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루의 박진영, ‘패노메논’은 왜 불투명?
패노메논 국감이 드러낸 한류 정책의 문제
- 공적 절차와 책임의 부재 박진영 JYP의 ‘패노메논’ 상표권 단독 출원 논란은 선의나 흥행 가능성과 무관하게, 정부가 민간 기업과의 협력 과정에서 공정한 권리 배분과 검증 절차를 소홀히 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국감장에 있었다.
- 특혜와 구조적 불평등 대형 기획사의 행사 주도권 집중은 중소 기획사·독립 음악인의 설 자리를 좁히고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며, 팬덤과 현장 노동자의 노동을 ‘산업 동원 자원’으로 단편화할 위험이 있다.
- 정부의 명확한 기준 확립 요구 국정감사를 계기로 행사의 단순 성과나 매출에 가려졌던 상표권 지분, 법인 이전 조건 등 권리 구조를 투명하게 밝히고, 정부 차원의 엄격한 협력 기틀과 책임 기준을 세워야 한다.
지난 8월 24일 칼럼 <팬덤의 축제? 박진영과 최휘영의 축제?>을 통해 정부와 대형 대중문화기획사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글로벌 한류 축제 ‘패노메논’ 행사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물었다. 어제(10월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는 그 질문을 상표권과 사업 참여 절차로 구체화했다.
팬덤을 앞세운 사업에서 기업의 권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 확보됐으며, 정부는 그 과정에서 무엇을 판단하고 승인했는가가 질문의 주요 대목이다.
국감장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JYP엔터테인먼트(대표는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가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출범 당일 ‘패노메논’ 국내 상표권을 단독 출원한 경위와 이후 해외 출원 과정을 따졌다. 국내 상표권 지분의 절반을 정부에 양도하는 계약과 해외 권리의 귀속 구조도 문제 삼았다.
국정감사는 한류의 성장을 내세운다고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정부는 왜 이 사업에 참여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기회를 제공하며, 무엇을 공공의 몫으로 확보하는지 설명해야 했다.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커질수록 그 설명은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정부-민간 공동사업을 왜 JYP가 상표출연했나
페노메논 논란은 한류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부가 정작 사업의 권리와 책임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묻는다.
박진영 공동위원장은 다른 사람이 상표를 선점할 가능성을 우려해 JYP가 먼저 출원했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처리 방식에 정상적이지 않은 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상표 선점의 위험이 있었다면 권리를 확보할 필요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필요가 특정 기업 명의로 출원한 결정까지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사업을 발표하기 전에 권리 확보 방안을 검토했는지, 기업을 통해 처리하기로 결정한 주체는 누구인지, 비용과 이전 조건을 사전에 정했는지 밝혀야 한다. ‘서둘러야 했다’는 설명은 당시의 상황을 전달할 뿐, 선택한 방식의 적정성을 입증하지 못한다.
상표권 미래가치와 전담 조직의 구조는 어떻게
상표권은 행사 이름에 관한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행사가 성장하면 그 이름 아래 공연과 시상식, 상품 판매, 협찬과 해외 사업이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홍보와 팬의 참여로 쌓인 명성이 상표의 가치로 축적되는 것이다. 권리의 초기 배치는 이후 사업을 통제할 주체와 범위를 결정한다. 따라서 출원 경위를 행정상의 미숙함으로만 다루면 앞으로 발생할 가치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놓치게 된다.
박 위원장과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전담 조직이나 법인이 마련되면 권리를 넘길 계획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렇다면 확인해야 할 것은 이전의 시점과 조건, 이전받는 법인의 지분과 의결권이다. 명의가 바뀌더라도 소수 기업이 의사결정을 지배한다면 권한의 집중은 유지된다. 정부가 어떤 감독 수단을 확보하고, 사업이 중단될 경우 권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까지 공개돼야 한다.

박진영 이름을 넘어 정부가 져야할 책임
이 논란의 책임을 박진영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방식도 경계해야 한다. 그의 경험을 활용하고 사업을 국가적 과제로 채택한 주체는 정부다. 민간기업은 사업 기회를 넓히고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정부는 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산업 전체에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개인의 해명과 진정성이 논란의 중심을 차지할수록 사업을 설계하고 승인한 행정의 책임은 뒤로 밀려난다.
박진영의 제작 경험과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는 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그는 정책의 영향을 받는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다. 전문성과 이해관계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어떤 결정에 참여했고, 관련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서 어떤 검토를 거쳤으며, 그 판단을 누가 확인했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성공한 제작자라는 평판은 이해관계를 관리하는 절차를 대신하지 못한다.
“좋은 뜻으로 일하려 했다”는 설명 역시 공적 판단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선의로 시작한 사업에서도 권리가 편중되거나 비용이 다른 주체에게 넘어갈 수 있다. 절차는 그런 결과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 추진자를 믿어달라는 호소가 검증을 대신하면 시민은 사업의 구조를 평가할 자료를 얻지 못한다. 공적 직책을 맡는다는 것은 권한을 행사한 근거를 설명할 의무까지 받아들이는 일이다.
박진영, 특혜가 아닐지라도 투명성엔 문제
국감에서 박 위원장은 4곳의 주요 기획사들이 각자 공연하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취지로 특혜 의혹에 반박했다. 그러나 공연 한 번의 수익만으로 사업 참여의 이익을 계산할 수는 없다. 장기적인 행사 운영 기회와 브랜드 가치, 협찬과 해외 확장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이들 기획사들이 다른 사업에서 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주장이 이번 사업의 참여 방식까지 공정하다는 증거는 아니다.
국가가 제공하는 가치도 예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라는 지위, 정부의 홍보, 관계기관과의 협력,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사업이라는 명칭은 사업의 신뢰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이러한 공적 자원의 가치는 남는다. 정부는 얼마를 지급했는지와 함께 어떤 기회와 권위를 제공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정부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도 분명해야 한다. 해외 공연과 유통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공동 행사를 추진한다면, 민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들어옴으로써 추가되는 공적 성과는 무엇인가. 이를 설명하지 못하면 유명 기업과 가수의 참여가 지원의 근거를 대신하게 된다. 흥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만으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형 기획사의 흥행 능력을 정책 참여의 기준으로 삼을 때는 자원 배분의 문제도 생긴다. 시장에서 확보한 인지도와 유통망이 공적 지원을 받는 자격이 되고, 그 지원을 통해 얻은 성과가 다음 기회를 정당화할 수 있다. 이미 성공한 기업의 우위가 반복해서 강화되는 구조다. 정부는 이 순환이 산업의 기반을 넓히는지, 기존의 서열을 굳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독립 음악인 참여, 팬덤의 공로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야
중소 기획사와 독립 음악인에게 무대를 일부 제공하는 것만으로 이 구조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행사에 출연할 기회와 사업의 방향을 결정할 권한은 다르다. 중심 기업이 기획과 운영, 거래 조건을 정하고 다른 주체는 초대받는 방식이라면 참여의 폭을 넓혀도 협상력의 격차는 남는다. 누가 결정하고, 누가 조건을 제시하며, 누가 자신의 권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문화적 다양성도 이와 연결된다. 대형 기획사가 강점을 가진 음악과 공연 방식이 국가를 대표하는 기준이 되면 시장 규모가 작은 장르와 창작은 정책의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다. 한류의 지속가능성은 이미 성공한 상품의 규모를 키우는 것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새로운 창작이 등장하고 시장에서 자리를 얻을 기반이 필요하다. 정부가 산업의 미래를 말하려면 현재의 성공 밖에 있는 가능성도 지원해야 한다.
팬덤의 축제라면 팬의 지위도 분명해야 한다. 팬은 홍보에서는 주인공이고 운영에서는 구매자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비용과 관람 조건에 의견을 내고, 불편과 피해를 제기하며, 운영을 바꿀 통로가 있어야 한다. ‘팬을 위한다’는 말은 팬들에게 더 많이 소비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으로 축소될 수 없다. 팬의 열정이 사업의 명분을 만든다면 팬의 요구도 결정에 반영돼야 한다.
팬덤의 기여를 국가적 성과로 계산하는 관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음악을 좋아하고 가수를 응원하는 활동에 수출 확대와 국가 이미지 개선의 임무까지 덧붙이면 개인의 취향은 산업을 위한 자원으로 취급된다. 팬의 애정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공적 자산이 아니다. 그 기여를 존중한다면 접근성과 이용 조건을 개선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으로 답해야 한다.
행사를 만드는 노동 역시 성과 평가에 포함돼야 한다. 무대의 규모와 관객 수 뒤에는 제작과 설치, 안전 관리와 진행을 맡은 사람들의 노동이 있다. 국가적 문화사업이라면 정당한 대가와 안전한 작업 조건을 계약과 운영 기준으로 확보해야 한다. 경제효과를 강조하면서 그 효과를 만드는 노동의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라면 성장의 성과와 부담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다.
무보수 봉사를 둘러싼 논쟁도 같은 기준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보수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업무 수행의 조건이지 의사결정의 적정성을 보증하는 자격이 아니다. 필요한 경비는 기준에 따라 지급하고 집행 내역을 공개하면 된다. 얼마나 희생했는지에 시선을 집중하면 권한을 어떻게 행사했는지 묻기 어려워진다. 공적 업무를 개인의 헌신에 기대는 관행은 책임의 기준을 흐린다.

역대 민간합동 대형문화행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배현진 의원의 질의는 자료와 제도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상표권 계약과 이전 조건, 참여 기업의 선정 기준, 정부 지원의 범위, 손실을 부담할 주체를 확인해야 한다. 현재 확인된 질의와 보도만으로 위법이나 부당한 이익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책의 책임은 위법 여부보다 넓다. 지원이 필요한지, 기회가 공정한지, 성과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까지 검증하는 것이 국정감사의 역할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전두환 신군부 초기 ‘국풍 81’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는 지난 박근혜 정부시절 차은택 씨가 민간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이 개입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사업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박진영과 최휘영이 주도하는 ‘패노메논’사업이 흥행하더라도 이 질문은 남는다. 관객 수와 매출은 행사의 성과다. 권리와 기회의 공정한 배분은 정책의 성과다. 흥행을 근거로 절차와 구조의 문제를 덮는다면 잘 팔리는 사업일수록 설명을 덜 해도 된다는 원칙이 남게 된다.
정부가 한류를 국가의 성과로 부르려면 그 성과를 만드는 사람들의 몫도 보장해야 한다. ‘패노메논 국감’이 남겨야 할 것은 유명 제작자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장면이 아니라, 정부가 기업과 협력할 때 지켜야 할 기준이다. 팬덤의 이름으로 시작한 사업이라면 마지막에 남는 권리가 누구의 것인지, 공공은 무엇을 얻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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