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주년 이재용, 그는 성공하고 있을까

악재와 비판속에 등장한 ‘뉴삼성’ 체제 HBM 수모로 반도체 리더십 흔들려 과감한 투자결정과 ‘같이 가요’ 경영 재계의 ‘원 코리아’ 이끄는 리더십 ‘사회적 책임과 신뢰’ 회복 노력중

취임 3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연합뉴스
취임 3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연합뉴스

국내 최고기업,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27일 취임 3주년을 맞았다. 투자자들은 축하라도 하듯 이날 주가 10만포인트를 찍어주며 이 회장을 응원했다. 재계는 올해로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이 출발했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삼성전자의 이재용은 이제 자기 색깔의 삼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 원로들의 비판

최근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 납품을 허락받고, 테슬라로부터는 최대규모 파운드리 반도체 공급계획을 발표했지만. 불과 1년 전만해도 이같은 반전의 시작은 언감생심이었다.

선친인 이건희 전회장이 별세한 후 이 당시 부회장은 이건희 시대의 임원들로부터 불신을 받은 게 사실이다. ‘카리스마가 없다’, ‘미래를 보는 통찰이 없다’ 등의 비판으로 그는 오랜동안 ‘평가절하’ 됐다. 사실 잘못된 얘기는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이 엄숙한 시대에 ‘아버지 잘 둔’ 황태자로 비쳐졌을 것은 당연하고, 상당기간 정치권, 검찰로부터 받은 삼성에 대한 견제는 ‘무리한 경영권 승계’의 후유증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들 역시 그늘을 만들어놓고선 이 회장에게 치우는 재주를 보여달라고 재촉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성급하지도 않고, 비판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서서히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갔다. “총수로서의 카리스마’를 ‘같이가요’ 경영으로, ‘압도적인 실적 주도 능력의 부족’을 실적 악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극복해 갔다.

이건희 시대가 ‘규모의 경제’와 ‘패스트 무버’ 전략으로 삼성을 세계 1위 기업으로 만든 시기였다면, 이재용 회장은 ‘질적 성장’과 ‘초격차 기술 확보’’라는 자신만의 비전을 명확히 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전례 없는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 속에서도 미국 테일러 공장 투자와 HBM 및 파운드리 기술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또 바이오 사업을 ‘제2의 삼성전자’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실현하며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했다. 이러한 전략적 결정은 과거 임원들이 평가절하했던 전략적 안목을 입증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성과는 최근 호전된 시장 분위기에 따라 과대평가됐을 수도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실적 호전이 이 회장의 실력과 무관한 것 아니냐는 시각, 사법 리스크의 극복을 통해 장기적 경영불확실성의 해소 등은 오히려 이 회장 일가로 인한 리스크에서 출발한 게 아니었느냐는 냉정한 지적도 있을 법하다.

한발 늦은 수습, 쏟아진 비난

우선 최근 HBM 성과는 ‘업적’보다 ‘뒤늦은 수습’에 가깝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을 ‘압도적 성과’가 아닌 ‘뒤늦은 수습 노력’으로 봐야 하는 이유는 이 시장의 초기 주도권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엔비디아 납품 및 기술 인증에서 삼성전자는 후발주자로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투자의 결단 역시 이미 경쟁사가 시장을 선점한 후 ‘뒤늦게라도 따라잡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의 성과 역시 HBM 기술력 개선에 대한 ‘희망적인 상황’에 반응하고 있을 뿐, 실제 SK하이닉스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이나 실질적인 재무적 성과를 입증하진 못했다.

게다가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기술 도용 및 탈취 논란’을 통해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사건도 있었다. HBM 시장의 주도권 상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한미반도체와의 관계와 HBM 개발 지연 사건이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후 열압착하는 ‘본딩(Bonding)’ 기술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한미반도체의 핵심 장비 기술(TC 본더)과 관련해 특허 침해 소송을 벌였고, 결국 한미반도체의 승소로 끝났다. 이 소송으로 인해 양사의 관계는 크게 틀어졌다.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에게 핵심 도면 및 기술 노하우를 요구한 후, 이를 다른 협력업체에 넘겨주거나 자체 내재화해 기존 중소기업의 납품 물량을 끊어버리는 방식이 주된 논란의 형태를 삼성전자가 그대로 보여줬던 것.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 개발 초기에 한미반도체의 TC 본더 장비를 독점적으로 활용하며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한 반면, 기술을 탈취하려다 실패한 삼성전자는 한미반도체 장비를 사용하기 어려워 자체 개발 장비 및 공정(TC-NCF)에 의존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HBM의 품질 및 양산 수율 확보가 지연되면서 시장 주도권을 뺏기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이다.

‘중소기업과의 불화’가 ‘미래 핵심 기술 경쟁력 상실’이라는 거대한 결과로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기술적 오만함과 경영 전략의 실패라는 이중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최근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HBM3E 12단 등 차세대 제품 생산에 한미반도체와의 협력을 물밑에서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는 과거의 관계를 복원하고 장비 생태계를 다각화하여 품질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용적인 접근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준법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기술 탈취와 같은 불공정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했다. 또 협력사와의 공동 기술 개발 펀드나 상생 펀드 규모를 확대하고, 협력업체의 특허 등록 및 기술 보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이미지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투자와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총수들과 함께 만드는 ‘팀 코리아’

이 회장의 3년 성과에 주목할 점은 오히려 삼성전자 ‘경영 외적’인 부분이 아닐까 판단된다. 재계내 ‘같이 가자 리더십’을 확보한 점이 특히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회장은 일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등 글로벌 거물들을 만날 때마다 비슷한 연령대의 재계 총수들과 함께 만남을 주선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러한 만남은 단순한 친목을 넘어, 삼성전자와 한국 재계 전체에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독점적으로 정보를 가져가는 대신,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비슷한 연배의 총수들에게 글로벌 기술 트렌드, 대규모 투자 기회, 미래 전략 등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함께 글로벌 리더와 소통하면서 한국 경제의 연대감을 높이고, 주요 현안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거나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는 모습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 재계의 ‘팀 코리아(Team Korea)’를 이 회장이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저력과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해외 거물들에게 강력하게 각인시키는 한편, 글로벌 투자자나 파트너 입장에서는 한국의 주요 산업(IT, 자동차, 에너지 등) 리더들을 한 번에 만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효율적인 창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같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소통 방식은 이재용 회장이 과거의 ‘귀족주의’ 비판을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재계 총수간 폐쇄적인 ‘밀실 회동’이 아니며, 재계 리더들을 포괄하는 만남은 ‘나만을 위한 독점적 기회’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어 특혜 시비를 줄인다. 이 회장은 이처럼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공적 리더’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그의 사회적 신뢰와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회장의 동반 회동은 ‘삼성 혼자서 글로벌 위기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일지 모른다.삼성이 과거처럼 한국 재계를 ‘일방적으로 이끄는 리더’가 아니라, ‘함께 생존해야 하는 파트너’ 중 하나라는 구도가 변했기 때문. 이와 함께 현대차, SK 등 다른 그룹들이 자동차, 배터리, 에너지, 통신 등 각자의 영역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면서 재계의 힘이 분산되었고, 이 회장은 이제 이들 ‘군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 되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회적 책임과 신뢰’ 지향하는 뉴삼성, 성공할까

그래서 또 주목받는 것이 ‘사회적 리더십’과 ‘지배층의 도덕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상징적인 것으로, 이 회장의 장남인 지호 군이 해병대 사관후보생으로 입교시킨 일이다. 이 후보생은 11주간 장교 교육 훈련을 받고 11월 28일 해군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이는 ‘이재용 시대의 공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메시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같이 가요’ 경영이나 ‘신뢰 회복’은 단순히 협력사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관계까지 포함한 것이고, 아들의 군 입대는 이러한 사회적 신뢰 회복 노력의 가장 강력한 비언어적 표현일 수 있다. 회사의 재무제표나 기술 보고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이 회장이 추구하는 ‘사회적 책임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뉴 삼성’이라는 경영 철학의 단면일 수 있다.

취임 3년동안 이 회장은 과거 이건희 시대의 임원들 대신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고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우며 조직을 재정비했다. 권위적인 이건희 회장의 스타일 대신 직원들과의 소통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리더십을 통해 ‘올드 가드’의 방식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조직 문화의 구심점을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 ‘승계자’로서의 꼬리표를 완전히 떼고 ‘글로벌 기술 리더’로서 최종적으로 인정받게 될지 주목된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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