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은 한국은행에서 36년째 근무하고 있는 금융전문가다. 한국은행 조사부, 자금부, 금융시장국 등 정책관련 부서를 거쳤고 워싱턴사무소장, 인재개발원장, 금융결제국장, 부산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비서실과 미주개발은행(IDB) 등에서도 근무했다.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 '숫자 없는 경제학', '금융오디세이', '중앙은행 별곡', '법으로 본 한국은행'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금융 에세이스트다.
차현진의 글
-
경제
신현송 한은 총재의 혜안과 모순
신 총재가 세 번이나 강조한 ‘원화 국제화’ 곤혹스러웠던 인사청문회를 뚫고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21일 취임했다. 그동안 쌓아 올린 국제적 명성과 화려한 경력 때문에 워낙 많은 기대를 받는 분이라서 취임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취임사에서 유독 눈에 띄는 말이 있었다. ‘원화 국제화’다. 무려 세 번이나 언급되었다.
-
경제
금리인상 러시, 변곡점은 ‘11월 미 중간선거’
딱 6개월 전 이 칼럼에서 “2022년은 1980년의 데자뷰”일 것임을 전망했다(1월 24일). 당면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고자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세계 경제 전체가 하강하는 모습이 1980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까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그 전망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다만 국제유가는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다. 서방세계의 제재와 서유럽을 향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 더해져서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 하반기는 어떠할 것인가?
-
오비추어리
하늘 나라에는 고비용 저효율의 문제가 없을까
조순 부총리의 부음을 듣는 순간 책장을 향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있는 그 분의 저서 『J.M. 케인즈(비봉출판사 1982년}』을 펼쳤다. 그 분이 쓰신 수 많은 저서 가운데 내가 가장 아끼는 책이다. 일부 언론의 부고 기사에도 고인을 ‘한국의 케인즈’라고 소개했다. 고인에게서 배운 후학들은 그 분께서 얼마나 케인즈를 추앙하고 닮으려고 했는지 잘 안다. 학문적 업적 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에서도 케인즈의 행적을 좇아가보려고 노력하셨다.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 관직을 맡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도 “훌륭한 경제학자라면 경세가로서도 성공해야 한다”는 어머니 플로렌스의 말에 따라 케인즈가 걸었던 길을 의식한 것이라고 보인다.
-
경제
암호자산, ‘심판의 날’이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만 30만 명이 울고 있다고 한다. 가격 폭락으로 하룻밤에 50조원이 증발한 암호자산 루나와 테라의 이야기다. 놀랄 만한 뉴스는 또 있다. 이른바 김치코인에 속하는 테라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최근까지 암호자산 시장에서 8~9위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히 암호자산 시장에서도 한류가 펼쳐지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K-팝과 K-컬처에 이어서 K-크립토(K-crypto)는 이제 어려울 것 같다. 세계 각국의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국의 금융시장을 점검하면서 암호자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
오비추어리
고(故) 나웅배 부총리를 추모하며
요즘 1930년대 생의 부음을 자주 듣는다. 전두환 대통령(1931년생), 이경식 부총리(1933년생)에 이어 며칠 전에는 나웅배 부총리(1934년생)가 별세하셨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경식과 나웅배 두 사람은 1957년 한국은행에 함께 취직했다. <더 칼럼니스트>를 통해 고 이경식 부총리를 추모했으니, 고 나웅배님께도 똑같은 추모의 마음을 표하고자 한다.
-
경제
러시아의 고민, 미국의 고민, 한국의 고민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은 현대전은 군사력으로만 판가름 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결사항쟁 의지와 서방의 빗발치는 비난 속에서 러시아군은 침략자 답지 않게 의기소침한 모습이다. 전황이 녹녹치 않을 뿐만 아니라 후방의 경제상황은 더 참담하다. 유럽연합(EU)의 금융제재에 따라 러시아는 세계 4위의 외환보유액 중 절반 이상을 쓸 수 없다. 70% 이상이 묶였다는 보도도 있다. 루블화의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중앙은행이 결국 금리를 9.5%에서 20%로 난폭하게 인상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그래도 백약이 무효하다. 조만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리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한다. 급기야 러시아는 민간지역에도 폭격을 시작했다. 스웨덴 같은 중립국조차 우크라이나에게 무기를 공급하려고 하니 빨리 항복을 받아내려고 안달이 난 것이다. 침공 열흘이 되어가는 지금 러시아는 수렁에 빠진 것이 확실하다.
-
경제
인플레이션, 내 탓인가 남 탓인가
2022년 세계경제는 안개 속에 싸여있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의 확산, 미중 무역 갈등,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 등 불안한 요소들이 경제전망의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 거기에는 40년 만에 등장한 인플레이션의 공포도 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좀 사정이 다르다. 불가사의(unthinkable)하다기 보다는 미스테리에 가깝다.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미 연준은 “아직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검토할 때가 아니며 추가적인 진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2~3년 뒤라는 숫자까지 밝혔다. 그때 인플레이션의 조짐이 살짝 보였지만, 그것은 심각한 현상이 아니라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
인문·문화
이름값을 하려면 이름이 있어야 한다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청와대 건물은 창씨개명으로 악명 높은 미나미 지로(南次郎) 조선총독이 지었다(그 전에는 조선총독 관저가 서울의 용산 미8군 기지 자리에 있었다). 해방을 맞자 미 군정사령관 존 하지 중장이 그 건물을 이용했다. 그때까지는 그 건물의 이름이 그냥 ‘관저(官邸)’였다. 식당의 이름을 그냥 ‘식당’이라고 붙이는 것처럼 싱거웠다. 이름이라고 할 수 없었다.
-
경제
남의 집 부부싸움에 국제기구가 끼어드는가?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지난 달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소문 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확인시켜 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하여 각국 국가원수들만 30명 가까이 참석했지만, 눈에 띄는 진전은 없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할 일이 많은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이 빠졌고 인도는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
-
오비추어리
고(故) 이경식 부총리의 영전 앞에서
먹먹하다. 그 분의 부고를 접하는 순간, 바로 전날 머릿속을 스쳤던 생각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직감했다. 전날 서울 망원동의 최규하 대통령 자택 부근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옛날 그 집을 함께 드나들던 고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님을 떠올렸다. 1979년 12.12사태 당시 경제수석비서관이었던 고인은 한은 총재가 된 이후에도 최규하 전 대통령께 자주 문안을 드렸다. 그때마다 필자가 고인의 비서로 동행했다. 퇴임한 대통령과 비서, 그리고 그 비서의 비서가 소박한 응접실에서 차를 마셨다.
-
경제
사라지는 ATM, 보존 대상인가?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10월 1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국회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보도자료를 쏟아낸다. 그래서 깜짝 놀랄만한 뉴스가 이어진다.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생활밀착형 뉴스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ATM(현금자동 입출금기)이 1769대나 사라졌다는 소식이 그 중 하나다.
-
경제
환경주의자들, 왜 중앙은행을 노리나
[치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우리나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과정은 꽤 길다. 1980년대 말부터 우리 정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조심스럽게 가입을 타진하자 OECD 당국이 각종 회의에 한국을 옵저버로 초청했다. 이리저리 ‘간’을 본 우리 정부는 1995년 3월 정식으로 가입신청서를 제출했고, 각종 위원회별로 긴 심사과정을 거쳐 1996년 12월 회원국이 되었다. 하지만 정확히 1년 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맞았다. 거기서 나온 골프 규칙이 ‘OECD 룰’이다. 한 번 자격에 도달하면, 인정사정없이 호된 벌칙이 가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