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업 이익은 치솟고 인간은 사라질까

시트리니 보고서《2028 글로벌 지능 위기》에 대한 반박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성공이 가능하다면, 제품가격 급락은 왜 배제했나

시트리니 보고서의 내용을 포함한 미래의 모습. 이미지-챗GTP
시트리니 보고서의 내용을 포함한 미래의 모습. 이미지-챗GTP

지난 월요일(23일) 뉴욕 증시에선 또 다른 ‘AI 공포’가 트레이더 플로어에 휘몰아쳤다. 이 공포의 근원이 된 보고서는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가 발표한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는 인공지능(AI)이 화이트칼라 노동을 대체하면서 소비가 붕괴하고, 결국 주식시장과 실물경제가 동반 추락한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가상의 2028년을 회고하는 형식의 이 보고서는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보고서는 “공포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받았다.

“AI가 성공하면 경제가 붕괴한다?”

보고서의 핵심 논리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경제학적으로 취약한 전제와 과도한 공포 서사가 섞여 있다.

우선 ‘소득 붕괴 → 소비 붕괴’는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단선적 경로로 전제한다. 즉, AI 대체 → 임금 감소 → 소비 감소 → 기업 실적 악화 → 추가 해고 → 악순환’ 고리다.

하지만 이는 가격 조정 메커니즘을 사실상 무시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AI가 노동을 대체할 만큼 성공한다면, 이는 동시에 생산비의 급격한 하락을 의미한다. 한계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지는 산업에서는 가격 또한 급락하는 것이 시장의 기본 작동 원리다. 소득이 없어지는 것과 다른 양상으로 가격이 급락하는 것이다.

가격이 하락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의료·법률·교육·소프트웨어 비용이 하락하고 콘텐츠와 지식 접근 비용은 사실상 무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기업의 운영비 역시 급감한다. 이는 명목소득이 줄어도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음을 뜻한다.

보고서는 ‘임금이 줄면 소비가 줄어든다’고 가정하지만, 경제는 ‘소득’만이 아니라 가격과 함께 작동하는 체계임을 간과하고 있다.

기술 혁명은 항상 ‘일자리 파괴’로 끝나지 않았다

산업혁명, 전기 보급, 인터넷 확산 등의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시기에 모두 대규모 실업을 우려하는 보고서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이 상승하면서 가격은 하락했다. 또 산업구조가 재편돼 새로운 직무가 탄생하기도 했다.

물론 AI시대의 도래가 예외일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어쨌든 보고서는 시나리오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태도를 취했다.

보고서는 지능의 자동화가 곧 노동의 소멸로 이어진다고 본다. 하지만 인간 노동은 단순한 인지 능력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신뢰, 책임, 법적·사회적 관계, 물리적 작업, 감정 노동 등 기술적으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과 사회적·제도적으로 즉각 전면 대체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노동시장은 항상 점진적으로 조정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정책 무력화 가정은 과도하다

이 보고서는 ‘금리 인하가 무용지물’이라고 설정한다. 그러나 현실에는 다음과 같은 대응 수단이 존재한다. △ 확장적 재정정책 △고용 보조금 △AI 과세 논의 △데이터 배당 모델 △직업 전환 프로그램 등 정책대응이 일어날 수 있다.

보고서는 정책 대응을 거의 배제한 채 붕괴를 가정하는 것은, 위기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최악의 경우만 강조한 경고문에 가깝다할 수 있다.

진짜 질문: 왜 가격은 고려하지 않는가

이 보고서의 가장 큰 논리적 공백은 바로 가격 곡선이다. AI가 완벽히 성공한다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은 극단적으로 하락하지 않을까?

AI가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한다면, 생산비는 에너지 비용 수준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사회는 ‘소득 부족’이 아니라 ‘풍요의 분배 방식’ 문제로 이동할 것이다. 경제 붕괴가 아니라
경제 체계의 전환이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사고 실험으로서 흥미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경제 구조를 현재 상태로 고정한 채 AI 충격만 주입하는 방식은 위기 서사를 강화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현실 가능성의 균형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을 살만하다.

결국 이 문서는 “AI 성공 = 자본주의 붕괴”라는 강렬한 역설을 통해 주목을 끌었지만, 경제학적 조정 메커니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과도한 공포를 확대 재생산한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 보고서로 읽힐 여지가 적지 않다.

AI는 위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극단적 디플레이션과 풍요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문제는 붕괴냐 아니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전환을 준비하느냐다.

시트리니 보고서 내용 요약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의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보고서는 지난 2월 22일에 발표됐다. 보고서는 “미래(2028년 6월)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거시 경제 메모” 형식을 빌린 일종의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이다.

이 보고서의 전문은 시트리니 리서치의 서브스택(Substack)에서 확인할 수 있으나, 분량이 매우 방대하므로 핵심 내용을 요약한다.

1. 핵심 개념: “지능 대체 소용돌이 (Intelligence Displacement Spiral)”

현상: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고임금 화이트칼라 노동자를 AI로 대체하면서 단기 마진은 극대화된다.

문제: 해고된 노동자들이 소비를 멈추면서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엔진’이 꺼지기 시작한다.

악순환: 수익이 악화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AI를 도입하고 사람을 더 해고하는 ‘음의 피드백 루프’에 빠집니다.

2. 유령 GDP (Ghost GDP)

AI 덕분에 생산성은 폭발하고 헤드라인 GDP 지표는 양호하게 나타나지만, 그 부(富)가 가계(가계 소득)로 흐르지 않고 소수의 컴퓨팅 소유주에게만 집중된다.

지표상으로는 경제가 성장하는 것 같지만, 실제 사람들의 삶과 소비 시장은 붕괴하는 ‘착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3. 가상의 타임라인 (2026~2028)

2026년 초: AI가 ‘단순 도움’을 넘어 ‘완벽한 대체’ 단계로 진입. 기업 마진이 치솟으며 S&P 500이 8000선을 돌파하는 등 극도의 낙관론(유포리아) 팽배.

2027년: 화이트칼라 실업률 급증. 소득 급락으로 비자(Visa), 마스터카드 등 결제 기업과 인도 IT 서비스 기업들의 실적이 붕괴하기 시작.

2028년 6월: 미국 실업률 10.2% 기록. S&P 500은 2026년 고점 대비 38% 폭락. 전통적인 금리 인하 정책이 ‘기술적 대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됨.

4. 주요 피해 산업

중개 산업: 보험, 은행, 부동산 등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모든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및 IT: 코딩 에이전트의 비용이 ‘전기료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인도 IT 아웃소싱 기업(TCS, Infosys 등)이 궤멸적 타격을 입음.

결제 서비스: AI 에이전트 간의 직접 결제로 기존 카드 결제망의 마찰 비용 수익이 사라짐.

5. 결론 및 대안: “보편적 고소득(UHI)”

단순히 굶지 않을 정도의 ‘기본소득(UBI)’으로는 자본주의를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 에르메스 백이나 고급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보편적 고소득(Universal High Income)’이 보장되어야만 로봇이 만든 제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유지된다.

결국 정부가 AI에 세금을 부과(AI Tax)하여 부를 재분배하는 새로운 사회 계약이 필요하다고 이 보고서는 시사한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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