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다카이치, 다극화 시대 ‘독자 생존’ 포석 띄워

첫 국회 연설, “방위력 근본적 강화” 필, 쿼드 등 “안보협력 지평 다각화” 중국과도 “건설적 안정적 관계 구축” 글로벌 사우스과의 연대 강화도 언급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4일 중의원(하원)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4일 중의원(하원)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24일 첫 국회 연설에서 방위비 GDP 2% 조기 달성과 다각적 안보 협의 심화를 골자로 한 강력한 자주국방 노선을 공식 천명했다. 이는 단순히 미국 동맹에 의존하던 기존 안보 전략을 넘어, 급변하는 다극화된 국제 질서와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해 일본이 능동적 안보 주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방위비 2% 목표 2년 단축: ‘미국 의존’ 벗고 주체적 방위력 확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방위비 증액 목표 시점을 2025년도 중으로 2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는 “새로운 전투 방식이 나타나는 등 여러 안전보장 환경의 변화가 보인다”며 “주체적으로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강수는 다음 주 일본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요구라는 잠재적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일본의 주체적인 방위 역량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풀이한다.

이를 위해 추경예산을 활용해 올해 안에 GDP 대비 방위비 2% 달성을 공식화하고,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장거리 타격 능력 등 ‘반격 능력’을 포함한 근본적인 방위력 강화를 추진한다.

그는 평화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총리로 재임하는 기간에 국회에서 발의될 수 있도록 당파를 초월해 건설적 논의가 가속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각적 협의’ 심화…다극화 시대의 유연한 안보 네트워크 구축

다카이치 총리는 미일 동맹을 외교·안전보장의 ‘기축’’으로 재확인하면서도, 안보 협력의 지평을 다각화하는 데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미·중 간의 지정학적 경쟁 격화 속에서 특정 강대국에 쏠리지 않고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미·한, 일·미·필리핀, 그리고 쿼드(일·미·호주·인도) 등 다양한 형태의 다각적 안전보장 협의를 심화하여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 외에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를 언급하며, 외교적 자산을 넓혀 다극화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도 함께 드러냈다.

對 중국 ‘위협과 대화’ 병행: 전략적 호혜관계 유지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 북한, 러시아의 군사 동향을 “심각한 우려”로 지적하며 위협 인식을 분명히 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안보 및 경제안보상의 우려를 제기하면서도, “중요한 이웃 국가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이는 중국과의 전면적인 대립보다는 안보 우려를 관리하면서도 경제적 실익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적 호혜 관계’ 기조를 유지하며, 국익 중심의 외교를 펼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중요한 이웃 나라인 한국과는 정상 간 대화를 통해 관계 강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혀, 전임 정부의 기조를 이어가며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카이치 총리의 첫 국회 연설은 이처럼 ‘강한 일본’을 전면에 내세우며, 군사력 증강을 통해 대외적 불확실성을 상쇄하고, 외교적 다각화를 통해 다극화된 국제 질서에 주체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신(新) 안보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방위비 GDP 2%를 2년이나 앞당기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요구할 수 있는 ‘방위비 인상’ 요구를 선제적으로 충족시켜 동맹 관계 파열을 방지하는 ‘보험’ 역할을 하고, 동시에 미국 없이도 자국 안보를 일정 수준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는 시도로, 이는 미국이 동맹에서 철수하거나 역할을 축소할 경우에 대비한 ‘독자 생존 플랜’이 될 수 있다.

특히 미·중·러와 글로벌 사우스 중심의 다극 체제(Multipolarity)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일본은 안보적 취약성을 극복하고 영향력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이에 따라 한미일, 쿼드(Quad), 필리핀 등 다양한 협의체를 강화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미국뿐 아니라 지역 파트너들과 공동의 억지력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언급은 단순한 경제 지원을 넘어, 국제 무대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일본의 외교적 발언권과 영향력을 높이려는 다극화 시대의 외교 전략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의 연설은 단순히 한일 관계를 언급하는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2020년대 후반 일본의 안보와 외교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점을 예고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 제시로 평가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와 함께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생활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고 강한 경제를 만들 것”이라며 고물가 대책과 경제 정책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그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이라는 인식에 따라 전략적으로 재정을 지출하고, 첨단기술을 통한 경제 성장을 위해 ‘일본성장전략회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정책과 관련해서는 “일부 외국인의 위법 행위 등으로 국민이 불안과 불공평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외국인에게 규칙 준수를 요구하고 토지 취득 규정 등에 대한 검토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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