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첫 여성 총리 취임...’전략적 보수연합’ 탄생

자민, 26년 만에 연정 상대 교체 다카이치 “日경제 강하게 할 것” 각외 협력 관계...유연한 내각제 유신회 선택, 전략적 보수의 길로

일본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오른쪽)와 제2야당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가 20일 연정 수립 합의문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오른쪽)와 제2야당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가 20일 연정 수립 합의문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오늘(21일) 일본 현대정치사에 ‘여성 총리 시대’라는 새로운 장이 열린다. 자민당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하며, 제2 야당인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공동정부가 공식 출범하게 됐다. 이 공동정부는 ‘일본의 재기’라는 경제적 부흥과 ‘전략적 보수화’의 안보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지난 10일, 26년간 연정을 유지해온 공명당의 이탈 이후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했고, 불과 열흘 만에 유신회와 연정 합의에 도달했다. 공식 협력 파트너인 유신회는 입각하지 않고 정책 협력에 집중하는 ‘각외 협력’ 방식으로 참여하며, 이는 일본 의원내각제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는 요시무라 대표와 회담에서 “국가관을 공유하는 정당으로서 진지하게 정책 협의에 대응해 준 점에 감사드린다”며 “오늘을 하나의 기점으로 해서 일본 경제를 강하게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요시무라 대표는 “행정 개혁을 추진해 일본을 함께 좋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문에는 국내외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안정적 정권을 만들어 ‘일본 재기’를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양측이 전면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또 헌법 개정과 안전보장, 사회보장, 통치기구를 포함한 구조 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자민당과 유신회의 중의원 의석수는 각각 196석과 35석으로, 합쳐서 과반에 근접한 231석을 확보한 상태다. 유신회는 총리 지명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에게 투표하며, 자민당 출신 의장과 보수 성향 군소 야당의 지지까지 고려하면 1차 투표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

유연한 내각책임제의 새로운 협력 모델

자민당의 협력 파트너가 된 유신회는 자당 의원들의 행정 경험 부족과 협력 초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해 입각을 유보하고, 정책 실적을 쌓은 뒤 입각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연정 합의문에는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수도 기능 백업 구상(오사카 부수도 구상) , 사회보험료 인하 등 유신회의 핵심 요구가 반영됐다.

이번 연립정권은 일본 의원내각제가 정당 간 정책 연대와 협력 방식에 있어 얼마나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입각 없이 정책 협력만으로 연정을 구성한 유신회의 선택은 향후 일본 정치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유신회는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도 정책 협력과 총리 지명에 동참함으로써 ‘‘입각=연정 참여’라는 기존 관념을 깨뜨렸다. 이는 정당 간 협력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또 유신회는 행정 경험 부족을 이유로 입각을 유보했지만, 정책 합의문에는 자당의 핵심 공약이 대거 반영되었다. 이는 정책 실현을 위한 전략적 연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민당은 집권당으로서 내각을 구성하고, 유신회는 입법과 정책 감시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기능적 분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의원내각제의 본질인 의회 중심 통치를 재해석한 접근이다.

이와 함께 기존 연정 파트너였던 공명당이 이탈한 상황에서, 자민당은 유신회라는 이념적 차이가 있는 정당과 협력함으로써 정치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다당제 환경에서 의원내각제가 어떻게 생존하고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략적 보수연합의 탄생

하지만 자민당과 유신회는 일본 정치사에 ‘전략적 보수연합’의 새로운 구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변국에 일정한 부담을 안길 가능성도 있다. 협력 파트너였던 공명당과 유신회의 보수 노선은 ‘결’은 다르지만 ‘방향’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자위대와 평화헌법, 소녀상 문제는 모두 일본의 ‘역할 강화’라는 보수적 기조 아래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명당은 애초에 창가학회 기반의 중도보수로, 복지·평화·균형 외교를 중시하며 자민당의 우경화를 견제해왔다. 반면 유신회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과 헌법 개정·안보 강화를 주장하는 우익 보수 정당으로, 자민당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자위대와 평화헌법 개정과 관련, 일본은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반격 능력 보유를 통해 ‘전수 방위’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고 있는데, 유신회는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명기하자는 헌법 개정안을 주장하며, 헌법 9조 2항 삭제까지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는 한국 침략이 아닌 동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역할 강화라는 명분으로, 보수화의 새로운 형태라 볼 수 있다.

일본은 ‘평화의 소녀상’이 반일 감정 조장과 외교 갈등 유발이라는 이유로 철거를 요구해왔고, 독일 베를린에서는 일본의 로비로 철거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역사 부정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이미지와 역할을 재구성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명당과 유신회는 모두 보수지만, 공명당은 ‘제어적 보수’, 유신회는 ‘공세적 보수’로 평가할 수 있다. 자민당-유신회 보수연합의 탄생은 일본 정치가 자위대와 평화헌법, 소녀상 문제는 모두 일본의 국제적 역할 강화라는 보수적 기조 아래 재편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우경화가 아닌 ‘전략적 보수화’로 볼 수 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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