리체계가 필요합니다.
한국마사회는 바로 이 부분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주마의 건강검진, 진료, 방역, 약물관리, 경주 전후 상태 점검, 경주로와 마방 환경 관리, 말관계자 교육 등 여러 영역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문제가 생긴 뒤 치료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고와 질병을 사전에 줄이기 위한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를 발전시켜 온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말복지’를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경주마가 경주에 출전하는 시기뿐 아니라, 훈련 과정, 휴양, 은퇴 이후까지 말의 생애주기 전반을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마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명예경주마 휴양사업, 은퇴마 지원 및 휴양지 추진, 말 보호 모니터링 체계, 말복지 현장 점검 등은 모두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저는 동물복지를 이야기할 때 감성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에 대한 애정과 존중은 좋은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말의 삶을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의학, 행동학, 영양학, 운동생리학, 시설관리, 데이터 분석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복지는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기술이기도 합니다. 오랜 기간 인류문명과 함께해온 말이 근대문명에서 사라지지 않고, 인류와 함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과학적으로 제시되는 것이죠.
앞으로 한국마사회는 말의 건강과 복지를 더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경주마의 질병과 부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말의 행동과 컨디션 변화를 조기에 파악하며, 말관계자 교육을 강화하고, 은퇴 이후의 삶까지 더 책임 있게 연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또한 시민들이 말이라는 동물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생명생태교육’과 체험 프로그램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한국마사회의 역할은 ‘경마 시행’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말과 사람이 함께 살아온 역사, 말이라는 생명에 대한 존중, 그리고 전문적인 관리체계를 바탕으로 한 책임 있는 말산업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저는 한국마사회가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전문적인 말 건강·말복지 기관이자, 말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설명하는 ‘문화적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 발행인: 최근 발생한 ‘늑대(늑구) 탈출 사건’과 관련해 매우 다층적인 시선을 보여주셨는데, 이를 마사회가 직면한 말(馬) 복지 문제와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까요?
우 마사회 회장: 늑구의 사례를 보면서 저도 우리 사회가 동물을 바라보는 감수성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위험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분들이 그 생명이 무사하기를 바랐고, 더 나아가 “어디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 동물에게 가장 좋은 삶인가”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봅니다.
이번 늑구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인간이 동물에 대해 가진 고정관념이 얼마나 거대하게 작동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늑구는 아직 어린 늑대이고, 늑대라는 동물은 무리를 지어 야생화되었을 때 위험한 것이지 단독으로는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류 문화가 만든 ‘잔혹한 늑대’라는 이미지 때문에 대중은 과도한 공포를 느꼈고, 막상 생포되니 다른 한편에선 ‘자유를 잃고 갇히게 되었다’며 감상적인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다만 말과 늑대는 생태적 특성도 다르고, 인간과 맺어온 관계의 역사도 다릅니다. 늑대는 야생성이 강한 동물이고, 말은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살아오며 사육·훈련·돌봄의 관계 속에서 진화해 온 일종의 반려동물입니다. 그래서 말에게 필요한 복지와 자유를 이야기할 때도 단순히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것”만을 자유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말(馬)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이와 유사한 모순적 고정관념이 작동합니다. 우리가 다루는 말은 야생마가 아니라 이미 인류와 1만 년 넘게 함께해 온 완벽한 ‘가축’입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말에게 자유를 주어 야생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주장을 합니다.
말에게 자유란, 위험에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말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환경, 다른 말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 스트레스를 줄이는 마방 관리, 적절한 휴식과 영양, 질병과 부상을 예방하는 수의학적 관리, 그리고 나이가 들거나 경주를 마친 뒤에도 삶이 이어질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말은 매우 큰 몸집과 강한 운동능력, 군집성 등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의 감성만으로 “자유롭게 풀어주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려동물을 야생에 방치하면 생존할 수 없듯, 말도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승마와 레저·경마 문화 속에서 공존해야 합니다. 진정한 동물 복지는 인간의 역사를 부정하는 신파적 관념이 아니라, 경마와 승마 시스템 안에서 말의 생애 주기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현실적인 제도화에 있습니다.
한국마사회가 말복지를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보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말이 경주에 출전하는 순간뿐 아니라, 훈련 과정과 휴식, 치료, 은퇴 이후까지 생애주기 전체를 보아야 합니다. 경주마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부상과 질병을 예방하고, 마방과 경주로 환경을 관리하며, 은퇴마와 명예경주마의 휴양을 지원하는 일들이 모두 말에게 필요한 ‘조건 있는 자유’를 넓혀가는 과정입니다.
저는 동물복지에서 자유라는 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그 자유는 인간이 상상하는 낭만적인 자유만은 아닙니다. 동물의 종 특성에 맞는 자유여야 합니다. 말에게는 달릴 자유, 쉬어갈 자유, 아프지 않을 자유, 불필요한 고통을 겪지 않을 자유, 그리고 이용 가치가 끝난 뒤에도 존중받을 자유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한국마사회는 이 부분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말이 단지 경주의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받도록,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와 은퇴 이후 복지체계를 강화하고, 국민들이 말의 생태와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생태교육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경마장 문만 벗어나면 철저한 사각지대였습니다”
문 발행인: 이용가치가 끝난 뒤에도 존중받을 자유라면, 경주마의 은퇴 후 복지를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취임 후 마사회 내부에 들어와서 직접 보신 ‘존중받을 자유’의 현실은 어땠습니까?
우 마사회 회장: 제가 마사회에 오기 전과 오고 난 후에 가장 크게 생각이 바뀐 지점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오기 전에는 당연히 마사회가 식품 이력제처럼 경주마의 전 생애를 ‘내장 칩(chip)으로 완벽하게 추적하고 관리하는 줄 알았습니다. 밖에서는 마사회가 말에 있어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전담 기관인 줄 아니까요.
그런데 막상 와서 들여다보니 철저한 사각지대였습니다. 경주마가 마주 소유이기 때문에 마사회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마주의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경마장 문만 벗어나면 관리공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얘네들이 뭘 먹고 어디로 이동하는지 파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마주들이 돈이 안 된다고 은퇴마들을 방임하거나 적당히 넘겨버려 학대 논란이 일어날 때까지는 알 수 있는 부분이 없습니다.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 농수산식품부와 논의를 하고 있고, 국회를 통해 ‘내장 칩에 의한 은퇴마 추적 관리 의무화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법적 기반이 안정되면 사각지대의 학대 행위를 즉시 파악해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은퇴마 2부 리그 신설이나 일반 승마용 순치 비용 지원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여 말의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마사회가 책임지고 지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②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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