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에게: 미국 대선, 아직 장담하긴 이르다
[김유진의 미국 사는 이야기] 한국 언론의 미국 언론보도 베끼기 미 언론 대부분 ‘트럼프 싫어해’ 좌파진보 편향 알고 외신 보도해야 한국 언론, 해리스 ‘우세론’ 단정말아야 섣부른 판단보다 ‘한국의 대비’ 체크해야
미국 대선을 보도하는 한국 언론
언론이 정상적인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시민 작가는 기존 레거시 언론들의 독점시대는 이미 막을 내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이 주도하던 시대가 끝나가면서 그들이 옳다고 믿고, 추진하고, 사회의 시스템으로 구축해 왔던 콘크리트 같은 개념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기호에 맞게 미디어 정보도 취사선택한다. 김어준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겸손은 힘들다’가 기성언론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청취율과 조회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김어준이라는 (어쩌면 그 또한 기성세대의 일원일 수도 있는) 한 언론인이 그의 지극히 좌파적 성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시대의 구미에 맞는 마케팅전략을 발판으로, 날것 그대로의 정보를 전달하는 본질적인 문제에서 타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만큼은 아니라도 미국의 언론들도 편향적인 성격을 띠는 곳들이 많다.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처럼 좌파 진보적 성향을 띠는 곳이 있는 반면, 폭스뉴스나 뉴욕포스트처럼 우파적 성향을 띠는 언론사들도 많다. (그러나 좌/우파 언론의 대표 격인 워싱턴포스트나 폭스뉴스조차 한국의 조선일보처럼 가장 왼쪽이나 오른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
미디어의 편향성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신뢰도가 낮거나 좌우 편향성이 뚜렷한 언론사들이 많은 것에 대해 미국인들은 그다지 불편해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언론의 편향성과 신뢰도보다 언론을 소비하는 데 중점을 두기도 하지만, 언론에 대한 의존도가 한국인들처럼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미국의 언론사들은 꾸준히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적 논조를 유지하는데 그다지 방해받지 않는 편이다. 약간의 편향성은 오히려 기존 독자/시청자들의 충성도(loyalty)를 유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미국 언론을 곧이곧대로 보면 안되는 이유
언론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존도(dependency)와 그들이 받는 영향(influency)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것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선거일 불과 하루 전날까지, 아니 투표를 마치고 걸어 나오는 유권자들도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언론들은 진보, 보수를 불문하고 힐러리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실제 유권자들의 총득표수에서 힐러리는 트럼프에 300만 표 이상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48.2% 대 46.1%) 전체 선거인단 득표수에서는 227표를 얻는데 그쳐 304표를 얻은 트럼프에게 큰 격차로 패배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그리고 2024년, 현지시간 8월 22일, 카멜라 해리스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끝으로 지난 8월 19일부터 4일간 치러진 민주당의 시카고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성공적이었다’는 것으로 표심이 움직였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언론들은 이미 전당대회 이전, 바이든 사퇴 직후부터 카멜라 해리스의 우세를 점쳐왔다. 여러 가지 여론조사 결과들도 그랬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 민주당의 시카고 전당대회를 시청한 약 3천만명의 미국인들 중 공화당 지지자들은 몇%나 될까?
- 대회장 바깥에서 벌어진 전쟁 반대시위는 어떻게 되었을까?
- 과연 바이든의 민주당에 등을 돌렸던 지지자들이 이번 전당대회 이후에 해리스에게로 돌아올 것인가?
- 트럼프의 이름을 투표지에서 세번씩이나 보아야 하는 피곤한 유권자들이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미국의 언론이나 한국의 언론에서 이런 기사들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미국의 기성 언론들은 트럼프를 싫어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언론사들은 폭스뉴스나 시카고트리뷴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트럼프가 언론인들에게서 인심을 잃은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장이나 인터뷰에서 기자들에게 대놓고 망신을 주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다.
트럼프에 말려드는 미국 언론들
지난 7월 31일 시카고에서 있었던 NABJ (National Association of Black Journalists) 컨퍼런스에서 트럼프와 사회자 카디야 코바는 오프닝부터 부딪혔다. 사회자는 트럼프에게 “당신이 그동안 해온 인종차별적인 발언들이 있다. 왜 흑인 유권자들이 당신을 지지해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라고 물었다. 트럼프는 이에 “인사도 생략하고 처음부터 이렇게 무례한 질문을 하다니, 당신 ABC 소속인가? 거기는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최악의 언론이야”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트럼프의 모습이었다.

사실 이 인터뷰의 주 논쟁거리는 트럼프의 “해리스가 과연 흑인인가?”라는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나는 그녀가 흑인인 줄 몰랐다. 해리스는 언제나 자신의 인도계로서의 (해리스의 어머니는 인도계 이민자) 정체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더니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흑인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 장면은 뉴스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급속하게 번져 나갔고, 모든 언론사들은 트럼프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필자는 트럼프의 이 발언이 다분히 계산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자신이 어필해야 할 대상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차피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생각이 없다. 아래 대선지도를 보면 트럼프가 승리했던 2016년(왼쪽)과 패배했던 2020년(오른쪽), 어느 주들에서 이기고 졌는지 알 수 있다.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니아는 전통적인 경합주(swing state)들이었고, 여기에 조지아와 아리조나, 그리고 네바다주 등이 새롭게 부상했다. 네바다주를 뺀 이들 다섯 주의 선거인단 수는 62표이고 이것을 가져가는 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전통적 경합 3개 주(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니아)에서 백인(특히 중산층 이하)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라. 그들은 지난 2016년 힐러리가 아닌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었다. 과연 그들은 오는 11월 5일,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한국의 언론들은 미국 뉴스를 베끼는 기사를 쓰기 전에 먼저 미국 언론들의 성향과 이곳의 공기를 파악했으면 한다. 앞서 말했듯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처럼 언론에 휘둘리지 않는다. 언론기사만 가지고 판단하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지금 30% 미만이라야 어울린다. 트럼프와 흑인 유권자들의 관계는 영영 회복이 불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NABJ와의 인터뷰 후 트럼프가 흑인 및 소수계들로부터 완전히 따돌림을 당했다고 보면 안 된다. 해리스가 흑인인 줄 몰랐다는 그의 발언이 어떤 부류들에게는 사뭇 설득력이 있게 들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한 목소리로 트럼프를 비난하는 언론들에 반해, 수천 수만 개의 클립과 숏츠 버전으로 유튜브 상에 퍼진 동영상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Trump is telling a truth. I don’t think she is black.(트럼프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 그녀가 흑인이라고 나도 생각하지 않는다)”이라는 의견들이 상상 외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다분히 계산적인 이러한 발언을 통해 미국이라는- 평등해 보이지만 유리천장이 분명히 존재하는- 나라에 처음부터 존재했고, 지금도 깊이 뿌리박고 있는 인종차별주의(백인우월주의)를 투표장 앞까지 끌고 나오기 원한다. 소수계 이민자들에게 ‘범죄자’라는 호칭을 붙이기에 주저하지 않는 트럼프에게 화합보다는 미국의 분열이 도움이 된다. 그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다분히 백인우월주의와 보수적 성향을 감추고 있는 백인들에게 “내가 흑인들을 비롯한 소수계들과 싸워 줄 너희들의 백인대통령이다”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해리스가 선거에 이기려면
선거는 아직도 70여 일이나 남았다. 어째서 언론들은 해리스의 승리에 이리도 조급한 것인지 참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모든 것이 지난 2016년과 아주 흡사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뉴스 베끼기에 충실한 한국 언론들은 성급하다 못해 아예 “카멜라 해리스의 대관식”이란 헤드라인까지 걸며 설레발을 치고 있는 중이다.
해리스의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이다. 오는 11월 5일, 더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일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찬조연설에서 또렷이 말했다. “Don’t boo, vote instead(우 하지만 말고 투표하러 나와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리스가 승리하려면 바이든에게 등을 돌린 민주당 지지자들의 집 나간 표들을 찾아와야 한다. 원래 트럼프에게 갈 표들은 해리스에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11월 선거의 결과에 대해 필자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대답은 한 가지이다. “아직 모른다. 섣불리 예견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것이다. 현재 어떤 언론사도 스윙스테이트 3개 주의 현지 공기를 정확히 전달해 주지 못하고 있다. 모르면 입이라도 다물어야 하는데, 이들은 좀 더 자극적인 제목으로 자신들의 기사가 ‘소비’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
한국 언론사들은 여기에 한술 더 뜨고 있다. 필자는 한국의 언론사들이 가지고 있는 공정성, 전문성, 탐사성 등의 뉴스 가치를 논하기 전에, 현지 분위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한글번역 기사들을 소비해 줄 만한 이유를 전혀 찾지 못한다. 타 매체의 보도를 짜깁기 표절하고, 그 표절한 기사를 또 다시 베껴 쓰는 것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만큼 한국 언론의 저널리즘 수준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해외에 나와있는 특파원들조차 외신을 표절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것을 보며, 한국 언론은 ‘저널리즘 구현’이라는 그들의 존재 목적을 아예 망각하고 있는 단계까지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 언론이 보지 않는 미국 민심
그 현지 분위기라는 것은 꼭 현지에 살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더 고민하고 찾아보면 얼마든지 발견해 낼 수 있다. 아래는 지난 8월 10일 발표된 뉴욕타임스의 전통적 3개 경합주에 대한 선거여론조사이다.

이 여론조사를 보고 해리스가 꽤 의미 있는 차이(해리스 48% 대 트럼프 43%)로 앞서는 것처럼 보도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보다 인종별, 학력별로 구분된 조사결과에 더 집중하고, 이들 3개 경합주의 소득, 인종분포, 과거 선거결과 등을 조사해 본다면 여전히 이곳에 사는 저학력, 중저소득의 백인남성들이 큰 차이로 트럼프를 굳건히 지지하고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이 여론조사 결과조차 지난 2016년의 양상과 매우 흡사함을 보이고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언론 기사만을 가지고 판단했을 때, 지난 세 번의 대선기간 동안 트럼프가 우세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거리에서, 카페에서, 시장에서 만나는 미국인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필자가 거주하는 전통적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조차도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을 만나보기 어렵다. 언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주 거주지가 도심지역이라는 점은 이들이 바닥민심을 읽지 못하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된다. 이곳에서 필자가 들을 수 있는 바닥민심의 목소리는 주로 이런 것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동성애, 낙태, 마약 등의 문제로 미국이 난장판이 될 거야.”
“트럼프가 잘못했다고? 그럼 바이든이 한 건 뭐가 있는데?”
“해리스가 대통령 되면 흑인들 판치는 세상이 온다니까.”
“총기를 소지하는 것은 헌법상의 권리야. 오히려 그것을 규제하려 하는 것이 위헌이지.”
“이러다가 중국이나 한국에 경제주도권을 다 뺏길 거야, 트럼프 아니면 누가 지켜준대?”
“불법이민자들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어.””
적어도 이런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내는 언론사들은 2016년에도, 지금도 없었다. 아래 그림을 보면 2016년의 트럼프는 백인들의 지지율에서 힐러리에 20%이상 앞섰다. 백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종들은 압도적으로 힐러리를 지지했다. 그러나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율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백인들은 트럼프가 국경을 봉쇄해서 남미 이민자들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들은 평생 범법을 저질러 온 트럼프가 미국의 법과 질서를 회복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림에서 보듯,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는 백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특히 대학 졸업학력 이하의 유권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상대적으로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미국인들이 힐러리를 지지했지만, 미국인들의 4년제 대학 졸업률은 34%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 부분에서 절대적인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언론들은 이 지지율이 2024년 대선에서 왜 무너질 것인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일방적인 해리스의 우세 점치기는 그들의 희망사항뿐일 것이다.
70여일 남아 있는 선거기간은 그야말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는 시간이다. 조금 더 신중하게, 냉철하게 지켜보아야 되겠다. 과연 해리스가 유리천장을 부수고 올라갈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넘기 힘든 백인들의 철옹성 앞에서 좌절하게 될지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언론의 마사지에 취해 섣부르게 민주당은 승리를 자만해선 안된다. 그렇게 믿어서도 안된다. 미국은 아직도 백인들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힐러리가 넘지 못한 벽을 해리스가 타고 올라가려면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주고 무엇을 빼앗아올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부딪혀야 한다. 전당대회에서 선언했듯 해리스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는 미국의 이념을 어떻게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지 유권자들에게 진솔하게 어필해야 한다. 이미 다 이긴듯한 행동과 스탠스는 ‘샤이(shy) 백인’(한국 언론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자극하기만 할 뿐이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는 것의 또 다른 의미들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는가에 따라서 자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에 이익 관계가 달라질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스탠스 또한 바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그의 재선이 유럽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정책도 그가 지난 재임기간 동안 고수하던 강경한 대응방법을 다시 들고 나올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 8월 20일 전기자동차에 대한 세금공제(tax credit: 미국은 전기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7,500달러, 소득에 따라 최대 10,000달러까지 세금환불을 해 주는 정책을 채택하여 전기차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의 자동차와 배터리 제조산업도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중산층에게 돌아갈 세금혜택을 빼앗아 어느 곳에 쓸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미국인들만의 입장으로 보면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남성우월주의자, 총기규제 반대론자, 그리고 단 한 번도 빈민층이나 소외된 계층에 대한 공감능력(empathy)을 가져본 적이 없는 트럼프가 두 번씩이나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은 미국의 수치이자 불행이다. (수정: 초고에 “어쩌면 세 번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 트럼프가 당선되면 48대 대통령으로 연임이 가능해진다”고 썼습니다.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기에 수정합니다. 트럼프는 이번에 대통령이 되더라도 2028년 대선에는 출마할 수 없습니다. )
2016년부터 트럼프의 재임기간 4년 동안 미국은 끝없이 분열했다. 많은 억울한 죽음들이 있었다. 철없는 백인들은 공공장소에서 스스럼없이 “Go back to where you came from!”이라 소리쳤다. 2017년 10월 1일에는 스티븐 패독이라는 백인 미치광이가 라스베가스 만달레이 호텔 32층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는 광장의 군중을 향해 1000여 발의 총을 난사해 61명이 죽고 860명이 다쳤다. 트럼프 정부는 이 사건을 범인 스티븐 패독의 단독범행이라고 단정 짓고 서둘러 수사를 끝냈다.
2020년 5월 25일에는 미니아폴리스에서 백인우월주의 경찰 데릭 쇼빈이, 체포에 순순히 응했던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질식사망하게 했다. 곧이어 발생한 과잉진압을 항의하는 시위에 대해 트럼프는 무력을 행사한 시위대를 범죄자들이라고 지칭하며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시위대에게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한 트럼프의 대처는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2021년 1월 6일, 46대 대선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급진 트럼프 지지자들은 무기를 들고 국회의사당을 습격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나라를 되찾기 위해 지옥같이 싸우라”라고 선동했다. 이후 기소되었던 트럼프는 올해 7월, 미 연방대법원에서 면책특권을 인정받았다. 면책특권을 인정받은 것은 무죄라는 뜻이 아니다. 그가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는 판결을 연방 대법원에서 내렸을 뿐이다.
그 외에도 러시아 대선개입, 환경정책의 역행, 무슬림 입국제한, 플로리다 총기난사사건 발언, 탈세, 채무불이행, 성폭력 입막음 사건, 횡령, 포르노 출연 등등 그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되는 이유들은 차고 넘친다.
평생 범법자로 살면서 그가 가진 막대한 재산과 권력을 이용해 법을 조롱해 온 그가, 무너진 법과 질서를 다시 바로 세워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절반 가까이 되는 곳이 이 미국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그것조차 한국의 현실상황과 너무나 닮아 있지 않은가? 지난 2022년 트럼프와 너무나 비슷한 사람을 선택한 한국인 유권자들이 그 후로 얼마나 참혹하게 민주주의가 추락하는지 몸소 겪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언론들은 오늘도 미 대선판도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해리스던 트럼프던, 자국민 우선주의 정책을 펼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그것은 한국에게 썩 달갑지 않은 결과로 다가올 것이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우리는 폐렴에 걸린다. 제발 한국 언론들은 책임감을 가져 주길 바란다. 성급한 우세론을 말하기 전에 해리스가 되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트럼프가 되면 우리는 또 어떤 현실에 당면해야 하는지 더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내년 이후에 헤쳐 나가야 할 한국의 현실에 대해 좀 더 고민하는 기사들을 써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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