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내 마음에 훅 들어왔어요”
[김유진의 미국 사는 이야기] 미국 유권자 사로잡은 트럼프 동영상 US오픈 우승자 디섐보와의 라운딩 트럼프의 긍정이미지 철저히 부각시켜 3일만에 800만명 조회수...지지자 열광 오락가락 유권자 사로잡을 이미지 연출
난리 난 디섐보와 트럼프의 골프 동영상
얼마 전 LIV리그로 이적한 프로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Bryson DeChambeau)는 구독자 90만명을 보유한 셀럽 유튜버이기도 하다. 그는 ‘Break 50(50타를 깨라)’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채널은 여러 유명인들과 ‘유리한 조건’ 하에서 22언더파인 50타 (파 72 기준) 이하로 게임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플레이하는 컨셉트를 가진 채널이다. 참고로 50타를 깨려면 18홀 모두를 버디 이상으로 완벽하게 플레이해야 하며, 그중 최소 5 홀에서 이글(-2)을 해야 한다.
지난 7월 23일 디섐보의 채널에 동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Can I Break 50 With President Donald Trump?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50타를 깰 수 있을까요?)
트럼프가 디섐보의 채널에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브라이슨 디섐보가 자발적으로 트럼프를 섭외했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 동영상은 브라이슨 디섐보라는 셀럽 골퍼를 이용한 트럼프 선거캠프의 특별한 마케팅과 관련되어 있었다.
올해 78세인 트럼프가 앞으로 4년동안 국정을 수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체력과 집중력,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네거티브 이미지를 벗어나 친근하고 부드러운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중점을 둔 듯 하다. 해당 동영상은 올라온 지 3일만에 현재 8백만명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채널의 구독자는 단박에 120만이 넘었다. 이 동영상은 유투브 전체에서 인기 급상승 동영상 순위 19위를 기록하고 있고 인스타, X등등 이미 수만 건이 넘게 리트윗되고 쇼츠(Shorts)로도 계속 만들어져 확산되는 중이다.
건강하고 골프능력 뛰어난 모습 뒤에
트럼프는 지난 6월 27일 바이든과의 첫 대선토론에서 자신이 핸디캡 6의 싱글골퍼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골프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설마 78세의 고령에 그정도 실력까지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바이든에 비해 골프라는– 상당한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만큼 자신의 건강상태가 월등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발언이어서 실력의 여부와 관계 없이 ‘골퍼’ 트럼프의 건강이 아주 양호하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었다.
해당 영상은 레드 티(lady’s tee)에서 디섐보와 트럼프가 차례로 샷을 해서 떨어진 두 공 중에서 더 좋은 공으로 다시 두 사람이 샷을 하는 “스크램블+베스트볼” 방식으로 치러졌다. 모든 샷을 더 좋은 조건에서 두 번 하게 되고, 퍼팅도 마찬가지로 같은 자리에서 두 번 시도하게 되니 그만큼 확률이 높아진다. 트럼프가 티샷을 안전하게 가운데로 보내 놓으면 장타자인 디섐보가 그린을 향해 마음놓고 샷을 질러대는(?) 전략이었다.
이 영상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능력은 가히 놀라왔다. 트럼프의 드라이버샷은 200야드(182m)를 훌쩍 넘겼다. 아이언샷은 자로 잰 듯 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고, 퍼팅은 홀컵에 똑똑 떨어졌다. 저것이 78세 노인의 샷이라니! 실제로 필자가 골프장에서 만나는 70대 노인들의 드라이버 샷은 평균 150야드(137m) 안팎이었다. 장담하건대 30~40대 팔팔한(?) 아마추어 골퍼들 중에 드라이버로 200야드를 못 넘기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하나 있다. 필자 또한 공인 핸디캡 11에 가끔씩 로우싱글 스코어를 치는 골프광이기도 한데, 필자의 눈에는 이 동영상은 트럼프의 좋은 샷들만 가려 편집된 것으로 보인다. 즉, 트럼프의 스윙으로는 거리는 몰라도 18홀 내내 그정도까지 정확하게 공을 날리기엔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물론 나이를 감안할 때 발군의 실력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트럼프가 골프채를 힘있게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충분히 어필이 되었다.
해당 동영상에서는 트럼프가 직접 카트를 운전하고 디섐보가 옆좌석에서 트럼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정치적인 주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공화당 선거캠프는 이 동영상을 철저하게 “골프” 한가지로만 포장하려고 했다. 물론 트럼프가 멋진 아이언샷을 그린에 올린 후 “바이든은 이걸 할 수 없을 걸”이라 말하며 싱긋 웃음을 짓는 장면 정도는 나온다.

동영상 첫머리에 나오는 타이틀은 트럼프 특유의 컬컬한 육성이 더빙된 “One of the greatest rounds of golf ever played”이다. 디섐보는 채널의 구독자수가 7월 30일 전에 100만명 을 넘긴다면 5명의 구독자를 추첨하여 각 1천달러씩 주겠다고 했다. 또한 버디 하나당 1만달러, 이글 하나당 2만달러를 작전 중 부상을 입은 참전용사와 군인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하여 이 동영상이 트럼프의 선거운동이 아닌 순수한 펀드레이징을 위해 기획되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디섐보는 지난 2022년 1억 2천 5백만 달러를 받고 PGA에서 LIV로 이적한 인물이다. 그가 이번 동영상을 통해 얻게 된 혜택과 수익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기로 한다.

철저한 각본과 기획으로 만든 동영상
지금부터는 좀 더 집중적으로 동영상을 분석해 보자.
트럼프는 전 세계에 골프장 17곳을 운영하고 있는 골프 재벌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자신의 선거 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새겨넣은 빨간 모자를 썼고 그가 운전하는 카트 좌석 등받이에 대통령 인장이 수놓아져 있다. 모자에는 45-47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45대 대통령었던 그가 47대 대통령이 다시 되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인다.
이 동영상은 트럼프가 암살미수범으로부터 피격 당하기 전인 7월 초순경 제작되었다. 그리고 이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것은 카멜라 해리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기정사실화되면서 몇 군데서 지지율 여론조사가 역전되었다는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던 7월 23일이었다.
디섐보는 라운딩 내내 “Mr. President”보다 “My partner”라는 호칭을 더 많이 사용했다. 트럼프 또한 디섐보를 파트너라고 불렀다. 두 사람의 대화는 철저한 각본에 따라 짜여진 것으로 보인다. 디섐보의 장거리 티샷이 미스가 나고 트럼프가 친 공을 선택해 그린에 공을 올린 후 트럼프의 퍼팅으로 버디를 잡았을 때 디섐보는 “He did it on his own(그가 온전히 그 혼자만의 힘으로 해냈다)”라는 멘트를 한다. 재판, 피격 등 모든 악조건을 물리쳐가며 이번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어쩌면 11월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 트럼프를 향한 다분히 중의적인 뜻을 내포한 말이다.
(사전각본이 준비된 것으로 보이는) 디섐보의 멘트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트럼프의 아이언샷이 자신보다 더 핀에 가깝게 붙었을 때 “I think the president hit it inside me (그가 나보다 더 가깝게 붙였어요)”라는 말을 한다. 필자는 이 멘트를 이 동영상의 제목으로 정하고 싶다. 골프라는 메소드를 제외한다면 “그가 내 마음에 훅 들어왔어요.”로 들려지는 이 말은 공화당 지지자들 뿐만이 아니라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중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라인이다. How brilliant! 공화당 지지자 아닌 나조차도 이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으니.

트럼프의 플레이에 매료된 시청자들
골프는 체력은 물론 강한 정신력과 집중력, 그리고 판단력이 요구되는 운동이다. 거기에 자신의 능력을 감안한 냉정한 게임플랜도 갖춰야 한다. US Open 우승자인 브라이슨 디섐보와 코스 공략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과 그가 47대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미국과 전 세계의 복잡한 현안들에 대해 각료들과 앉아서 회의하는 모습을 연관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또다시 디섐보의 공이 아닌 자신의 공으로 버디 퍼트를 성공하는 트럼프와 이쯤에서 또다시 등장하는 멘트, “He is carrying me(그가 날 이끌어 가고 있어).” 이쯤이면 트럼프 선거캠프 브레인들에게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 된다.
“왼쪽은 워터해저드야, 네 샷이 멀리 가긴 하지만 그쪽으로 치면 안돼. 적당히 오른쪽을 공략하는 것이 좋아. 실패하더라도 내가 만일을 대비해서 안전하게 보내 놓을테니까. 그게 우리가 함께 사는 방법이지.” US Open 우승자이자 세계 랭킹 9위의 디섐보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이미 두사람의 플레이에 푹 빠져버린 시청자들의 귀에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앞으로 무조건 독단적이지 않고, 때로는 안전하게, 미국의 이익을 위한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말로 들려질 법하다.

동영상 후반부로 가도 트럼프의 플레이와 체력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린 입구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는 200m가 넘는 오르막 12번홀에서는 티샷을 한 번에 그린에 올려 핀 옆 4피트에 붙여버리는 괴력(?)을 보여준다. 80노인이 이 정도 난이도의 홀에서 티샷을 핀 옆 4피트에 붙일 확률은? 이쯤 되면 편집된 동영상이건 조작된 것이건 의미가 없다. 시청자들은 이미 트럼프의 플레이에 매료되었다.
동영상에는 4만개에 가까운 댓글들이 붙었다. 부정적인 댓글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골프 실력에 놀랐다’, ‘그의 인간적이고 온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댓글들이 가장 많지만 필자처럼 이것이 기발한 캠패인 전략중 하나라는 것을 간파해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마도 댓글을 올린 사람들만을 놓고 투표를 한다면 90%이상의 표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22언더는 못깼지만, 선거는 이미 이긴 분위기
라운딩은 6번 홀을 제외한 모든 홀에서 버디나 이글을 기록했지만 아쉽게도 22 언더파(50타)로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트럼프는 해저드로 빠져버린 디섐보의 공 대신 자신의 공으로 두번째 샷, 약 20피트의 버디펏까지 성공시키며 50타를 완성해 버린다. ‘엇, 조작의 냄새가 나는데?’ 하는 순간 게임은 끝나고, 디섐보는 “That’s how we do it. That’s how you finish off the round.”라고 하며 트럼프의 승리를 예견하는 듯한 멘트를 빼놓지 않는다.
비록 목표했던 49타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트럼프 캠프의 이번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카멜라 해리스의 민주당은 안타깝게도 이런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8월 시카고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리스 등판 이후 몇몇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이길 수도 있다는 희망론이 고개를 쳐들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쪽은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듯 하다.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는 포스트 코로나바이러스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무역위기, 전쟁 등 최악의 조건 속에서 치러진다. 전 세계가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미 유권자들은 대외정책, 무역, 낙태, 의료보험, LGBT(성적소수자) 등등의 현안보다, 좀 더 멀쩡한 사람이 대통령직을 맡아야 한다는 선택을 하는 부담으로 이번 선거를 치른다.
바이든의 낙마로 그 프레셔(압박감)가 조금은 덜해졌을까? 트럼프는 전당대회 이후 부드러운 로우톤(low tone)으로 바뀌었다. 몇 인치 차이로 생명을 건진 그가 얼마든지 더 과격해질 수 있지만 공화당 캠프는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피격사건 직후 촬영된 한 장의 사진, 그리고 이번 골프영상까지 트럼프의 이미지는 싸움닭, 범죄자, 인종차별주의자 등에서 건강하고 똑똑하며 냉철함에 부드러움까지 겸비한 지도자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지 굳히기’는 따라가는 자가 아닌 앞선자의 전략이다.
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에서 멍군을 부를 차례인데 마땅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오바마 전대통령의 지지선언으로 해리스 캠프는 한시름 놓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몇발짝 앞서가고 있는 트럼프를 따라잡을 회심의 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해당 동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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