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공짜’ 주권은 없다
호르무즈의 명분과 한반도의 자율성
- [칼럼 평]
- 이 칼럼은 호르무즈 파병의 찬반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냉철한 현실주의와 주권국가의 전략적 실리주의 관점에서 해법을 모색한 글이다.
- 균형 잡힌 접근 파병 반대론자들이 제기하는 안보적·경제적 위험을 정당한 우려로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회피를 넘어 국제적 책임과 국익 수호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 구체적인 대안 제시 미·이란 충돌 직편입을 피하는 ‘제3의 길’(방어적 임무 한정, 명확한 교전규칙 및 일몰조항 등)을 통해 파병의 위험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 거시적 전략과의 연계 단순한 파병 여부를 넘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지렛대 활용, 인도·태평양 안보구조 속에서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라는 장기적 국가 이익으로 논지를 확장한 점이 돋보인다.
파병과 불참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
현재 한국 사회는 주요 외교·안보 현안까지 진영 간 찬반 대결로 환원하는 이분법에 갇혀 있다. 서로의 우려와 논거를 검토하기보다 상대를 친미 또는 반미, 동맹 추종 또는 책임 회피로 규정하는 언어가 앞선다.
미국이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 기여를 둘러싼 논쟁도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호르무즈 파병처럼 장병의 안전과 에너지 안보, 동맹과 국제적 책임이 함께 걸린 사안일수록 이러한 이분법을 경계해야 한다.
파병 반대론의 우려는 가볍지 않다. 선박 나포, 에너지 수급 차질, 중동 교민·기업에 대한 위협, 미·이란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 임무 장기화의 위험이 존재한다. 이는 파병에 반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명분이 아니라 정부가 실제 정책에 반영해야 할 ‘정당한’ 우려다.
정부가 이러한 위험을 투명하게 설명하지 않고 동맹의 요구만을 앞세운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동시에 국제항행의 안전과 동맹의 책임을 강조하는 주장 역시 일방적인 대미 추종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위험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제적 책임 자체를 거부할 수도 없다. 외교의 목적은 모든 위험을 피하는 데 있지 않다. 감수할 위험과 피해야 할 위험을 구분하고, 불가피한 위험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두면서 국익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이다.
따라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히 “파병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어떠한 명분과 조건으로 참여하고, 그 참여를 통해 무엇을 얻으며, 위험의 범위와 종료 시점을 어떻게 주도적으로 통제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정부가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려면 파병을 동맹에 대한 충성이나 국제적 책임이라는 추상적 언어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파병으로 부담할 위험과 함께 한국이 확보할 구체적인 국익을 제시해야 한다.
호르무즈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의 핵심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경제와 산업이 중동산 에너지와 해상교통로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우리 안보와 직결된 바다다. 이 해협의 통항 저해는 남의 일도,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며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호르무즈는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이다. 연안국의 주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국제법상 통과통항은 자의적으로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한국 참여의 명분은 특정국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가의 선박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도록 국제 규범을 수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미국이 설계한 군사작전에 그대로 편입되는 방식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관 사이에, 임무의 목적과 지휘구조, 교전규칙, 종료 조건까지 스스로 설계하는 ‘제3의 길’ 방식이 있고 또 필요하다.
이는 파병 찬성론과 반대론 가운데 어느 한쪽을 굴복시키기 위한 절충안이 아니다. 국제적 책임은 분담하되 참여 방식과 한계는 한국이 결정하는 적극적인 실리 전략이다.
첫째, 미국 주도가 아닌 규범 중심의 다국적 임무여야 한다.
미·이란의 군사적 대결 구도에 직접 편입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 지원과 민간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는 임무는 정치적·법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한국은 유럽 국가들과 협의해 프랑스가 주도해 온 유럽 해양감시 구상(EMASOH)과 그 군사적 구성인 AGENOR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미국과 협력하되 우리 군의 임무는 항행 안전, 해양상황 인식, 정보 공유, 선박 호위, 비대칭 위협 감시와 구조 등 방어적 활동에 한정해야 한다.
작전 목적과 교전규칙도 사전에 공개되어야 한다. 특정국 영토에 대한 공격이나 봉쇄에는 참여하지 않으며, 무력은 우리 함정과 보호 대상 선박에 대한 적대행위 또는 임박한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만 ‘비례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법적 중립국 지위가 아니라 임무의 정치적·작전적 ‘중립성’이다. 적대행위의 판단 기준과 경고 절차를 명확히 할 때 우발적 충돌을 줄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은 파병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제약이 아니다. 오히려 임무가 대이란 공격이나 제재 집행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고, 파병 반대론이 우려하는 확전 위험을 제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국회의 동의를 가능하게 하는 안전장치다.

둘째, 군사적 억제와 이란과의 외교를 병행해야 한다.
국제통항 원칙을 지키는 것이 이란과의 대화를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군사적 기여를 검토할수록 외교적 소통은 더욱 치밀해져야 한다. 파병 목적이 이란 공격이나 제재 지원에 있지 않음을 테헤란(이란)에 명확히 전달하고, 작전의 목적과 교전규칙을 설명해야 외교적 투명성을 확보하고 상대방의 오판을 줄일 수 있다.
유럽과의 협력은 이 지점에서 유용하다. 유럽은 이란의 해양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도 외교적 해결의 통로를 유지해 왔다. 국제항행의 원칙을 지키되 대화의 문을 닫지 않는 중견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다만 대화가 원칙 없는 유화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상선 나포와 선원 억류에는 분명히 반대하되 인도적 교역을 비롯한 긴장 완화의 출구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이란의 현실적인 보복 위험인 통항 방해, 사이버 압박, 에너지 가격 상승과 교민 안전 악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선박별 위험관리, 보험료·운임 상승 대책, 비상 에너지 수급과 교민 철수 계획을 포함한 종합대책이 파병안과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비용과 대응책을 숨기지 않고 국회에 함께 제출해야 파병이 ‘위험 우려를 축소한 채 밀어붙이는 정책’이라는 불신을 줄일 수 있다. 설득의 출발점은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인정하고 국가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증명하는 데 있다.
셋째, 파병의 시작보다 종료 조건을 먼저 정해야 한다
군사적 개입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임무의 점진적 확대(Mission Creep)다. 선박 호위로 시작했다가 상황 악화에 따라 요격이나 보복작전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정치적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단기 파병이 ‘상시 주둔’으로 고착될 위험도 있다.
따라서 파병 동의안에는 ‘명확한 일몰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임무 기간을 제한하고, 연장할 경우 정부가 작전 성과와 위험을 국회에 다시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 다국적 임무가 공격적으로 변경되거나 장병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 한국이 독자적으로 임무를 축소하거나 철수할 권한, 그리고 무력 사용의 승인 절차를 파병 이전에 문서화해야 한다.
국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파병 승인 여부만을 묻는 포괄적 동의안보다 임무·기간·작전구역·교전규칙·철수 조건을 분명히 한 조건부 동의안이 바람직하다. 국회가 정부에 백지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된 조건 아래 제한적으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는 파병의 발목을 잡는 통제가 아니라 초당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다.
넷째, 해외 파병을 전작권 전환의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에서 확보해야 할 핵심 국익은 실제 작전환경에서 한국군의 역량을 입증하는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한미가 합의한 조건에 따라 판단되며 해외 파병이 공식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전환이 계속 지연되는 과정에서 “한국군은 실제 고위험 상황에서 작전을 주도해 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전환에 대한 신중론의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우려는 모의훈련만으로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 호르무즈 파병은 이 약한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한국군이 다국적 작전의 기획과 지휘통제, 정보융합, 교전규칙 적용에 실질적으로 참여해 작전능력을 현장에서 직접 입증해야 한다.
실제 긴장 환경에서 복합 위협을 통제하고 다국적 협력을 주도한 경험은 훈련장에서 얻을 수 없는 자산이다. 국제안보의 책임을 분담하면서 작전능력을 증명한다면, 한반도에서 경험 부족을 이유로 작전 주도권을 맡길 수 없다는 논리를 되풀이하기 어려워진다. 책임을 요구받는 국가가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요구하는 것은 동맹의 정상적인 재조정이다.
이는 “파병했으니 전작권을 넘겨달라”는 단순한 교환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군의 작전기획과 위기관리 능력을 실제 환경에서 확인하도록 만들고, ‘경험 부족’이라는 전환 지연의 논리를 약화시키자는 전략이다. 파병의 위험을 부담한다면 그 성과가 한국군의 교리와 지휘체계 발전, 전작권 전환 협의의 구체적인 자료로 축적되어야 한다.
정부는 바로 이 지점을 파병의 장기적 국익으로 설명해야 한다. 동맹의 요청에 응한다는 수동적 설명만으로는 반대 여론과 국회를 설득하기 어렵다. 한국군의 역량을 입증하고, 그 성과를 한반도 작전 주도권 강화로 환류시키는 국가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섯째, 입증된 능력을 전략적 자율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실전적 역량의 입증은 전작권 전환과 한반도 작전 주도권,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로 이어져야 한다. 전작권은 주권국가의 권한인 동시에 실제 전쟁을 지휘하고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 구체적인 능력의 문제다. 권리 주장과 역량 확보는 분리될 수 없다. 능력을 증명하고도 이를 제도적 권한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위험은 우리가 부담하고 성과는 타국이 가져가게 된다.
작전능력의 입증은 한미동맹을 수직적 보호관계에서 수평적 역할분담 관계로 전환하는 협상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무조건적 추종의 비용이 아니라, 한국이 동의한 국제적 공익을 위해 위험을 통제하며 책임을 분담하는 비용이어야 한다. 참여 목적과 출구전략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을 때 해외 파병은 전략적 자율성의 기반이 된다.
한반도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자는 요구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충돌하는 주장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방위를 스스로 주도할 능력과 책임을 갖춘 한국은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역내 위기에서도 한반도의 방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인도·태평양 전략 전체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선택이라는 점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
인태전략, 바퀴살 국가로 남을 것인가?
한국군의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운용단계에 들어선 인도·태평양 안보구조에서 한국이 ‘주변부 참여자’로 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일본이 제안한 OCEAN(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은 인도·태평양 전역의 작전·정보·군수·훈련 협력을 연결하는 네트워크형 국방협력 구상이다. 단일한 통합사령부나 작전계획은 아니지만, 일본은 미국·한국·호주·필리핀·인도 등과의 양자·소다자 협력을 연결하며 이를 실질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주일미군사령부의 작전 기능 강화, 일본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의 창설, 한미일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다영역 훈련 역시 이러한 네트워크형 안보구조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이 협력 자체가 아니라 그 구조 안에서 한국이 어떠한 위치와 권한을 확보하느냐다.
한국이 독자적인 작전능력과 한반도 작전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인도·태평양 안보구조를 공동 설계하는 국가가 아니라 미·일 중심의 협력망에 병력과 군수지원만을 제공하는 주변부의 바퀴살(Spoke)로 남을 수 있다. 일본 자위대가 한국군을 직접 지휘하지 않더라도 정보·지휘통신망·기지·군수지원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면 한국의 작전 선택은 구조적으로 제약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려면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의 작전 주도권, 한국군의 역외 작전 참여에 대한 정부의 승인권, 주한미군의 역외 운용에 관한 사전 협의,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역할 범위를 명문화해야 한다. 한미일 협력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작전 참여를 자동화하거나 한국의 동의 없이 그 역할을 확대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요구를 반일 감정이나 동맹 이탈의 언어로 제시해서도 안 된다. 한미일 협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주권적 동의와 명확한 역할분담을 통해 협력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주장으로 제시해야 한다.
OCEAN을 비롯한 네트워크형 안보구조는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가상 구상이 아니다. 작전·훈련·정보·군수협력을 통해 이미 작동하고 있다. 한국이 제때 자신의 위치와 권한을 정립하지 못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역내 위기에서 작전 선택권이 제한되고, 장기적으로는 미·일 중심 구조의 주변부에 고착될 수 있다.
호르무즈 파병은 이러한 흐름을 거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불리하게 형성될 수 있는 구조를 전환하는 계기로 활용되어야 한다. 한국군이 고위험 작전을 기획하고 통제할 능력을 입증할 때, 미국도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보장을 자신의 작전 자유를 제한하는 비용이 아니라 한반도 방위를 더욱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전략적 이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결론: 파병 여부가 아니라 파병의 조건을 물어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 논쟁은 찬반의 도덕적 대결이 되어서는 안 된다. 찬성론을 ‘전쟁 추종’으로, 반대론을 ‘동맹 책임 회피’로 규정하는 순간, 합리적인 정책 선택의 공간은 사라진다. 양측의 우려를 인정하면서 이를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으로 통합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참여의 목적과 조건, 위험 통제 방안이다. 제한된 임무, 다국적 지휘구조, 방어적 교전규칙, 이란과의 외교 채널, 일몰조항과 철수 기준이 최소 조건이다. 한국군이 작전기획과 지휘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맡고, 그 성과를 전작권 전환과 인도·태평양 안보구조에서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한 자산으로 축적해야 한다.
정부는 파병을 미국의 요구에 대한 찬반 문제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한하고 국제적 책임을 분담하면서 한국군의 역량과 국가의 협상력을 키우는 ‘조건부’ 국가전략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국회도 진영 논리를 넘어 파병의 비용과 장기적 국익을 함께 심사할 수 있다.
호르무즈 파병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다. 엄격한 조건 아래 국제적 책임을 분담하고 그 경험을 한국군의 작전능력과 전작권 전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의 자율성으로 전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위험을 타국에 떠넘기면서 전작권 전환만을 요구할 수도 없고, 동맹의 요구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진정한 자율성은 어떤 위험을 왜 감수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 범위와 한계를 통제할 수 있을 때 확보된다.
공짜 주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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