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흔드나…한국 “골대 옮기면 안돼”
브런슨, 북한 미사일 발사로 “안보 여건 변해” 한국 “한미 합의한 조건 따라야” 전환 기준 변경 놓고 한미 시각차 표면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간 시각차가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변화한 안보 환경을 근거로 전환 조건을 판단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한국은 한미가 이미 합의한 조건과 평가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반박했다. 미국이 안보 환경 변화를 이유로 전환 기준을 바꾸거나 강화할 경우 전작권 전환이 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전작권 전환에 찬성한다면서도 기존에 합의한 조건의 충족을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나는 전작권 전환 찬성론자”라며 전작권 전환이 “세계 최고의 동맹을 현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년 전에 설정돼 현재 존재하는 조건들을 위반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 중 누구도 조건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우리의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 발언의 핵심은 전작권 전환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안보 환경이 달라진 만큼 전환 조건을 충족했는지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밝혔지만, 어떤 계획이 변경됐고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이 추가됐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 국방부는 기존 합의에 따라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과 관련해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발언은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자격으로 한 답변이라고 전제했다.
정 대변인은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근거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가 상호 합의한 조건들이 있다”며 “그것을 충족하기 위해 우리 군이 지난 20년간 각고의 노력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안보 환경 변화를 들어 새로운 기준의 필요성을 제기한 반면, 한국은 이미 합의한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전환의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 측 발언에는 전환 조건을 평가하는 기준이 계속 달라질 경우, 기존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한미는 2015년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전환계획에 합의했다. 전환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하는 데 필요한 군사적 능력,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동맹의 포괄적 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다.
양국은 조건별 세부 과제를 공동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한미 국방·군사당국 간 정례협의체에서 검토해 왔다. 한국은 이처럼 합의된 조건과 평가 절차에 따라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위협 수준과 현대전의 성격 등 안보 상황이 달라지면 조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관점도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차이는 안보 환경 변화를 전환 평가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있다. 미국이 변화한 위협에 맞춰 평가 기준을 새롭게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면, 한국은 기존 합의에 없는 기준을 추가하거나 평가 기준을 바꾸는 방식으로 전환 시점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만으로 미국이 실제 전환계획을 변경했거나 새로운 조건을 공식적으로 추가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전작권 논의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강 장관은 관련 우려를 미국 측에 이미 전달했다며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한미가 합의한 조건의 충족 여부를 두고 남아 있는 이견을 기존 조건과 평가 기준에 따라 SCM까지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전작권 전환의 원칙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이 안보 환경 변화와 새로운 기준을 언급하면서 향후 협의에서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한반도 안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추진하는 사안이다. 안보 상황이 변하면 군사적 준비와 대응 능력도 점검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미가 합의한 전환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이 말한 ‘새로운 기준’이 기존 조건의 평가 방식에 관한 것인지, 사실상 추가적인 요구를 뜻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안보 여건 변화를 들어 새로운 기준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한국은 합의한 기준을 바꾸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향후 한미 협의에서 이 차이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전작권 전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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