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견제위해 나토(NATO)가 필요하다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군사대국화을 노골화하고 있는 일본. 사진출처= www.japantimes.co.jp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군사대국화을 노골화하고 있는 일본. 사진출처= www.japantimes.co.jp
  •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OCEAN 프레임워크 미·일 주도의 ‘OCEAN 프레임워크’는 중국 견제라는 명분 아래 일본의 군사적 부활과 해양대국화를 가속화하며, 한국을 한반도 분쟁 연루와 전략적 종속의 덫에 가둘 위험이 크다.
  • 나토(NATO)를 활용한 다자주의적 방패 미·일의 폐쇄적 독주 체제를 견제하기 위해, 역내 안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나토의 열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도·태평양 안보 구조를 다원화해야 대한민국에도 ‘전략적 자율성’이 생긴다.
  • 경남 사천에 ‘나토 방산협의 사무실’ 유치를 나토의 물질적·군사적 공급망 부족을 보완할 ‘나토 방산협의사무실’을 사천에 유치하는 등 실질적 방산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일본을 견제하고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켜낼 외교적 레버리지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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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EAN 프레임워크’와 새로운 ‘안보 기하학’

오늘날 인도태평양 수역이 글로벌 패권 경쟁의 가장 치열한 전장이자 지정학적 단층선으로 떠올랐다.

최근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되어 구상하고 있는 ‘OCEAN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역내 안보 환경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거대한 시도이다.(관련 칼럼:한·미·일 정보협력 강화, 경계할 이유 )

일관되고 포괄적인 전략 수행 체계 정립을 목표로 하는 이 구상은, 본질적으로 과거 냉전기 대서양을 수호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안보체제를 인도태평양 수역에 이식하려는 거대한 청사진과 닮아 있다. 중국이 일본의 이 제안에 발끈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 1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을 국방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 1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을 국방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연합뉴스

그동안 인도태평양 안보 지형은 미·일 동맹, 한미 동맹과 같은 끈끈한 ‘양자 동맹’ 체계를 주축으로 작동해 왔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오커스(AUKUS), 쿼드(Quad), 미·일·필 3국 협력 등 다양한 형태의 소(小)다자(minilateral) 동맹 유사 체계들이 중첩적으로 형성되며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다각적 협력체들은 각 참여국이 가진 중첩되면서도 통합되지 않은 안보 이익을 투사하는 유연한 플랫폼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미·일이 주도하는 ‘OCEAN 프레임워크’는 이 파편화된 결속들을 하나의 거대한 집단안보체제로 변모시키려 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역내 억제력을 극대화하는 완벽한 연합체로 보이지만, ‘나토식 집단안보 모델’이 가진 고질적인 한계가 이 지역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위험성이 크다.

첫째는 집단안보체제 특유의 ‘비대성’에서 비롯될 수 있는 의견 불일치와 작전 효율성의 저하이다.

덩치가 커질수록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특히 만장일치(consensus)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결정 구조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관건으로 하는 군사 안보 상황과 근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모순을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거대한 체제가 철저히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의해 기획되고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동맹국 간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저해하고, 한국을 비롯한 다른 참여국들의 안보적 주권을 제약하는 구조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2026년 4월 길버트 테오도로(Gilberto Teodoro)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미국·일본·호주 등과 동·남중국해를 단일 작전 구역으로 묶어 공동 대응하는 구상(OCEAN)에서 “한반도는 이 논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는 필리핀이 남중국해 방어에 집중하며 한반도 분쟁에 연루돼 국익이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는 철저한 ‘자국 국익 우선주의’ 행보를 보여준다.

이처럼 역내 국가들이 냉정한 국익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안보 환경 속에서, 한국 역시 미·일의 전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보다 자국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일본 ‘OCEAN 전략’의 목표- 평화헌법 족쇄 풀고 ‘해양대군’으로

우리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려는 ‘OCEAN 프레임워크’를 결코 간단히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는, 이 체제가 일본에게 제공하는 막대한 지정학적 이익과 군사적 부활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일본은 평화헌법 제9조(‘전수방위 專守防衛’ 원칙으로 일본이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하며, 그 수준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에 묶여 자위대를 영해 바깥에서 활동시킬 수 없는 강력한 제도적 제약을 안고 있었다.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부인당했던 일본에게 역외 군사 투사는 영원한 금기였다.

그러나 아베 정권의 안보 법제 개정으로 시작된 일본의 군사적 행보는 OCEAN 프레임워크와 미국의 공인을 통해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자위대는 동·남중국해 전체를 합법적 작전구역으로 선포하며 오랜 족쇄를 풀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중국 억제용 대리인을 확보했고, 일본은 이를 기회로 글로벌 군사강국이자 해양대군으로 재도약하며 전후 체제를 완전히 청산하게 되었다. 즉,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을 전면에 내세웠고, 일본은 이 기회를 포착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며 오랜 평화헌법 체제의 제약을 완전히 탈피하는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러한 미·일의 전략적 밀착은 한국 안보에 치명적인 ‘이중 부담(Double Burden)’을 지울 수 있다.

미·일의 우선순위는 오직 중국을 포위하고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한국은 한반도 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이라는 독자적이고 실존적인 생존 위협을 직접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일의 거시적 대중국 전략 속에서 북한의 위험 수준은 끊임없이 평가절하되어 왔다는 데 그 현실적 한계가 있다.

이 수직적 위계 구조 속에서 한국이 분쟁에 개입할지 여부를 주도적으로 결정할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호주, 필리핀 등과 함께 중심축이 아닌 ‘바퀴의 살(Spoke)’로 밀려나 결국 한반도 문제에서조차 미·일의 전략적 지시와 통제를 받는 주객전도의 덫에 갇히게 될 것이다.

나토의 인·태 참여를 향한 집착과 미·일의 견제

미·일이 구축한 견고한 독주 체제를 타파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다원화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거대한 변수가 바로 ‘나토’(NATO)이다. 필자가 지난해인 2025년 나토국방대학원(NDC)에서 리서치 펠로우로 머물며 현장에서 목격한 브뤼셀과 로마의 인도·태평양에 대한 안보 기류는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나토는 대서양 안보의 명운이 인도·태평양 수역의 안정과 완전히 동기화되어 있음을 명확히 직시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불거진 북한의 대규모 군사 참전과 하이브리드 전쟁 수행 능력 제고는 나토에 새로운 안보 위기의 확산이라는 깊은 우려를 안기고 있다.

지난 2025년 9월 3일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주석 양옆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나란히 섰던 장면, 그리고 2026년 6월 8일 시진핑주석의 평양방문후 북·중 국경 무역의 전면 개방 정책은 유럽을 위협하는 권위주의 대륙 동맹의 공고화된 실체를 가시적으로 증명했다.

이제 나토에게 인도·태평양은 먼 바다가 아니라, 자국 영토의 안위와 직결된 전선의 확장선으로 간주된다. 때문에 나토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단순히 외교적 수사나 옵서버 자격에 머무르기를 원치 않는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인도·태평양 지역의 실질적인 안보 의사결정 구조(Governing Structure)에 지분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강력한 열의와 의사를 품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미묘한 지정학적 기싸움이 발생한다. 역내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고 자위대의 군사 대국화를 추진 중인 일본과 이를 통해 대중국 포위망을 독점 관리하려는 미국은, 나토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해 지분을 나눠 갖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설계한 OCEAN 체제의 거시 전략이 나토 회원국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복잡한 의사결정 원칙에 의해 간섭받거나 희석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 미묘한 균형의 틈새, 즉 나토의 강렬한 진입 열망과 미·일의 배타적 견제가 충돌하는 접점이야말로 한국 외교가 파고들어야 할 최적의 지정학적 공간이다.

국민적 인식 대전환과 나토를 향한 ‘영리한 초대’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 대다수가 나토(NATO)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표출했던 것은 사실이다. 지리적으로 먼 유럽의 군사동맹에 엮여 불필요하게 우크라이나 전쟁의 화를 자초하거나, 동아시아 안보 전선을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고립주의적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중·러의 기회주의적 밀착이 임계점을 넘고 일본이 해양대군으로 부활하는 2026년 현재, 과거의 관성적인 안보관은 대한민국을 고립시킬 뿐이다. 미국과 일본의 밀착 구조 속에서 우리가 외교적 보폭을 넓히고 미·일의 과도한 압박을 완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무게추는 이제 ‘나토’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전략적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나토를 인도·태평양으로 적극 ‘초대’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시급한 이유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자유로운 해양 보장’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토는 미·일 세력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동맹국들을 과도하게 군사적으로 몰아붙이거나 원치 않는 분쟁으로 끌어들이려 할 때, 이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완충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다자주의적 방패’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미·일 중심의 양자 밀착 구조가 가진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나토의 전략적 취약점을 보완하는 실리적 접근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자간 우회적 협력 가능성을 주도적으로 개척해야 한다.

‘나토 방산협의 사무실’ 유치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여 나토의 인도·태평양 연락사무소를 도쿄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비록 국가 간 합의가 최종 완료된 것은 아니나,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외교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기존 합의를 뒤흔들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외교적 미숙함으로 비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나토의 정치·외교적 창구 기능은 일본에 양보하더라도, 나토가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안보의 ‘물질적·군사적 공급망’을 선점하는 철저한 실리주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핵심 대안이 바로 나토의 인도태평양 보급기지이자 거대한 방산 공급망의 실무 축인 ‘나토 방산협의사무실(NATO, Defense Industry Consultation Office, 가칭)’을 경남 사천에 유치하는 것이다.

현재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으로부터 국방비를 증액하라는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으나, 탈냉전 이후 수십 년간 축소된 유럽 내 방산 제조 역량과 생산 능력의 한계로 인해 기민한 군사적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무기와 탄약을 적기에 조달할 공장 기반이 약화된 나토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신속한 생산 능력과 고도화된 방산 라인을 온전히 보존한 대한민국은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객관적인 평가다.

특히 일본은 평화헌법의 제약과 방산 제조 생태계의 한계로 인해 나토에 이러한 실무적·물질적 기반을 제공하는 데 명확한 한계가 있다. 일본이 정치·외교적 네트워크 중심의 역할을 맡는다면, 한국은 나토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인 방산 및 군수 조달 능력을 충족시키며, 실질적인 거점의 역할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의 메카인 경남 사천에 ‘나토방산협의사무실’을 유치함으로써 나토의 인도태평양 진출 수요를 흡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호혜적(quid pro quo)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리적 방산 협력을 통한 한반도 자율성 수호

결론적으로 미·일이 구상하는 OCEAN 프레임워크는 한국을 대중국 전선의 전위대로 활용하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구조적 위험성을 품고 있다.

평화헌법을 우회해 글로벌 군사강국으로 부활하려는 일본의 거대한 군사 계획 속에서 한국이 ‘바퀴의 살(Spoke)’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역내 의사결정 구조의 다원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참여하고자 하는 나토(NATO)의 열망을 적극 활용해, 이들을 한국의 핵심 방산 공급망을 통해 역내로 초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나토에 대체 불가능한 군사·물질적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다질 때, 우리는 미·일의 일방적인 압박을 견제할 강력한 외교적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다.

나토를 인도·태평양 수역으로 초대하는 것은 미·일 중심의 기존 협력 체제를 부정하거나 약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폐쇄적 구도를 ‘열린 다자주의 체제’로 확장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외연을 넓히고, 역내 전체의 안정과 번영을 함께 도모하는 상생의 고도화 전략이다.

명분은 유연하게 양보하되 실리는 선점하는 방산 외교는 해양대군을 꿈꾸는 일본의 독주를 견제하는 카드가 될 것이다. 나아가 미·일의 압박 속에서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켜낼 실질적인 외교적 방패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23 평화헌법 던져버린 일본, 대한민국이 NATO를 끌어들여야 하는 이유?
글쓴이

최수정 칼럼니스트

최수정 칼럼니스트는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안보법과 사이버안보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나토(NATO) 사이버센터 방문연구자, 나토 해양안보센터 패널리스트, 나토 국방대학원 리서치 펠로우 과정을 모두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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