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과 사악한 노인, 누구에게 미국을 맡길까

[김유진의 미국 사는 이야기] 민주당 지지자가 보는 2024년 대선 “사악한 노인 트럼프로 넘어가는 중” “치매 노인 바이든은 곧 사퇴할 듯” 미국 분열 더하고 병들텐데 막을 방법 없어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대통령(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대통령(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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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선제와 승자독식

미국 대통령선거는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이다. 엄밀히 말하면 직-간선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1792년 연방법으로 제정된 후 300여 년동안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경성법’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방식은 독특하다. 유권자는 분명히 투표지에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 후보의 이름 옆에 있는 동그라미에 색칠을 한다. 그러나 그 투표결과는 당선에 직접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인구수에 비례해 주(state)별로 할당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의 표로 결정된다. 총 유권자 득표수가 한 표라도 많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표를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방식으로 승패를 정한다.

예를 들면 지난 2020년, 총 선거인단 11표의 아리조나주에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표는 조 바이든 49.36%, 도널드 트럼프 49.06%로 고작 0.2%(총 1만 457표)의 차이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박빙이었지만 어쨌든 승리한 바이든이 선거인단 11표를 몽땅 차지했다.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였던 아리조나주의 이변이었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후보별 각 주당 선거인단 확보 수.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후보별 각 주당 선거인단 확보 수.

결국 그해 대선에서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총 유권자 득표율에서는 51.3%인 8128만 3495표를 얻고, 전체 선거인단에서는 56.25%인 총 306명의 표를 차지해 압승을 거뒀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총 득표수가 46.9%(74,223,755표)에 달했지만, 선거인단수에서는 232표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총 득표수 차이는 700만 표(4.4%)였지만 승자독식인 선거인단 수에서는 74표(13.7%) 차이의 결과가 나왔다.

이 선거방식은 여러가지 맹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맹점은 민심에서 이겨도, 즉 더 많은 전체 유권자들의 표를 확보하고도 선거인단 수에서는 질 수 있다는 것. 지난 2016년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힐러리 클린튼 민주당 후보는 전체 유권자 득표수에서 6585만 3514표(48.18%)를 얻어 6298만 4828(46.09%)을 얻은 트럼프보다 약 3백만 표를 앞섰으나 정작 선거인단 숫자에서는 232표(트럼프 306표)를 얻는데 그쳐 트럼프에게 석패하고 말았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선거지형

미국은 진보와 보수의 지역적인 정치색깔이 분명하다. 도시에서 차를 타고 두어 시간만 빠져 나가면 이민자들이나 수입차들의 모습이 사라진다. 백인들의 세상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백인들이 사는 지역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판단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들 중에는 대를 물려가며 공화당 이외의 후보에게는 절대 표를 주지 않는다. 미국산 자동차를 두고 수입차를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며, 북한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뿔달린 테러분자’라고 믿고 있을 만큼 정치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집단이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몇 개 주를 제외한 내륙지역은 “나라를 팔아먹어도 공화당만 찍을” 정치적 보수지역인 것을 알 수 있다. 평생 사업가로 이름을 날린 머리 좋은 트럼프는 바로 이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미국 45대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오는 11월 5일 화요일에는 미국 4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총 선거인단 수는 538표로 지난 대선과 같다. 그러나 전체 선거인단 숫자는 공화당 강세지역에 3표가 더해지고 반대로 민주당 강세지역에는 3표가 줄어들었다.

둘 중 누가 당선이 되어도 혜택과 위험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다. 트럼프는 바락 오바마 전대통령이 넘겨준 경제지표들을 4년의 재임기간동안 비교적 잘 유지했다. 물론 2018년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타격으로 인해 모든 숫자들이 주저앉았으나 그것을 트럼프의 잘못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 정책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이어졌고, 이는 바이든 정부로 넘어가면서 공산품 가격 상승을 시작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단초가 되었다. 그는 미국적 가치라고 여겨지는 통합과 화합을 부정하고, 이민자 추방에 전력을 다했으며 오바마 전 정부의 업적들을 지워나가는데만 혈안이 되었다.

또 오로지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에만 집중하여 국민들간의 분열을 초래했다. 총기류 규제 반대론자인 그의 재임기간 미국인들의 총기보유가 급증했고 총기사건 역시 늘었다. 미국은 분열했으며, 그의 도덕적 권위와 행정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는 전세계 지도자들 중 최악이었다.

실망스러운 바이든 집권 업적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장 극성을 부리던 2020년에 집권한 바이든 역시 4년 재임기간 순조롭지 못했다. 78세라는 나이보다 차라리 88세가 더 어울리는 그의 어눌한 말투와 힘없는 걸음걸이도 그의 국정 수행 능력에 의심을 더하게 했다. 그는 말실수가 지나치게 많아 재임기간동안 꾸준히 인지능력에 대한 조롱을 들어야 했다. 그의 중동정책은 실패했다고 해도 될만큼 일관성이 없었으며, 특히 미국의 영원한 우방일 것만 같았던 사우디와의 관계 악화는 그의 대표적인 실책 중 하나였다.

팬데믹 기간동안 보험 가입자들의 부담을 100%까지 면제해 주는 America Rescue Plan을 실시해 막대한 재정 손실을 초래했으며, 치솟는 물가를 잡을만한 아무런 정책도,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아무런 카리스마도 보여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드러내놓고 친이스라엘 논조로 일관하여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TV토론이후 급변한 미 대통령 선거 판세

누가 더 잘할 것인가가 아닌, 누가 더 최악이냐는 것을 가지고 선택해야 하는 미 유권자들의 딜레마는 첫번째 대선토론 이후 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다. 미국인들은 이제는 둘 중 누가 건강한 상태로 임기를 마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었다.

건강상태를 제외하면 두 사람 중 더 큰 리스크를 가진 사람은 당연히 트럼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분동안 TV 화면에 비쳐진 바이든의 흐리멍텅한 눈빛 하나로 단박에 트럼프가 유리한 상황으로 올라섰다.

트럼프가 지난 2016년 힐러리를 누르고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보수지역(공화당 강세지역)에 ①이민자들로부터 미국인들에게 와야 할 혜택(의료, 학비보조, 세금)을 빼앗기고 있다, ②나는 중국에 뺏긴 생산직 일자리들을 되찾아오겠다, ③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이 세가지 공약을 일관적으로 호소했기 때문이었다.

이 세가지의 전략은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었다. 이들에게는 중국에 집중된 공산품들의 생산 일자리를 미국이 가져 오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상품들의 가격이 오를 것에 대한 냉정한 분석은 없었다. 미국의 치솟는 의료비와 약값이 병원, 의사들과 보험사, 제약회사들의 횡포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불법 이민자들이 빼앗아 간 자신들의 밥그릇인지 냉정히 판단할 필요도 없었다.

트럼프가 이민자들을 싫어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인지도, 베트남 전쟁의 징집을 회피한 것도, 남성우월주의자인 것도, 세금포탈로 부자가 된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트럼프가 집권하면 이민자들을 다 내쫓고 미국인들끼리 행복하게 위대한 미국을 다시 세우게 될 줄로 알았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법 리스크라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현재 뉴욕 맨하튼 대배심에서 그가 돈으로 성추문 입막음을 하려 했다는 혐의의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 선고공판은 9월 18일로 미뤄져 있다. 또한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참모들이 위스콘신 주의 선거인단 조작을 기획했다는 혐의로도 기소가 되어 있다.

누가 더 최악일 것이냐?

필자는 지난 6월말 대선 토론이 열리던 기간동안 한국 방문중이었다. 애써 시간을 내서 토론을 시청했지만 토론 내용은 하나도 건질 것이 없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두 사람은 “내가 더 잘했다”가 아닌 “우리 둘 중 누가 더 최악의 대통령인가?”를 가지고 입씨름을 하는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나는 핸디캡 6의 싱글 골퍼이다, 바이든 당신은 골프채를 휘두를 힘도 없어 보인다”라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발언도 했다. 바이든은 유난히 말을 더듬고 실수하며 상대적으로 똘똘하게 공격하는 트럼프를 막아내지 못했다.

실제로 이 토론에서 바이든은 한 시간동안 서 있기도 힘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82세인 그가 78세 트럼프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하고 쩔쩔 매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참혹하기까지 했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옷을 벗기면 지금 당장 요양원에 보내도 이상할 것 없는 늙고 초라한 한 노인의 모습이었다.

앞으로 몇 차례의 토론이 더 있겠지만 바이든은 무언가 기막힌 반전이 없이는 이번 대선이 불리해졌다고 본다. 민주당 지지자인 나조차도 고물 TV처럼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 바이든의 뇌회로가 과연 국정을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트럼프는 굳이 바이든의 실패한 경제정책, 이민자 정책, 그리고 중동정책 등을 공격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질문에 대해 바이든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시종일관 넋나간 표정을 하고 있는 바이든을 조롱하기에 바빴으니 말이다.

결국 이 첫번째 대선토론에서 바이든이 더 잘했다는 여론은 15~25%에 불과했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바이든 사퇴론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 시간 내내 멍한 표정으로 일관한 조 바이든.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 시간 내내 멍한 표정으로 일관한 조 바이든.

바이든에게 멀어지는 민주당 지지자들

미국인들은 우스개 소리로 “바이든이 당선되면 어쩌면 중간에 대통령 선거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라며 바이든의 건강과 국정 수행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대선토론을 끝까지 지켜본 민주당 지지자들은 “가슴이 아프다,” “안타깝다,” “끝났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토론 후 이틀만에 바이든이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72%까지 나타난 것을 보면 바이든의 사퇴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지지자들조차 미국을 위해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압박을 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트럼프로서는 이만한 호재가 없다. 고령리스크를 가진 바이든이 완주해도, 바이든이 사퇴하고 대체주자가 나와도 그에게는 불리할 것이 없는 꽃놀이패를 쥐었기 때문이다. 설령 바이든이 사퇴한다고 해도 오는 11월까지 트럼프를 상대할 만한 대안이 민주당에 없다는 현실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교체할 수 있는 가능성은 바이든이 자진사퇴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8월에 있을 시카고 전당대회에 세울 대안인물을 찾는 일이다. 현재 부통령인 카멜라 해리스가 대안이라는 주장이 강하지만 흑인에 여성이라는 약점, 그리고 과연 해리스로 트럼프를 꺾을 수 있을지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뉴섬은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의 선거인단 54표조차 통째로 빼앗길 수 있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을 정도로 주내에서조차 입지가 탄탄하지 않은 사람이다. 미셸 오바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역시 흑인에 여자라는 약점이 있고 판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바이든이 남은 토론에서 선전할 수도 있고, 돌연 사퇴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어떤 국면으로 전환될 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앞으로 남은 4개월...우리 기업의 리스크

민주당 내각에서는 카멜라 해리스를 대안주자로 밀어주자는 의견이 하루 하루 지날수록 더 거세지고 있다. 물론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어도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바이든을 고집해 처참하게 패배하느냐, 아니면 해리스를 내세워 반전의 기회로 삼느냐를 가지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59세의 해리스는 바이든의 최대 약점인 건강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기는 하나, 총 270표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하는 미국의 대선에서 해리스가 확실히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주들이 과연 몇 개나 될지에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그가 과거에 그랬듯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친환경 산업지원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현재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중인 현대, 배터리 공장에 투자한 SK와 LG, 삼성 및 태양광 판넬을 생산하는 한화 등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대중국 무역분쟁은 다시 고개를 쳐들 수 있다. 중동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고, 바이든 정부가 잡지 못한 물가는 아예 고삐가 풀려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백인과 유색인종 사이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며 미국은 다시 분열로 병들 것이다.

이런 예측된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유권자들의 마음은 “치매가 의심되는 노인”보다 “못되고 사악한 노인”의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자칭타칭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이 처한 2024년의 암울한 현실 속에 유권자들의 속은 하루하루 까맣게 타들어간다.

글쓴이

김유진 칼럼니스트

필자인 김유진(Eugene Kim)은 단국대학교를 졸업하고 1988년 도미(渡美), 2004년까지 로스앤젤레스(LA) 소재 다국적 광고대행사 PanCom International에서 Creative Director 및 카피라이터로 근무했다. 현재는 커머셜 전문 보험회사 Cal-Kor Insurance의 부사장이자 프리랜서 번역가, 카피라이터 및 포토그래퍼로 활동중이다. 두루 아는 것은 많지만 남들보다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는 잡학서생(雜學庶生)이라고 자신을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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