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변심? 약달러 버리고 ‘강달러’ 방패 들었다
케빈 워시를 지명한 숨은 의도는 강달러” 선택적 관세+강달러의 조합 가시화 수출경쟁력보다 금융구매력 택하면, 한국 등 동아시아 외인자금 급속 이탈
수출 확대를 위해 약달러를 고집하던 ‘어제의 트럼프’는 없다. 이제 그는 고관세의 충격을 흡수할 강력한 ‘달러 방패’를 앞세워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재편하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통화한 후, 미국이 인도에 대한 관세를 18%로 인하하고,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이 상호관세 25%에 러시아 석유 거래에 따른 제재성 관세 25%를 더해 총 50%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했는데, 제재성 관세는 철회하고 상호관세도 25%에서 15%로 전격 인하한 것이다.인도는 그 대가로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과 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를 약속했다.
모든 국가에 고관세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동맹(탈중국 파트너)’에게는 관세를 깎아주는 대신 확실한 정치/경제적 이득(러시아 원유 중단 등)을 챙기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의 더 큰 관심은 이 반전 드라마의 이면에 있는 ‘인사 정책’에 쏠려 있다.
어쩌면 연준 차기 의장에 케빈 워시를 지명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에 대해 일대 정책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호했던 약달러 정책을 버리는 한편 강달러 정책을 채택하고, 관세는 더욱더 전략적 동맹에게 유연한 거래를 하는 것 말이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알려진 케빈 워시가 이 위험한 조합에 동의한 논거는 ‘AI 생산성 혁명’에 있다. 워시는 AI 기술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는 금리는 낮춰 경제 성장을 돕되, 연준의 비대해진 자산(QT, 양적 긴축)을 대거 팔아치워 시중의 달러를 귀하게 만드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워시가 강달러 정책전환을 통해 관세부과로 인한 수입가격 상승을 상쇄시키는 정책을 선택했다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돌아다니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미국을 향해 급속도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등을 종합하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선택한 이유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외신은 단순히 제롬 파월 의장을 교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 전략의 목표가 ‘수출 경쟁력’에서 약탈에 가까운 ‘금융 구매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얘기한다.
“관세는 높이고, 수입가는 낮춘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2기의 경제 방정식이 ‘고관세 + 강달러’라는 새로운 조합을 찾은 게 아닐까 주목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트럼프가 관세 폭탄으로 인한 국내 물가상승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강달러를 ‘방패’로 선택했다고 본다. 관세가 물건값을 올리더라도 달러 가치가 강해지면 수입단가가 낮아져 소비자 가격 인상을 상쇄하는 물가 상승의 ‘중화’가 가능하다는 것.
이는 트럼프가 그토록 원하던 ‘저금리’보다 ‘물가 안정’과 ‘달러 패권’을 우선시하기로 차기 연준의장 지명자와 합의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이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을 정책 조합이기도 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워시의 ‘취임 선물’ 시나리오다. 워시가 트럼프의 요구대로 금리를 깎아주긴 하겠지만, 그전에 연준이 쥐고 있는 자산을 대거 팔아치워 시장의 달러 자체를 귀하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즉, 금리는 내려주는 대신 시중에 달러를 줄이는 것으로, 단기적인 경기 부양(금리 인하)은 하되, 달러의 희소성(QT)은 유지해 통화 가치를 방어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 달러 인덱스는 97.7선까지 반등하며 4년 만의 저점에서 강력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말 달러 인덱스는 약 93.64까지 떨어지며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1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격히 반등해 현재의 97.7선까지 올라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 가격이 30% 넘게 폭락하고 금값이 11% 하락한 것에 대해 “달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를 때, 대체 자산들은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고 표현했다. 전 세계 자본이 ‘오직 달러’라는 안전판으로만 쏠리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는 것이다.
“돈은 다시 미국으로”
강한 달러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는 전 세계 자본을 미국으로 빨아들이는 거대한 자석이 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미국이 이제 상품을 팔아 돈을 벌기보다, 미국 국채와 달러 자산의 가치를 높여 전 세계의 부(Wealth)를 점유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평가하면서, 이는 자국 내로 자본을 귀속시켜 재정 적자를 메우고 경제 패권을 유지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물론 이에 대해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같은 정책변화로 강달러가 기세를 올리더라도 미국 제조업(러스트 벨트)에 타격을 주기 시작하면 트럼프가 다시 워시를 압박해 약달러로 선회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는 트럼프에게 ‘강달러-고관세’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전까지 한국과 같은 대외 의존도 높은 국가들은 극심한 환율 변동성이라는 ‘긴 겨울’을 버텨내야 한다.
원화 환율 1,500원 시대 우려는?
문제는 이 ‘전략적 강달러’ 기조가 한국과 같은 신흥국 경제에는 직격탄이 된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미국의 강달러 독주가 시작되면 원·달러 환율은 1,500원 돌파를 위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 등은 워시 지명 이후 달러 인덱스가 급등하면서 원화와 같은 신흥국 통화가 가장 먼저 매도세에 노출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원화 약세로 인해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가격이 치솟는 ‘수입산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가로막고 내수 경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 여기에 개인투자자, 국민연금 등이 수익률과 안전성을 찾아 달러 자산으로 몰려가면서, 국내 금융 시장에서 달러가 더욱 귀해지는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 한국의 ‘통화 주권’이 위협받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우려다.
도널드 트럼프-케빈 워시-스콧 베센트가 이끄는 ‘강달러-고관세’ 체제는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미국의 경제 패권을 유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인도처럼 ‘전략적 동맹’의 지위를 확보해 관세 장벽을 낮추거나, 달러 자산 쏠림에 대응할 수 있는 고도의 환율 방어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 경제의 ‘통화 주권’ 사수가 절실한 시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