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군용 차량, 헬리콥터까지 동원..폭력 단속 트럼프 이중적 태도...취업비자 늑장 발급 李대통령, “신속해결 위해 총력대응” 지시 현지 교민 “미국내 투자 불확실성만 키워”

美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사진=ICE 영상 캡처/연합뉴스
美 이민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단속 현장. 사진=ICE 영상 캡처/연합뉴스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짓을 벌인단 말인가.” 미국 애틀란타의 한 교민은 이렇게 탄식했다.

조지아주 99지역구에 민주당 주하원의원 후보로 나선 미셸 강은 “미국내 이민자들의 힘을 대규모로 규합하여 이민사회를 공포에 몰아넣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태를 멈추도록 서명운동, 항의 활동등 행동을 개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셸 강 후보는 “애틀란타 한인 및 미국사회도 이번 이민단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역한인들의 힘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에 주정부, 연방 정부에 강력히 항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지역경제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한국 대기업이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해 파견한 인력을 ‘불법 고용’ 단속 명목으로 감금한 사회가 현지 교민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맹국가인 미국이 한국에 대해 외교적으로 매우 큰 결례를 저지른 것이며,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격앙된 감정까지 일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기습 진입해 불법체류·고용 단속을 단행하며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한 475명을 전격 구금했다.

단속 작전에는 ICE뿐 아니라 국토안보수사국(HSI),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가 총동원됐으며, 군용 트럭과 지상 순찰차 수십 대, 헬리콥터가 현장 상공을 맴돌았다. 공개된 영상에는 DEA 요원 10여 명이 양손 결박용으로 추정되는 끈 다발을 끼고 건물 밖에 대기하는 모습이 생생히 담겼고, 이들은 곧바로 현장 직원들의 손목과 다리에 체인을 채워 버스로 일렬로 옮겼다.

체포된 근로자들은 작업복 조끼에 ‘DSK 메카닉’, ‘HL-GA 배터리회사’, ‘LG CNS’ 등의 로고를 달고 있었음에도 제압 대상이 됐다. 영상 후반부에서는 중남미 국적로 추정되는 직원 두어 명이 부지 내 인공 연못으로 도망쳤다가 요원들에게 강제로 끌려 나오는 장면도 포착됐다.

ICE는 이번 작전으로 구금된 인원 대다수가 단기 체류나 관광 비자를 불법 고용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 일할 수 없는 비자를 통해 근로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멕시코 출신 영주권자 1명은 과거 범죄 유죄 판결을 이유로 추방 대상에 포함돼 함께 체포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 직원과 협력사 직원까지 합쳐 약 300명이 이번 단속으로 구금된 상태라고 밝혔으며, “대부분 근로자가 정해진 허가 절차를 거쳐 입국해 합법적으로 근무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 당국은 외교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영사 조력 절차를 지연시키며 한국인 근로자를 ‘불법자’로 몰아붙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즉시 주미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당해선 안 된다”며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외교부는 조현 장관을 본부장으로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를 설치하고 6일 서울청사에서 긴급 합동대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점검했다.

조현 장관은 회의에서 “고위급 인사를 현장에 신속 파견하고 필요하다면 워싱턴을 직접 방문해 미 행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박윤주 1차관과 김진아 2차관이 김진아 차관 명의로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에게 우려와 유감을 전달한 가운데, 주미대사관과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현지 당국과의 소통을 강화해 신속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공관 합동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공관 합동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해외 투자 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자 제도 개선, 현지 법 집행 절차 정비의 시급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동맹국 국민을 마치 마약·테러 용의자처럼 폭력적으로 제압한 미국 당국의 과잉 단속은 한미 관계의 근간인 상호 존중을 심각히 훼손하는 행위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명확한 사과와 제도 개선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한미 동맹의 균열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조지아주 99지역구 주하원의원 미셸 강 후보.
미 조지아주 99지역구 주하원의원 미셸 강 후보.

이와 관련, 미셸 강 민주당 조지아주 99지역구 하원의원 후보는 “이는 미국 정부가 투자와 공장 건설을 장려하면서도 숙련 인력 비자를 신속히 발급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내 제조업 현장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 상태로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산업에서는 미국인 숙련 인력만으로 기한 내 완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업계에서는 ‘미숙련 인원 100명보다 숙련 인원 30명이 낫다’고 말할 정도로 전문 인력 의존도가 높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한쪽에서는 ‘한국 기업 투자 환영’을, 다른 한쪽에서는 E, L, H 비자 등 합법적 숙련 인력 투입을 막는 단속을 벌이는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셸 강 후보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기업과 근로자 문제를 넘어 한미 제조업 동맹의 신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조지아주는 삼성, SK, 현대차, 한화 큐셀, LG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해 1만70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대표적 ‘K 산업기지’”라며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단속이 반복되면, 미국 내 투자의 불확실성과 한국 기업 신뢰 훼손이라는 이중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보여주기식 단속보다 E, L, H 등 전문인력 비자를 신속히 발급해 공장 건설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는 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고, 한미 경제협력의 신뢰를 지키는 책임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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