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보협력 강화, 경계할 이유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장(왼쪽)과 나카타니 겐 당시 일 방위상.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장(왼쪽)과 나카타니 겐 당시 일 방위상.
  • 미국 중심의 인태 정보 통합과 일본의 부상 미국은 법제화된 ‘인태 정보협력’을 통해 한·미·일의 실시간 공조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OCEAN’ 전략을 미국에 제시해 미국이 기획하고 일본이 실행하는 구조를 굳히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 안보에 일본의 개입 가능성이라는 복잡한 변수를 안게 됐다.
  • 정보 협력을 빙자한 ‘기술 종속’의 위험성 미국은 한반도 내 망분리 폐지 요구와 AI 정보 접근 제한 등을 통해 한국의 통신·기술 인프라를 미국 시스템 안으로 편입시키려 한다. 협력이라는 명분 아래 한국을 미국 중심의 정보 헤게모니 하위 체계로 종속시키려는 의도다.
  • 안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조건부 참여’ 전략 북한 위협 대응을 위해 정보 공유는 필수적이나, 무조건적 편입은 정보 주권을 훼손한다. 한국은 협력의 틀 안에서 ‘정보 주권 명문화’, 일본의 한반도 개입 범위 제한, 그리고 독자적인 기술 인프라 정책 유지를 협상 조건으로 내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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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의 인태 정보협력 법제화와 실시간 정보 공조의 압박

2026년 6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2027년 회계연도 정보권한법(Intelligence Authorization Act) 제691조를 통해 인도태평양 정보협력 강화 움직임을 가시화했다.

이 법안은 국가정보국(DNI) 등에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핵심 동맹국들과의 정보협력을 대폭 심화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력 대상국으로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등이 명시되었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한·미·일 3각 공조 체제 속에서의 해상 안보, 군사도발 조기경보, 공동작전계획 및 훈련, 대만해협 등 유사시 대응, 그리고 지역 정보 공유 체계 확대 등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이미 2025년 미국 하원 아미 베라(Ami Bera) 의원실의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그 필요성이 공론화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베라 의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 합의를 바탕으로 ‘미·일·한 3자 협력법’을 제도화하고자 했다.

각국의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3자간 의회 공식 대화 채널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다.

최근 발표된 미 의회조사국(CRS)의 미·한 협력 보고서(The U.S.-South Korea Alliance: Issues for Congress)도 주목해야 한다. 보고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명시했다. 특히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섞어 쏘기 등 변칙 궤도 미사일에 대응하려면, 한·미·일의 정보 공조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야만 미 서부 연안 방어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미국은 대만과 북한의 유사사태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위기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있어 자국 단독의 정보 역량만으로는 신뢰성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수집하는 휴민트(HUMINT)정보를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전구 구상’과 인태 전략의 하부 메커니즘 OCEAN

이러한 거시적 움직임 속에서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에 일어나는 변화를 예리하게 주시해야 한다. 미 인도태평양 전략은 말라카 해협과 대만 해협을 포함한 주요 해상 교통로의 자유로운 항행을 목적으로 하며, 기존 해양 질서의 ‘현상 유지’와 안전 보장을 핵심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 현재 동맹국 간 안보협상 구상인 ‘OCEAN(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을 중심으로 포괄적 안보협의체제 완성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OCEAN은 2025년 3월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방일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직접 제안했던 ‘전구 구상(One Theater Concept)’에서 발전한 것이다. 당시 헤그세스 장관은 동중국해, 남중국해, 대만해협, 한반도 등 인도태평양의 개별 분쟁 구역을 하나의 통합된 전쟁 구역으로 묶어 집단 안보 개념으로 대응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크게 환영했다.

이후 일본은 5월 샹그릴라 회의(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이를 OCEAN이라는 이름으로 재명명했고, 이는 인도태평양의 공식 전략으로 채택되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가치 공유국 간 군대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도태평양에서의 ‘현상 변경’ 시도에 집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통합적 억제력(Integrated Deterrence)을 행사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한국,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은 평시부터 정보 공유 체계를 통합하고, 연합 군사 훈련의 빈도와 강도를 높여 지휘 통제 체계를 단일화하는 전략을 수행하게 된다.

‘미국 기획, 일본 실행’ 구조가 한국 안보에 던지는 변수

이 전략의 실질적인 수행 양상은 ‘미국이 기획하고 일본이 실행한다’는 점에 있다. 이 구상을 통해 일본 자위대는 지리적 행동 제약을 완전히 허물게 되었다. 한반도 유사시나 남중국해 분쟁 발생 시 합법적으로 개입하고 반격 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대 현상 변경 국가로 지목되는 중국을 미국이 직접 상대하지 않는 대신, 일본이 분쟁 해결의 전면에 나서게 되는 구조다. 일본이 원했던 작전 구역의 동중국해·남중국해 확장은, 미국을 대신해 중국과 제1도련선에서 직접 대치하는 것을 각오한 ‘자위대의 국제화’를 의미한다.

미국의 후원 아래 일본이 주도하는 ‘통합적 억지 전략’은 중국의 해양력 팽창을 촘촘하게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한국에는 매우 복잡한 변수를 던진다.

미국이 2026년 1월 제시한 국방보고서(National Security Report)의 ‘자국 안보는 자국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대입해 보면 더욱 그렇다. 한국은 한반도 유사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동시에, 대만 유사사태와 같은 상황에서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집단적 안보 지원을 해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아야 한다.

또한 일본의 총괄 지휘 아래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행한다는 것은, 한반도 안전 보장 영역에서도 일본의 개입이 가능해질 여지를 포함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의 정보 압박: 정보 협력을 넘어선 ‘종속의 제도화’ 위험

일본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안착해 가는 상황에서 한·미·일 정보협력 강화는 과연 한국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까? 여기서 우리는 최근 한반도 내 정보통신과 관련해 미국이 취한 두 가지 조치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2026년 4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핵실험 유력 의심 구역으로 ‘구성’을 언급한 것에 대한 응징으로, 미국은 자국의 최고급 정보자산인 ‘SIGINT(통신신호정보)’ 제공을 지금까지 거부하고 있다.

둘째, 2026년 6월 미국 앤트로픽사의 ‘미토스 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금지하면서, 한국 특정 기간통신망의 ‘망오염(Contaminated Network)’ 문제를 제기했다. 더 나아가 한국 정부가 고집하는 물리적 망분리 정책을 콕 찝어 ‘글로벌 기술 협력의 방해 요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압박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미국 주도의 통신 정보 정책을 수용하고, 미국의 정보자산 우산 속으로 들어오라는 압박이다. 미국이 구상하고 제공하는 정보를 받되,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정보 협력을 강제하겠다는 의도다.

미국 정부는 이달초 엔트로픽의 '미토스 5'에 대한 외국인 접근를 금지했다. 한국의 통신사가 통신망이 중국 해커에 노출되어 있다는 이유로 한국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했다. 출처= quosa.io
미국 정부는 이달초 엔트로픽의 ‘미토스 5’에 대한 외국인 접근를 금지했다. 한국의 통신사가 통신망이 중국 해커에 노출되어 있다는 이유로 한국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했다. 출처= quosa.io

이는 엄밀히 말해 정보 협력의 심화라기보다 ‘정보 종속의 제도화’에 가까울 수 있다. 미국이 설계한 정보 인프라 안으로 한국이 완전히 편입되는 순간, 자체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정보는 미국의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며 미국의 판단 아래 공유 여부가 결정된다. ‘미토스 5’에 대한 접근 거부 사례처럼 미국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정보 접근권은 언제든 닫힐 수 있다.

비록 한국이 대북 휴민트(HUMINT) 정보를 공유하는 중요한 정보원으로서 지위를 가진다 해도, 미국이 요구하는 접근 방식은 매우 일방적이라는 데 함정이 있다.

결국 한국은 정보의 생산자이면서도 소비자의 위치로 격하될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의 정보 역량이 미·일이 주도하는 인태 정보협력 체제의 하위 체계로 포섭될 위험성이 매우 크다.

수동적 편입 대신 능동적 참여를 위한 ‘전략적 조건’

미국이 기밀 군사 정보의 유출과 망오염 가능성을 대놓고 지적하며, 망분리를 폐지하고 미국의 망 속으로 들어오라는 요구와 한·미·일 정보 동맹은 사실상 똑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 바로 미국의 ‘정보 헤게모니로의 종속’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보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 종속적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지점에서 일본의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단순히 미국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미국이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한 뒤, 이를 자국의 전략적 이익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협상했다.

앞서 언급한 OCEAN 구상 자체가 일본의 제안이었다. 자위대의 작전 범위 확장은 일본이 설계하고 미국이 승인한 결과물이다. 즉, 일본은 수동적 협력국이 아니라 능동적인 공동 기획자로 움직였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인도태평양 정보 협력 프레임 자체를 대놓고 거부하기는 어렵다. 거부할 수 없다면 참여하되,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첫째, 정보 주권의 명문화가 필요하다. 미국과의 정보 협력 확대는 수용하더라도, 한국이 수집한 정보의 처리·공유·활용에 대한 한국의 독자적 결정권은 반드시 협정 문서에 명시되어야 한다.

정보 제공의 조건과 범위를 한국이 직접 설정하지 못하면, 한국의 정보 역량은 미국의 전략 목표를 위해 무상으로 제공되는 자산으로 전락할 것이다.

둘째, 한반도 사안에서 일본의 개입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OCEAN 구상이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개입을 구조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면, 한국은 그 개입의 범위와 조건을 제한하는 별도의 협정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이는 감정적인 반일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안보의 주도권이 어느 나라에 있는가에 대한 국가 생존의 문제다.

셋째, 정보 협력의 대가로 ‘기술 주권’을 맞바꿔서는 안 된다. 미국의 망분리 정책 비판과 AI 정보 접근 제한은 한국의 디지털 인프라 정책을 미국 표준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사이버 안보’와 ‘정보 인프라’는 국가 주권의 핵심 영역이다. 정보 협력을 위해 한국의 독자적인 기술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안보의 기반을 파는 모순을 범하는 것이다.

조건 있는 ‘참여’로 안보 주도권 지켜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보 전략 강화는 분명 한국에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주는 측면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는 한국의 생존과 직결된 필연적인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창문 안으로 무조건 걸어 들어가는 것은 기회가 아니라 정보 종속으로 가는 위험한 길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조건 없는 ‘편입’이 아니라,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조건 있는 ‘참여’여야 한다. 실시간 정보는 받아들이되, 그 대가로 한국의 정보 주권, 기술 자율성, 한반도 안보의 주도권까지 내주는 협상 구조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미국의 인태 정보 전략 강화는 우리 하기에 따라 호재가 될 수도,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안보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명확한 답을 정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할 시간이다.

이 글은 필자가 나토국방대학원(NDC)에서 리서치 펠로우로 근무하면서(2025년) 유럽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도태평양 전략, 그리고 정보통신 안보 및 사이버 기간시설을 연구하며 정립한 인태 지역 정보협력에 관한 전략적 제언이다.

대서양 안보와 인태 안보가 격렬하게 동기화되는 거시적 흐름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거대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학술적 논거는 올 하반기 출판 예정인 연구 논문을 통해 더욱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나아가 필자는 미·일 중심으로 짜인 좁은 인태 전략 구도 속에서 한국의 안보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서양의 나토(NATO)를 새로운 다자간 균형추로 유치하고, 경남 사천에 ‘나토 방산구매협력사무소(가칭)’를 신설하는 등의 ‘인태-대서양 결속 및 한국형 가교 전략’을 통한 인도태평양전략의 새로운 판짜기를 제안하는 칼럼을 연속으로 기고할 예정이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08 한·미·일 정보동맹, 한국은 얻는 게 많을까 잃는 게 많을까?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안보법과 사이버안보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나토(NATO) 사이버센터 방문연구자, 나토 해양안보센터 패널리스트, 나토 국방대학원 리서치 펠로우 과정을 모두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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