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연임·공소취소만 못박았다
레버리지ETF 해명, 납득 어려워
- 연임 및 공소취소 입장 명확화 개헌을 통한 연임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선언하고, 특검법에서 기존 기소 사건의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 주요 현안에 대한 유보적 답변 인사 검증 시스템 재점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거취, 대미 투자 협상 재협의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책임 대신 ‘신중한 결정’과 ‘보완’으로 답변을 유보했다.
- 부동산·개혁 및 파병 원칙 제시 공급 확대와 국토균형발전을 통한 부동산 안정을 강조하고, 검찰개혁의 불가역적 완수 의지를 다지는 한편, 전쟁 개입 목적의 파병은 없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연임 개헌과 공소취소 문제에 대해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인사 검증 논란과 대미 투자 협상, 레버리지 ETF 도입, 부동산 정책, 사법부와의 갈등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책임이나 향후 조치를 명확하게 제시하기보다는 “재점검하겠다”,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협의하고 있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약 100분 동안 스탠딩 형식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회견은 최근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열렸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대해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사과하고,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가장 명확하게 정리된 사안은 연임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한 연임 가능성에 대해 “저는 연임할 생각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1987년 헌법이 현재의 대한민국에 맞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연임을 위한 개헌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개헌 자체에 대해서는 국회와 국민의 합의에 따라 추진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연임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동안 자신에게 연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요구가 마치 자신이 연임을 구상했다가 포기하는 것처럼 만드는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회견을 통해 “연임할 생각 전혀 없다”고 다시 확인했다. 연임 문제에 관한 한 대통령 자신의 의사는 비교적 명료하게 제시된 셈이다.
공소취소 문제에서도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조치를 국회에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사건을 포함해 과거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조작기소 의혹에 대한 특검의 진상규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특검에 기존 사건의 공소취소 또는 처분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특검법에서 기존 기소 사건의 이송 또는 처분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진상규명에만 집중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이는 그동안 가장 큰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던 공소취소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을 직접 거론해 공소취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특검법에 공소취소와 관련된 권한 자체를 넣지 말아 달라는 방향은 명확하게 제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회견에서 공소취소 문제는 연임 문제와 함께 대통령이 비교적 구체적인 답을 내놓은 사안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인사 논란에 대한 답변은 상대적으로 구체성이 떨어졌다.
최근 개각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와 논란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해 인사검증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묻자 이 대통령은 “우리로선 최선을 다했지만 추가로 발견되는 문제들도 있다”며 “인사 시스템을 지금 재점검해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검증 라인을 어떻게 바꿀지,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완벽하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질문에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논란과 지적, 국민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김 후보자의 거취나 임명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남았다.
대미 투자 협상 역시 최종적인 내용보다는 협상 진행 상황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
이 대통령은 한미 간 대미 투자 협상이 거의 합의됐다는 설명과 관련해 직접 내용을 살펴보니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어서 다시 얘기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투자 규모나 사업 구성, 수익과 손실 부담 등에 대해 미국과 다시 협의하고 있으며 “한미 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사업을 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미 투자 협상에서 대통령이 밝힌 것은 현재 합의안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재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인지, 정부가 지키려는 구체적인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날 답변만으로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레버리지 ETF 도입 논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해 “부족함이 있었던 건 맞는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책 결정 과정의 세부 절차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외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레버리지 ETF 상품이 이미 있었고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 필요성이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정책을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결정했을 것”이라고 답해 자신의 책임은 비껴갔다.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책임 소재를 밝히기보다는 정책 도입의 취지와 당시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부동산 문제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과 공급 부족, 부동산 불패 신화 등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들면서 공급을 최대한 신속하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택지 개발과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 사업 등을 추진하고 공급 분야에는 금융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행정수도 건설과 국토균형발전을 병행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역시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와 정책 방향은 분명했지만, 최근 정책 혼선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이나 정책 실패 여부에 대한 답변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시장 상황을 강남의 집값은 하락하고 외곽은 상승하는 ‘평탄화’ 과정으로 설명하면서 앞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서는 ‘전쟁 개입은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청해부대가 이미 호르무즈 인근에 활동하고 있고, 원유 수송과 국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은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투병력 파견은 선을 그으면서도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 안전을 위한 군사적 조치 가능성까지 모두 닫은 것은 아니다.
대북 문제에서도 이 대통령은 북한이 현재 한국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북미 대화가 한반도 평화와 남북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지만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남측 패싱’ 우려에 대해서는 북미 관계 진전을 위해서도 한국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오히려 강한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검사의 수사권을 없애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현재의 검찰개혁을 “불가역적으로”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경찰 권한이 비대해질 가능성을 거론하며 경찰에 대한 견제와 개혁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지지층의 이탈과 당내 갈등에 대해서는 보다 정치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정부가 개혁의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과정과 방법에서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의 선명성과 속도, 통합의 폭을 조화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지층을 향해서는 자신을 비롯한 정부의 부족함을 탓해 달라며 갈등을 멈추고 다시 함께 가자고 호소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가장 명확하게 정리한 것은 두 가지였다. 자신은 연임할 생각이 없다는 것, 그리고 공소취소 논란을 없애기 위해 특검법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해 달라는 것이다.
반면 인사 검증은 ‘재점검’, 김승원 후보자는 ‘신중한 결정’, 대미 투자는 ‘재협의’, 레버리지 ETF는 ‘정책의 부족함은 있었지만 결정 과정은 파악하지 못했다’, 부동산은 ‘공급 확대를 통해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식으로 답했다. 각 사안에 대한 대통령의 설명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책임 소재와 후속 조치가 모두 선명하게 제시된 것은 아니었다.
100분간 진행된 이번 회견은 대통령이 최근의 민심 이반에 대해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인정하고 자세를 낮추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질문이 이어질수록 일부 현안에서는 자신의 정책적 판단과 그 배경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인사와 정책 혼선에 대해서는 앞으로 점검하고 보완하겠다는 답변이 반복됐다.
따라서 이날 기자회견은 모든 논란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자리라기보다, 연임과 공소취소처럼 정치적 파장이 큰 문제에는 선을 긋고, 나머지 현안에서는 자신의 정책 판단을 설명하면서 향후 보완 가능성을 열어둔 회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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