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질의 전략, 충고의 테크닉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상대 공감 얻지 못할 거면 하지마라 정 하라면, ‘인정과 칭찬’으로 무장해제 또 공감하고, ‘공동의 적’도 만들어보고 지적질, 본인 우월감 과시 아닌지 점검해야
후배가 뭔가 실수를 했다. 눈에 거슬린다.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다음에 또 같은 잘못을 저지를 듯하다. 잘 얘기하고 지적해서 재발을 막아야 할 것 같은데 이게 생각보다 간단치가 않다. 뭔가 한 마디 했을 때 상대가 기분이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가 MZ세대라면 더욱 그렇다. 동의하지 못할 때 그들이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표현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안다. 그러니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고 지적질을 했다가는 오히려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완벽하게 준비한다는 게 그리 쉬운가? 잘못하나 교정하자고 플랜씩이나 준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론 이런 건 속 깊은 사람들의 고민이다. 주변에 보면 별 논리도 없이 자기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용감하게 내뱉는 분들도 있다. 맞다. 그런 사람들이 꼰대다. 꼰대가 되지 않는 법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했으므로 (2023.08.08자 ‘멘토는 고사하고 꼰대가 되기 싫다면’) 우리 독자들은 꼰대가 아니라고 가정하자. 하여간 남들에게 조언 내지 지적질을 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지적질의 전략’이다.
진우 : 성우야, 너 어제 보니까 일하는 순서가 문제가 있더라.
성우 : 네? 무슨 말씀이세요?
진우 : 아니 IPA 프로젝트가 더 중요한데 CPA 프로젝트를 먼저 했더라? 일이라는게 중요한 거부터 해야지, 급하다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부터 하는 거… 안좋은 습관이야.
성우 : CPA 프로젝트도 굉장히 중요한 건데요?
진우 : 그게 또 무슨 말이야? CPA 프로젝트는 규모도 작고 그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같이 갈 회사도 아니잖아?
성우 : 선배님, CPA 프로젝트는 규모는 작아도 이익률이 높아요. 그리고 IPA프로젝트가 아무리 중요해도 급한 것부터 먼저 처리하는 게 맞죠.
진우 : 아니, 선배가 가르쳐주면 좀 생각을 하고 대답해라. 내가 말하는 핵심은 중요한 일을 급한 일보다 먼저 처리하라는 거야.
성우 : (못마땅한 표정으로) 네, 알겠습니다~
진우 : 진짜 알아 먹은거야?
성우가 진우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동의했을까? 아닐 것이다. 공감도 못했으니 진우의 ‘가르침’을 통해 뭔가 깨닫거나 변화할 가능성은 제로이다. 뭐가 문제일까?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성우의 태도가 문제라고?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게 본다면 ‘지적질의 전략’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는 것이다. 마음을 열고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보자.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라
상대의 무언가를 바로잡고 싶을 때, 즉, 지적을 하고 싶을 때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교도소에 갇힌 수감자들의 90%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범법을 했다고 판결까지 받은 사람들조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사소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아마도 99%의 사람들이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 본성의 문제인 지도 모르겠다.
이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첫번째 순서이다. 즉, 내가 무언가를 바로잡고자 하는 대상, 즉 지적질의 대상은 웬만해선 자기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깔아야 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상대는 변명을 하거나 잘못의 이유를 다른 누구 혹은 사건으로 돌릴 것이다. 그것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제를 깔고 사안을 다시 보자.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지적질을 하는 것’… 그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꼭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내가 한 마디 해봐야 서로 기분만 나빠질 것이고 시간 낭비에,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그냥 넘어가라. 그것을 권하고 싶다. 그럼에도 내가 너무나 아끼는 사람이고 이 사안은 반드시 바로잡고 가야겠다면? 그렇다면 바로 그 마음… ‘간절함’을 가지고 상당히 번거로울 수 있는 다음 단계로 향해보자.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방법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에게 잘못을 인정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강압이나 권위? 그런 것을 이용해 겉으로는 굴복한 척 만들 수는 있다. 저 대화 속의 성우처럼.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는 상대가 진심으로 인정하게 만들 수는 없다. 사람이 인정하고 변화하려면 우선 상대방에게 ‘공감’을 느껴야 할텐데 강압이나 권위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까?
변화의 필요 조건은 공감이다. 공감하지 않으면 상대 말이나 의견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그 의견을 따르는 변화란 당연히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과거 칼럼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공감이란 ‘같은 편에 서있다는 느낌’이다. 상대의 공감을 얻으려면 우선 상대와 같은 편에 서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와 같은 편에 서는 첫번째 수단은 인정과 칭찬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인정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돼 있다. 사람에게 본능적인 욕구 외에 가장 큰 욕구를 들라면 ‘중요한 사람, 의미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그 인정한다는 것을 가장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칭찬이고. 그러니 상대가 나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칭찬하면 자기도 모르게 무장해제를 하게 된다.
상대와 같은 편에 서는 두번째 수단은 공동의 적을 만드는 것이다. 평소에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사람들도 공동의 적이 생기면 연합하고 뭉치게 돼 있다. 생존이 달린 상황에서 사소한 감정은 무시되는 법이다. 그러므로 상대와 공동의 적이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은 같은 편이 되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이다. 공통으로 대척점에 있는 일이나 사람을 적으로 만들고 적을 비판하거나 적으로 인해 느끼는 고난을 표현하면 된다. 정치색이 같을 경우 상대 당을 함께 비판함으로써 동지애를 느끼는 식이다. 공동으로 주어진 힘든 과업이 있을 경우 그것으로부터 오는 고통을 표현함으로써 역시 동지애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때로는 공동의 적을 찾기 어려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가상의 적을 만들기도 한다. 요즘 시대라면 AI라든지 바이러스라든지… 인간에게 무언가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을 표현해 위기감을 조성하고 이를 함께 극복해야 할 동지애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매끄러워진 지적
자, 이렇게 같은 편에 섰다면 사실 이 이후는 대개 자연스럽게 풀리게 된다. 중요한 작업이 이미 끝난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지난 대화의 변화를 살펴보자.
진우 : 성우야, 어제 보니까 CPA 프로젝트 깔끔하게 잘 처리했더라.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인데 잘한 것 같아.
성우 :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해야 할 일이 이것저것 많아서 뭐부터 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CPA가 기한이 얼마 안남아서 먼저 처리했어요.
진우 : 요즘 IPA에, CPA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힘들지?
성우 : 예. 일이 항상 이렇게 동시에 밀려드네요.
진우 : 회사가 사람을 더 뽑아주든지 해야지, 계속 일만 늘이고 말야.
성우 : 맞아요. 점점 한계를 느껴요.
진우 : 네가 일을 잘하니까 더 많은 일이 온다 생각해. 확실히 네가 맡은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잖아.
성우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선배님의 지도 덕분입니다. 하하.
진우는 인정, 칭찬, 공동의 적 만들기, 그로 인한 고통 토로 등을 통해서 성우가 진우를 같은 편으로 느끼도록 만들었다. 한마디로 무장해제를 시킨 것이다. 이제 조언의 준비는 끝났다. 그 다음을 지켜보자.
진우 : 성우야, 그런데 나 한가지만 부탁할 게 있어.
성우 : 어? 뭐요? 말씀하세요.
진우 : 급했던 건 CPA프로젝트가 맞는데 사실 회사로 볼 때는 IPA프로젝트가 더 중요해.
성우 : 그렇죠. 매출 규모도 그렇고…
진우 : 그래. 다음에 의사결정 할 때는 급한 일보다는 중요한 일 먼저 처리하면 좋을 것 같다.
성우 : 아, 그 말씀이 맞죠. 급한 일보다는 중요한 일 먼저 하라고 했는데 막상 일할 때는 잊어버려요.
진우 : 허허. 맞아. 사실 나도 그렇긴 해. 말이 쉽지 현실에서 적용한다는 게 어렵지.
성우 : 네. 그래도 다음에 의사결정 할 때는 꼭 기억하고 적용하겠습니다.
진우 : 그래, 역시 똑 부러진다.
성우 : 헤헤. 감사합니다!
진우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을 잘 보자. 진우는 훈계하거나 지적을 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부탁’이라는 표현을 써서 접근한다. 상대가 유능하고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든 다음에 그 연장선상에서 부탁을 한다는 식이다. 성우는 자신이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부탁’이라는 표현에 눈이 번쩍 떠진다. 자기가 다 들어주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 뒤에 나오는 건 부탁의 내용이 아니다. 성우도 어느 지점에서는 그것이 부탁이 아니고 권고 내지 훈계임을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진우가 자기와 같은 편의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말일 것이라고 몸과 마음이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고 기꺼이 받아들이게 됐다. 진우는 본인도 실천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면서 끝까지 ‘같은 편 스탠스’를 놓치지 않는다. 다시 한번 칭찬도 가해서 심리적 호감선을 더 공고히 한다. 어렵게 꺼낸 권고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현명하다.

부부간의 대화에서도
미화 : 당신 애들한테 그렇게 세게 얘기하면 어떡해?
병갑 : 뭐가? 잘못했으면 따끔하게 혼을 내야 제대로 알아듣지.
미화 : 한창 예민한 시기에 그렇게 하면 반발심만 나오지. 애들이 새겨 듣겠어?
병갑 : 당신이나 잘해. 내 교육 방식에 참견하지 말고.
미화 : 왜? 내 교육 방식에 뭐 문제 있어?
병갑 : 됐어. 그냥 각자 방식대로 하자고.
미화 : …
충고하려다 기분만 상했다. 사실 우리 일상의 모습은 대개 이런 식이다. 그래서 함부로 지적질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충고하는 것도 어려운데 동등한 관계는 당연히 더 어렵지 않을까? 어? 부인이 윗사람이라고?(하하. 개인적 철학은 나중에 따로 만나서 논의하기로 하고…) 하여튼 동등한 관계에서도 요령은 ‘전과동’이다.
미화 : 이 녀석들 요즘 사춘기라 그런지 정말 말을 안들어.
병갑 : 그러니까 몇 번을 얘기해도 바뀌는게 없으니…
미화 : 우리 이러다 빨리 늙겠다. 당신은 일 때문에 안그래도 스트레스 많이 받을 텐데…
병갑 : 나야 뭐… 나보다는 당신이 더 힘들지.
미화 : 아니야. 나는 애들 교육에 신경 쓸 시간이 많으니까… 당신은 애들까지 신경 쓰려면 힘들지 않아?
병갑 : 허허. 괜찮아.
미화 : 우리 뭔가 애들 훈육 방법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병갑 : 어떻게?
미화 : 아무래도 애들이 예민한 시기라 강압 보다는 타이르고 유도하는 쪽으로 훈육하면 어떨까 싶어.
병갑 : 응. 당신 말에도 일리가 있다. 다음에는 그런 방법을 시도해보자.
미화 : 그래. 어쨌든 애들이 잘되라고 하는거니까.
병갑 : 맞아. 정답이네.
우리는 흔히 상대를 가르쳐서 변화시키는 것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호의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많은 경우 지적질은 본인의 우월감에서 나오는 행위이다. 나의 우월한 부분을 보여줘서 내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고 의미 있는 인간인지를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언가 남에게 충고나 권고를 하고 싶다면 스스로의 마음 속을 잘 들여다보자.
그렇게 들여다봤는데 내 우월감 때문이 아니라 확실히 상대를 위한 것이라면? 그 때는 앞에서 얘기한 전략과 요령을 총동원해서 얘기를 꺼내는 것이 좋겠다. 이 정도의 수고로움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면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맞다. 간절함이 없는 충고는 어차피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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