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美 파병 요구 비껴갔을까

트럼프, 호르무즈 함정 파견 요청 시사 1941년 진주만 공습 언급하며 ‘기 싸움’ 다카이치 “할 수 있는 것, 없는 것 설명” 유럽-일본, “호르무즈 안전 준비계획 환영” 소해함 파견 등 군수지원 약속했을 가능성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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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얘기 없을까

트럼프는 다카이치 일본 총리를 만난 후 조용해졌다. 투자선물만 받은 게 아니라 실제적인 군수지원도 약속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의 파병요구에 대한 입장과 대미 투자 약속 이행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 해결과 관련한 일본 역할 확대를 요구했지만, 자위대 파견 등을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는 모습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시작하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나서주길(step up) 기대한다”며 일본을 압박했다.

그는 4만5천명의 주일 미군 규모, 일본이 석유 9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사실을 언급하며 다카이치 정권이 이란 사태 해결에 일정 정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일 정상회담에 동석한 오자키 마사나오 관방 부장관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이란 정세에 관해 논의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에 일본이 공헌할 것을 요청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기뢰 제거용 소해함 파견 등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상회담 전, 일본 공동성명에 동참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확보는 에너지 안정 공급의 관점에서 중요하다”며 “일본 법률 범위 내에서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답변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호르무즈 해협 관여 문제를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왜 1941년 사전 예고도 없이 진주만을 공습했느냐”고 난데없는 질문을 하는 바람에, 다카이치 총리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미국의 이란 침략에 대한 비난을 일본 총리 면전에서 반박한 것이다.

그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려고 하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다르다”고 치켜세우면서 다카이치 총리를 난감하게 할만한 언사는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 유럽 국가들과 일본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움직임을 밝혔다.

주요 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19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력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일본이 참여했고, 한국은 빠져있다.

이들 국가들은 성명에서 “최근 이란이 걸프만에서 무장하지 않은 상선들을 공격하고 석유 및 가스 시설을 포함한 민간 기반 시설을 타격한 것, 그리고 이란군에 의한 사실상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력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표명한다. 우리는 현재 준비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의 헌신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연합군 편성이 이미 실무 단계에 들어갔음을 시사하며, 앞서 국제적인 공조 체제 하에서 군함 파견 등이 준비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일본 역시 평화헌법에 따라 교전 등을 예상하는 자위대의 파견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면서도, 아베 전총리 당시처럼 ‘조사·연구’ 목적으로 함정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기뢰제거를 위한 소해함 파견을 계획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는 회담 뒤 취재진과 만나 “다만 일본 법률의 범위 안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와 취할 수 없는 조치가 있으므로 이에 대해 상세하고 철저하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오자키 관방 부장관은 기자단에 방위비의 증액이나 평가에 대해 미국 측에서 제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대미 투자 확대로 군사적 압박 줄인 듯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직접적인 파병요구를 이렇게 비껴가는 대신 막대한 대미 투자를 재차 약속함으로써 ‘군사비용 보전’을 사실상 약속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는 일본의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로 총 730억 달러(약 109조원)에 달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천연가스 발전 시설 건설 등을 추진하는 내용의 공동 문서를 작성했다.

지난달 발표된 1차 프로젝트 규모인 360억 달러(약 54조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일본은 지난해 미국과 무역 합의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를 일부 낮추는 대신 미국에 5천500억 달러(약 819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막대한 투자 규모뿐 아니라 SMR, 데이터센터 인근에 지을 발전 시설 등 2차 투자 프로젝트 내용도 인공지능(AI) 발달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불안정한 중동 정세를 고려했을 때 핵심 투자에 가깝다는 데 양국이 뜻을 같이했다.

공동 문서에서는 미국 알래스카 원유 증산 인프라, 대형 원자로, 첨단 디스플레이 공장, 구리 정련 시설, 데이터 센터용 배터리 등 향후 검토할 투자 프로젝트도 언급됐다.

양국은 희토류 등 주요 광물을 인질로 경제 제재에 나서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중요 광물 공급망 강진성(강화)을 위한 미일 행동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한국내 파병 여론조사 ‘부정적’

한편 미-일 정상회담이 끝난데 따라 미국은 파병 요청했던 국가중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한국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미 당국은 이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더 큰 경제적/군사적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별도의 채널로 압박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 요구나 미국 무기구매 확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는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결과 미국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과 관련해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조사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군함을 파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55%로 집계됐고 ‘파견해야 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으며, 15%는 의견을 유보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진보층에서는 70%가 파견에 반대했으나, 보수층에서는 찬성 45%, 반대 42%로 팽팽하게 맞섰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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