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탓일까...마비된 전산시스템 551개 가동시험
국정자원 화재로 전산 647개 먹통 전문가들 “다른 센터서 가동 가능했어야” 정부 “화재 피해없는 전산시스템 순차 가동” 국정자원 네트워크 50%·보안장비 99% 재가동 완료 행안부 “백업시스템 갖췄지만 운영장비 확보못해”
예산부족으로 백업시스템을 돌릴 장비를 확보하지 못했다. 전산실 한 곳에 화재가 났는데 정부 지원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의 원인이 ‘예산부족으로 인한 장비 미확보’라는 것이 확인이 되면, 정부의 일하는 방식과 국회의 예산심사 방식에도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공무원을 탓하는 것은 쉽지만,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은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일제히 마비되자 정보 시스템 이중화 조치 미비가 일을 키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를 일으킨 판교 데이터센터 운영관리 도구 이중화 공백이 행정부 버전으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다.
◇ “전산 이중화 안 돼 복구 지연”…“안보 약점 드러나”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로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정부 전산 시스템 647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이번 화재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전산 시스템 96개를 제외한 나머지 551개 서비스를 우선 복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전산망 이중 장치가 있었다면, 전산실 1개에 불이 났다고 해서 행정 서비스가 마비되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데이터 백업은 해놨다고 하지만 한쪽에서 사고가 나면 곧바로 이어받아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구가 이렇게 오래 걸린다는 건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컴퓨팅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뿐 아니라 냉각 장치, 화재 방지 장치 같은 부대 시설까지 모두 이중화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도 “재해재난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것인데, 대전·광주·대구 분원에 이중, 삼중 시스템이 있었다면 한 곳에서 장애가 발생해도 서비스가 빠르게 복구됐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에 따르면 대전 본원 외 지역 분원에 데이터 백업 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이를 가동할 시스템이 부족해 행정 서비스 복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센터 간 백업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데이터를 돌릴 시스템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예산 측면에서 관련 장비 여유분을 갖추기가 빠듯했다”고 설명했다.
◇ ‘카카오 먹통 사태’ 기시감…“카톡 사태 후 정부 뭐했나” 비판
이번 국가 전산망 기능 마비를 두고 3년 전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정부 버전으로 재연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년 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정부가 카카오톡에 다중화 클라우드 서버 구축 등 강도 높은 대비책 마련을 요구해 놓고, 정작 정부 시스템은 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화재로 카카오톡이 마비됐을 때 전 국민이 불편을 겪었는데, 당시 정부가 민간기업인 카카오톡에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해놓고 정작 정부는 지키지 않았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카카오톡보다 훨씬 중요한 게 행정 시스템인데, 정부가 (카카오톡 사태 이후) 2년여간 손 놓고 있었다는 게 타당한 얘기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전산실에 불이 나더라도 정부 시스템이 먹통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백업을 어느 정도로, 얼마나 자주 하느냐가 관건인데 정부 전산망에 대한 백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번 사태는) 초보적 실수”라며 “전산망 관리에 기초적인 대비가 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28일부터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의 전산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재가동해 정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국정자원 대전 분원 내 네트워크 장비 재가동을 진행해 28일 오전 7시 기준 50% 이상, 핵심 보안장비는 전체 767대 중 763대(99%) 이상 재가동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화재로 전소된 배터리 384개는 전날 오후 모두 화재 현장에서 반출을 완료했다.
또 안정적인 전산시스템 운영에 필수적인 항온·항습기는 이날 새벽 5시 30분 복구를 완료해 현재 정상 가동하고 있다.
행안부는 통신·보안 인프라 가동이 완료되면 화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551개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재가동해 서비스 정상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국정자원 대전 분원에는 모두 647개의 정부 전산 시스템이 있다. 이 중 96개는 이번 화재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나머지 551개는 정보시스템을 가열로부터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선제 중단한 바 있다.
행안부는 화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국정자원 5층 7-1 전산실 시스템(96개)의 복구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선 복구되는 551개 서비스를 중심으로 사고 전 상황으로 복구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는 책임 있는 태도로 최대한 신속하게 행정서비스를 복구 중에 있으며, 복구 진행 상황과 원인 규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화재 원인 조사도 본격화된다. 소방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국정자원에서 현장 감식 논의 등에 나선다.
앞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22시간 만인 27일 오후 6시 국정자원에서 났던 화재를 완전 진화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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