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러시, 변곡점은 ‘11월 미 중간선거’

[차현진의 삼라만想] 지금 인플레, 중앙은행 잘못 아니듯 통화정책, 지금 인플레 잡지 못할 것 중간 선거후 글로벌 공급망 회복 노력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머리를 감싸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머리를 감싸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딱 6개월 전 이 칼럼에서 “2022년은 1980년의 데자뷰”일 것임을 전망했다(1월 24일). 당면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고자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세계 경제 전체가 하강하는 모습이 1980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까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그 전망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다만 국제유가는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다. 서방세계의 제재와 서유럽을 향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 더해져서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 하반기는 어떠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인상이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미 연준이 그저께 소위 ‘자이언트 스텝’, 즉 0.75% 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하여 한미 간 금리 수준이 역전되었다. 당연히 한국과 다른 나라들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를 것이다. 그 결과 자본시장, 부동산시장, 암호자산시장이 계속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 분명하다.

금리인상만 걱정거리는 아니다. 최근에는 민간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경기둔화를 걱정하는 소리도 자주 들린다. 이 글에서는 그 두 문제를 점검해 보고자 한다(환율과 외환보유액 등 대외부문은 나중에 다룰 예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날을 조금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근 언론의 보도는 지나치게 비관적이다.

기대 인플레이션

갈릴레오는 망원경부터 만들고 그것으로 목성의 위성들을 발견했다. 경제학자들은 정반대다. 말문이 막히면 우선 낯선 개념부터 만들어 논리를 보강하고, 나중에 그 개념을 측정하는 도구나 통계량을 개발한다. 갈릴레오가 볼 때 경제학자들은 이상한 사람들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딱 그렇다. 경제분석에서 ‘기대’라는 심리적 요인이 동원된 것은 19세기 말이다. 프랑스의 토목공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에밀 세숑(Emile Cheysson)이 재화시장에서 수급이 균형점에 수렴하는 과정을 설명(미시경제분석)하기 위해서 기대라는 개념을 이용했다. 그런데 1930년 미국의 어빙 피셔가 그 기대를 거시경제분석에도 접목했다(그러니까 거시경제에서 기대라는 말이 쓰인 것이 90년밖에 안 되었다). 그에 따르면 ‘명목이자율=실질이자율+기대인플레이션’이다. 이것을 피셔효과(Fisher effect)라고 한다. 그런데 피셔는 이 등식을 제안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의 측정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인간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기대’를 수치화하는 방법에 왕도가 있을 수 없으므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측정하고 활용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기대인플레이션의 가장 단순한 측정방법은 여론조사다. 여론조사를 통한 기대인플레이션은 사회 분위기와 언론보도에 좌우된다.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다보면 앞으로도 물가가 오르리라는 상상이 쉽게 확산된다. 즉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우리의 상상과 달리- 미래의 바로미터라기 보다는 현재의 바로미터이기 쉽다.

그저께 한국은행이 7월중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기대치가 4.7%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수준이다. 이것을 두고 ‘인플레 소용돌이’니, ‘물가 공포’니, ‘고물가 고착화’니 하면서 앞날을 걱정하는 보도가 지면을 덮었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통해 짚는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정보가 될 수 없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정보라기 보다는 현재에 관한 정보에 가까워서 하나의 참고지표일 뿐이다. 하반기 물가는 정부 정책과 국내외 경제상황에 따라 상승세를 멈출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정부가 10월을 물가상승의 정점으로 보는 것도 충분히 타당한 주장이다). 물가가 오른다는 소식에 인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되고 그 기대 때문에 물가가 또 오를 것을 걱정하는 것은 개가 자기 꼬리를 보고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기 경착륙

지금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가 시작되었느냐 여부를 두고 학계는 물론이고 전·현직 재무장관(래리 서머스와 자넷 옐런)까지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에 가까운 3.6%를 보이고 있어서 경기침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과 1분기(△ 1.4%)에 이어 2 분기에도 연속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다.

실물경제 시계열이 충분히 길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수출입 통계를 기준으로 비슷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4월이후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 수출증가율이 크게 둔화되었음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경기의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비관론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면 물가는 오르고, 실질임금은 하락하며, 고용은 감소하는 경기불황이 시작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으로 경기둔화는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때마다 소비(0.04~0.15% 포인트), 투자(0.14~0.28% 포인트 )도 비례해서 하락한다. 당연히 고용사정이 좋아질 리 없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그것을 각오하고 지금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느냐 여부는 부질없는 논쟁이다.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는지 여부는 1~2년 뒤에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유독 미국에서 경기침체 시작 여부가 부각되는 이유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되었다면 고용이 더 악화되면서 경기의 경착륙(hard landing)이 불가피한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늑장대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 시작 여부가 커다란 정치적 쟁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논쟁을 벌이는 것은 불필요하다.

경기둔화와 관련하여 진짜 중요한 질문은 주요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언제까지 계속되느냐다. 이 문제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금리인상만으로 제압할 수 있느냐”와 같은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당히 회의적이다. 1990년대 초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세계경제는 세계화의 이익을 실컷 누렸다. 나라와 대륙에 상관 없이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이례적으로 낮았다. 그것은 물가(명목임금)와 고용(실업률)의 관계가 약해지는 필립스곡선의 평탄화(flattend Phillips curve) 현상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말해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의 전세계적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도시 봉쇄 등에서 시작된 공급망 차질,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돌출한 대퇴직(great resignation) 움직임과 노동력 부족, 나아가 세계화와 역행하는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각각의 강도와 지속시기는 예측할 수 없지만, 통화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금리인상으로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것은 성공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서 각국의 금리인상 러시는 적당한 때 멈출 수밖에 없어 보인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변곡점

영화 『은교』에서 스승이 제자를 꾸짖는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고. 이는 통화정책에도 적용된다. 1990년대 미국과 세계 경제가 만끽했던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는 베를린 장벽 붕괴 뒤에 찾아온 세계화의 결과였다. 그것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을 잘해서 이룬 업적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진행중인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을 잘못한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공급망 차질이라는 단기 요인과 세계화 역주행이라는 장기 요인이 결합해서 형성된 결과다.

그러므로 결론은 이러하다. 당장의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도움은 되겠지만, 잘못하면 과잉대응할 위험이 있다. 인플레이션 퇴치의 궁극적 처방은 공급망 차질의 근원적 원인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이전에는 근원적 처방이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노동력 부족 등을 언급하는 순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와 노동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도시 봉쇄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강조하면, 당장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하고 수입을 늘려야 한다. 중간선거 전에 결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결국 11월 이후에야 그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다뤄지리라 전망된다. 그때까지는 우리나라가 교역조건 악화(환율, 유가 상승)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금리인상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의 상승은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한편, 장기적으로 보면 세계화의 퇴조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불가피하다. 주요 선진국 정부가 경제안보를 앞세우며 세계화의 후퇴를 받아들이는 이상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는 어렵다. 1990년대가 이유 없이 물가가 안정된 ‘대안정기’였다면 2020년대는 그 반대의 ‘大불균형기(great unevenness)’가 되기 쉬워 보인다.

글쓴이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은 한국은행에서 36년째 근무하고 있는 금융전문가다. 한국은행 조사부, 자금부, 금융시장국 등 정책관련 부서를 거쳤고 워싱턴사무소장, 인재개발원장, 금융결제국장, 부산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비서실과 미주개발은행(IDB) 등에서도 근무했다.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 '숫자 없는 경제학', '금융오디세이', '중앙은행 별곡', '법으로 본 한국은행'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금융 에세이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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