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 핫플레이스도 ‘전승일’ 80주년展

주한 러대사관 주최한 기념 사진전 러 대사 “한국 독립에 소련 역할 커” 김희은 관장 “과거-현재-미래 연결의 공간” 우윤근 전대사 “민주당 정부, 북방에 관심” 라종일 전대사 “승전 아닌, 모두의 승리로” 류한수 교수 “러 한반도 정책은 중립적”

오프닝 행사에 참가해 전시사진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오프닝 행사에 참가해 전시사진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전세계 이목을 모은 중국 천안문 종전 80주년 전승일 행사. 지난 1945년 9월 3일 중국은 대일본 항전의 승리를 선언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당시 중국은 장졔스와 마오쩌둥이 이끄는 국공합작을 통해 대규모 일본군을 대륙에 붙잡아놓음으로써 태평양 전선의 전세가 연합군에 쏠리게 했다. 하지만, 일본 군국주의의 숨통을 끊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주역은 원자폭탄을 터트린 미국과 일본 관동군을 대파한 소련의 ‘붉은 군대’였다. 러시아도 9월3일 최고 소비에트 상임위원회가 대일본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 당시 더 큰 공로자였던 러시아가 오늘날 중국의 초대를 받는 것은 아이러니다.

중국 천안문 망루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시각, 서울 성수동 핫플레이스에서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전쟁승리 80주년을 기념하는 ‘종전 80주년 사진전시회(부제:한반도 해방과 그날을 기억하며)’ 오프닝 행사를 갖고 전시를 시작했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주최하고, 러시아그림 전문 갤러리 ‘까르찌나’(관장 김희은)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30여명의 국내외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주최자로서 행사를 이끌었다.

종전 8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 오프닝 행사에 주요 참가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라종일 전 대사,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러시아 대사, 우윤근 전 대사, 김현택 한국외대 명예교수, 류한수 상명대 교수, 김희은 까르찌나 관장.
종전 8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 오프닝 행사에 주요 참가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라종일 전 대사,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러시아 대사, 우윤근 전 대사, 김현택 한국외대 명예교수, 류한수 상명대 교수, 김희은 까르찌나 관장.

이날 전시 오프닝행사에서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인사말에서 “1945년 8월에 소련이 중국 만주에서 일본 관동군을 상대로 수행한 전략적 공세 작전은 전례 없는 속도와 전략으로 진행됐다”며 “일본 육군의 지상군을 격파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이 소련에 지원을 요청한데 따른 것으로, 소련과 동맹국 간 합의는 전후 국제 관계 체제의 기초가 되었고 한국의 독립 약속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노비예프 대사는 “당시 소련은 유럽 전쟁에서 2,700만 명의 희생을 치르며 국가 자원의 상당 부분을 잃었지만, 동맹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빠르게 준비해 참여했지만 관동군과의 25일간에 걸친 전투에서 약 3만 5,000명의 병력을 잃었다”며 “전투는 한반도에서도 벌어져 소련군은 약 700명의 사망자와 1200명 이상의 부상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같은 희생 끝에 소련군이 한반도 북부에 진입하자마자 일본 행정당국은 통제력을 상실했으며 이 시점부터 한국은 사실상 독립을 얻었다”며 “소련군은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38선 이남으로 진입하지 않았으며 이 시점에 미군은 남한에 상륙했다”고 말했다.

'종전 8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러시아 대사.
‘종전 8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러시아 대사.

지노비예프 대사는 “오늘 이 작은 전시회에서는 당시 소련군이 수많은 희생을 겪으면서도 중국의 만주와 하얼빈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일본과 맞서 싸웠던 전투의 사진, 기록 자료, 기타 문서를 보실 수 있다”며 “주제는 일본에 대한 승리와 종군기자, 해방에서의 소련의 역할에 관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는 축사를 통해 “오늘날 대한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경제대국이 된 데는 서방의 역할이 컸지만 좀 과대평가된 것에 반해 러시아는 우리 독립운동의 전진기지였고, 늦은 참전이었지만 큰 역할을 한 것이 의미가 축소되고 부정적인 인식까지 자리잡았다”며 “이 자리가 그런 인식을 바로 잡아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사를 하고 있는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축사를 하고 있는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그는 “민주당 출신으로 원내대표까지 지낸 입장에서 김대중 정부,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흐름으로 러시아를 비롯한 북방에 대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서 국제 평화에 기여하고, 서로가 양국의 발전에 크게 도움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종전 8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 행사를 주관한 갤러리 까르찌나의 김희은 관장.
종전 8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 행사를 주관한 갤러리 까르찌나의 김희은 관장.

‘종전 80주년 기념사진전’을 주관하고 있는 갤러리 까르찌나 김희은 관장은 기념사에서 “전시회를 준비하기 전까지는 1945년 종전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의 독립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잘 몰랐다”며 “러시아 대사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준비하는 동안 과정 하나하나가 역사를 바르게 알아가는 여정이었다”고 의미를 담았다.

김 관장은 이어 “과거의 역사를 모르면 지금이 없고, 미래가 없다는 얘기를 더욱 상기하게 되는 특별한 시간과 공간”이라며 “한 땀 한 땀, 땀을 뜨듯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생각하는 테마들을 연결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군이 일본 관동군을 격파했던 당시 군사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류한수 상명대 교수.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군이 일본 관동군을 격파했던 당시 군사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류한수 상명대 교수.

이어 tvN의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전쟁사를 소개하고 있는 류한수 상명대 교수는 전시사진작품에 대한 도도슨트를 진행하면서 “조선 말기 대한제국시절부터 러시아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조선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었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중립적인 정부가 들어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한반도를 대할 때 일본의 제국주의와는 온도차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라종일 전 주영국·일본대사도 이 자리에서 건배사로 “일본이 아직도 2차세계대전에 대해 ‘패전’이란 말 대신 ‘종전’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면서 “일본이 이런 자리에 참석해 과거를 반성하거나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에 아쉽고, 오늘 전승일도 승전대회가 아니라 모두 함께 생존하자는 뜻을 기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 전대사는 “일본도 패전한 이후에 일본 국민들의 삶이 군국주의때보다 훨씬 나아졌다”며 “21세기에는 20세기에 저질렀던 이런 프레임들로 국제관계를 만들어가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주한 러시아대사관 주최 종전 8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 포스터.
주한 러시아대사관 주최 종전 80주년 기념 사진전시회 포스터.

이날 행사에서 러시아측에서 니콜라이 마르첸코 러시아 무관, 알렉세이 샤페트코 러시아 무역대표부 대표 등이 참석했고, 한국측에서는 라 주러시아 대사(동국대 석좌교수), 우윤근 전러시아대사, 김현택 전 한국외대 명예교수, 류한수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김수언 유라시안21 이사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전시회는 오는 9월 26일까지 계속된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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