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찬 전 KB사장 “금융산업, 공공성을 높여야”

[전 KB금융지주 사장 인터뷰] “국가 성장시스템 큰 문제...카르텔 만연” “근본적 개혁 필요...시대정신 갖춘 리더를” “수익성만 찾는 금융산업, 이대로 안돼” “금융산업 ESG강화로 지배구조 개선해야” “사회초년생 위한 재형저축 다시 도입하자”

스스로 보수주의라 평가하면서도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는 김옥찬 전KB금융지주사장.
스스로 보수주의라 평가하면서도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는 김옥찬 전KB금융지주사장.

금융권에서도 이번 대통령선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은퇴한 금융전문가들이 그동안 금융산업의 역할에 대한 반성과 함께 국가경제의 성장세 회복을 위한 새로운 역할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금융·자본시장위원회에 적극 참여하는 등 새 정부 탄생을 앞두고 정치권에 금융산업과 금융인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금융자본시장위원회에 부위원장으로 참여한 김옥찬 전KB금융지주 사장을 만나 금융인들이 적극 나선 이유를 들어봤다.

정통 금융인으로 정치권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금융·자본시장위원회에 참가하셨는데, 그동안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셨던 모습과는 다릅니다. 어떤 마음의 결단이 있으셨나요?

답변: 오랜 금융인으로서 지켜야 할 법규와 여러가지 관습이 몸에 배였죠. 입행했을 때 은행은 공무원들처럼 정치 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서 당연히 지켜야 할 규범으로 생각했죠. 은행을 떠난 후에도 개인적 정치적 소신과는 별도로 정당활동이나 외부 정치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서,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성장을 주도한 세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저 자신도, 우리가 지금까지 성장을 추구하면서 설립한 여러가지 사회적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이상 유용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이러한 부작용이나 잘못된 점을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개선시키면 대한민국의 지속 성장을 이끌 수 있으리라고 믿었는데, 최근 2~3년의 여러가지 정치적 이슈나 사건, 사고 특히 작년 12월 3일의 계엄, 그리고 탄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저의 이러한 믿음을 완전히 무너뜨려버렸습니다. 기존의 시스템이 국가의 성장과 국민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제도가 아닌, 소수 기득권의 부패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단순한 부패를 넘어서 소수의 카르텔 이권을 위한 독재로 가면서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소위 기득권 카르텔로 이루어진 사회 권력구조가 개선을 넘어 전면적으로 타파되어야 할 시기가 된 거죠. 저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독재적 카르텔화한 사회구조를 단순한 개선이 아닌, 시대에 맞게 근본적으로 개혁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혁을 위해서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상을 아는 시대정신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며 위기의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경험과 역량 그리고 시대정신을 갖고 있는 지도자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재명 후보를 선택하고 지지하게 됐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게 됐습니다.

정부-금융산업-금융소비자 지향이 서로 달라

-KB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하신 금융산업 전문가로서 현재 한국 금융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답변: 우리 금융산업의 문제점은 금융 산업과 국가 경제, 그리고 고객이 바라보는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핵심인 금융지주사들이 지향하는 발전방향이 국가경제나, 국민이 지향하는 것과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40년전 첫 입행했을 때, 은행 업무를 가르쳐주셨던 선배들께서 강조하신 은행의 가장 중요한 원칙 3가지가 있었죠. 첫째는 안전성으로, 은행은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활용해 영업하는 주체로서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지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것이죠. 둘째는 수익성으로, 은행도 계속 기업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여타 기업과 마찬가지로 적정한 수익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고, 마지막 세번째는 공공성입니다. 은행은 다른 기업과 달리 정부로부터 라이센스(은행업 허가)를 받아 허용된 범위안에서 배타적 영업을 하고 수익을 확보하는 만큼, 라이센스에 맞는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를 공공성이라고 배웠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IMF위기 이전에는 은행 임직원이나 금융 관료들 모두 기본적으로 이런 3가지 원칙을 인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점차 관치금융이 득세하며 은행이 안전성을 도외시하고 대기업의 사금고처럼 이용되었고, 부실이 심화되었고 결국 IMF금융위기로 일부 은행이 통폐합되는 구조조정을 겪게 되었죠. 그때 소위 맥킨지 등 선진국 컨설팅사가 국내 금융관료와 금융기관에 권유한 은행구조조정의 핵심이 “은행도 수익성 위주로 영업을 해야한다”는 것이었죠. 이후 은행영업의 핵심 3가지 원칙 중 수익성이 가장 중요시되고, 모든 영업 방향이 수익성 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물론 정부의 정책방향이 달라진 점도 큰 영향을 주었겠죠. 과거와 같은 관치금융을 통한 거대부실은 사라졌지만 제도적으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국가경제 전체를 위한 산업보다는 특정부문 특히 부동산담보대출이라는 가계대출에 의존하도록 했죠. 이에 금융지주그룹의 핵심인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로 영업을 하게 됐습니다. 이들 은행들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수록 대출규모도 늘어나고 수익도 증대됐죠. 또 부동산 관련 기업 건설사 등에 대한 여신, PF등이 늘어나며 이 부분의 부실여부가 금융기관의 수익에 영향을 미쳤죠. 결국 금융기관의 수익성이 부동산 경기에 좌우되는 상황이 된 거죠.

개별 금융사의 이런 영업방침은 당사자에게는 큰 문제가 안됩니다. 그런데 모든 금융사가 이런 방식의 영업을 한다면 금융사의 이익이 국가전체나 사회전체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게 되죠. 결국은 금융사 한 곳의 문제라기보다는 금융정책의 가이드라인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금융지주회사 ESG경영 강화로 금융약자 보호를

-담보성 대출 영업에만 치중하는 국내 은행들의 사업구조 형태를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김옥찬 전KB금융지주 사장.
김옥찬 전KB금융지주 사장.

답변: 금융산업의 올바른 역할은 지금의 수익성 위주 영업에서 공공성과 안전성과의 균형을 맞춘 영업형태를 취하도록 해야겠죠. 물론 최근의 ESG경영이 강조되면서 모든 기업이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 등 공공성을 강조하지만, 라이센스 영업을 하는 금융산업 특히 은행은 보다 고차원의 공공성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에 대한 감독 및 평가, 그리고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금융지주그룹의 이자수익이 역대 최고를 보이고 있는 반면, 서민경제는 최악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 금융 약자를 위해 어떤 역할이 요구됩니까.

답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정부는 지난 2016년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 운용할 재원으로 은행과 보험회사의 휴면예금과 휴면 보험금 등이 이용되고 있죠. 그런데 이용고객이 저소득층, 저신용자, 사회초년생 등으로 이들에게 제공하는 대부분 상품의 금리가 10% 이상 고금리입니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든 기구에서도 실제로 사회적 약자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있죠. 이러한 영업방침이 사회적 약자를 충분히 배려하는 건지 의문이 갑니다. 물론 이 정도 상품도 아쉬운 사람이 많고 이용자가 많으니 시장원리에 부합되는지 모르지만 좀 더 적극적인 배려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부문에서 우리나라 금융을 대표하는 금융지주그룹의 ESG평가 항목에 구체적이고 정확한 목표와 계획이 들어가도록 규정화하면 어떨까요.

새 정부는 자본시장에 초점 맞춘 정책 펴나가야

-한국의 금융지주그룹은 여전히 은행의 비중이 큰데, 은행외 금융부문 자회사 성장전략은 무엇일까요?

답변: 현재 우리나라 금융지주는 은행을 모태로 한 금융지주와, 보험업을 중심으로 설립된 메리츠 금융지주, 그리고 증권업에서 발전된 한국투자금융지주 등이 있죠. 그런데 은행을 모태로 한 KB,신한, 하나 등 금융지주그룹이 규모면에서 절대적 비중이니 아마 금융지주 하면 은행을 모태로 한 금융지주가 떠오르게 되죠.

은행을 모태로 한 KB나 신한 등은 아직 은행의 비중이 절대적이나 수익증대나 사업다각화를 위해 자본시장이나 보험시장에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익지향 영업으로 시장에서 가장 쉽게 초과 수익을 올리는 분야가 아직까지는 은행이고,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 영업이죠.

결국 향후 정부의 금융정책이 보다 자본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고령화에 대비한 연금 보험시장 등의 규모가 더욱 커지면 자연스럽게 금융지주의 영업방향이 은행업 이외의 자본시장이나 보험업무로 이동하고 그 분야에 자원이 집중되며 은행의 비중이 낮아질 거라고 봅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ESG경영 감시로

-주인이 없다는 금융지주에 이사회 역할이 금융지주회장의 연임을 위한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초기 사외이사회 도입의 취지와는 매우 다른데, 특단의 견제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답변: 이 문제 역시 금융당국의 정책과 관련이 있지요. 과거 관치금융 시절처럼 일방적인 인사개입을 해선 안되겠죠. 우리가 강조하는 ESG에 Governance(지배구조)가 당연히 있습니다. ESG를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대부분 형식적인 활동이나 보고 정도로만 하고 넘어가죠. 금융산업 특히 은행은 라이선스 비지니스이며, 진입 장벽, 예금자보호, 공적자금지원 등을 받는 산업으로서, 특히 Governance에 대해 엄격한 평가를 받고 이사회가 올바르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이 이러한 Governance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금융자본위원회에 부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옥찬 전KB금융지주 사장.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금융자본위원회에 부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옥찬 전KB금융지주 사장.

- 금융산업의 세계화는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는데, 그래도 나아야할 길이라고 봅니다. 금융산업의 세계화, K-금융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답변: 현재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 방식은 동남아 등 금융 후진시장에 소매금융 위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함께 몰려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죠. 결국은 남의 나라에서 우리의 자원과 리소스를 낭비하는 것이죠. 이 역시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금융당국에서 방관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전체적인 국익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모든 금융기관이 특정 국가에 몰려가서 단순 리테일 뱅킹 영업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정책당국이 어느정도 지도해야 할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금융기관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리테일 업무가 아닌 선진금융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국제경쟁력과 역량을 갖추는 것이죠. 이를 위해 리딩 금융기관은 선진시장인 뉴욕이나 런던 등에서 자본시장에 참여하고 커머셜뱅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겠죠. 그리고 좀 더 과감하게 선진 금융기관에 지분 투자하거나 M&A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여기에는 해외 진출시 금산분리에 예외적인 규정을 두고 우리 금융기관이 해외 핀테크나 AI, 첨단벤처사업 등 비금융업에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금융을 미래 국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고 결과에는 보상과 책임이 있어야겠지요.

최근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금융자본시장위원회 출범식에 참가한 김옥찬 전KB금융지주 사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더불어민주당
최근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금융자본시장위원회 출범식에 참가한 김옥찬 전KB금융지주 사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더불어민주당

사회 초년생들을 위해 재형저축 다시 도입을

-요즘 세대간 갈등, 계층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 금융이 이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답변: 첫째는 금융의 포용적인 역할을 제고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단순히 수익성 향상을 위한 단순 비용절감 정책을 지금보다 더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점포축소, 자동화를 통한 인력감축 등은 고용이나 소외지역, 고령층을 배려하며 점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죠. 둘째는 금융정책을 가계대출(부동산 담보 대출) 위주에서 소상공인 대출, 중소기업대출로 유도해야합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금융지주 및 최고경영자에 대한 평가방법 등을 잘 세워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소득층이나 사회초년생의 재산 형성을 위한 저축수단을 다시 시행하면 어떨까요. 과거 재형저축제도처럼 중소 기업직원, 일정소득이하 직원 및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조건의 예금상품을 제공해 재산 형성의 기회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1980년대 대출금리가 8%였던 시절에 재형저축 금리는 25%수준이었습니다. 한 분기 300만원, 연 1200만원 한도로 하고, 이자소득세가 면제되어 저소득 근로자들 특히 사회 초년생 등에게 좋은 재산형성의 기회가 제공됐죠.

지금과 같은 부동산 구입을 위한 저금리대출은 결국 혜택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서민들 에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전세비용이나, 임대료 상승 등 비용부담을 전가시켜 사회 양 극화를 가속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