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적’ 일본과 ‘관전자적’ 한국
- 관전자 vs 당사자 한국 언론이 미중 회담의 성과를 멀리서 지켜보는 ‘관전자’라면, 일본은 대만·남중국해를 자국 생존이 걸린 문제로 보고 ‘당사자’로서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 거래 뒤의 안보 위기 일본 언론은 2,500억 달러라는 화려한 숫자 이면에, 대만 안보가 희석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이를 ‘충돌 유예를 위한 일시적 휴전’으로 간파했다.
- 한국, 안이한 태도 아닐까 미중의 화기애애한 수사에만 매몰된 우리 언론의 수동성을 비판하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동아시아 안보 역할론에 대한 긴급한 준비를 촉구한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보는 한국과 일본의 시각은 얼마나 다른지도 또 다른 주목대상이다. 한국은 양 강국의 정상이 세계 주요 외교현안, 무역질서, 이란전쟁 등에 대한 해결책 내지 타협선이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한다. 다분히 ‘관전자’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당사자적’이다. 무엇보다 대만문제를 보는 데 매우 긴장하며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고 있다. 크게는 중국 대륙의 일부인 대만 문제를 왜 일본이 이렇게 ‘당사자적인’ 관심을 가질까. 쉽게 판단하려면 남중국해를 거쳐 오는 원유 등의 수입선을 중국이 저지할 경우 경제안보상 위기에 맞닥드릴 수 있기 때문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이대만 문제에 대해 레드라인임을 강조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박하지 않은 것은, 이 사안의 견제에 상당 부분이 일본에 부여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일본이 당사적인 이유중 하나다. 반면 우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양강의 신경전 정도로 해석한다면, 무역질서의 문제가 아니라도 지나치게 안이한 시각일 수 있다. 우리에게 서서히 좁혀져오는 동아시아 안보체제 역할론에 대한 준비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이날 미중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확인해보자.
일본 최대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합의한 2,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구매 계약이 트럼프식 ‘거래 외교’의 승리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화려한 숫자의 장막 뒤에서 동아시아의 안보 지형은 유례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만 유사’를 거래의 카드로 쓰지 마라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타협 불가능한 핵심 이익’으로 재확인하며 미국을 압박했다고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일본에 있어 대만 해협의 안정은 단순한 이웃 나라의 갈등이 아니며, 대만의 유사(有事)는 곧 오키나와와 서남 제도를 포함한 일본 영토 전체의 유사를 의미하는 ‘실존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적 실리를 위해 대만에 대한 안보 공약을 조금이라도 희석시킨다면, 이는 일본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는 일본의 생명선
일본은 에너지 자원의 90% 이상을 남중국해 해로에 의존한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신의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현상 변경 시도를 멈추지 않는 한, 일본 경제는 상시적인 볼모 상태에 놓이게 된다.
신문은 미중이 이번 회담에서 남중국해 군사화 방지에 대한 실질적 합의 없이 추상적인 ‘대화’만을 언급한 것은 일본을 안심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일본은 이제 관전자가 아닌, 이 지역 안보 질서의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G2의 ‘전략적 안정’이라는 환상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분석기사를 통해 미중 정상이 합의한 표면적인 ‘안정’은 국제 시장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주었다면서도 이번 회담의 본질은 ‘진정한 화해’가 아닌 ‘충돌을 유예하기 위한 일시적 휴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니케이신문은 일본 기업들은 미중의 밀착이 가져올 ‘공급망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시진핑의 자립 갱생 노선 사이에서 일본의 첨단 기술 공급망이 ‘안보의 제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 정부는 동아시아 전체의 공급망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에만 의존하는 외교에서 벗어나, 필리핀, 호주, 베트남 등 남중국해 이해당사국들과의 독자적인 안보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중추’라는 시각
니케이는 일본이 미중이라는 두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다며 오히려 규범에 기반한 해양 질서를 수호하는 ‘중추(Anchor)’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이 자국 중심의 지표(수익과 랭킹)를 내세워 지역 질서를 재편하려 할 때, 일본은 동아시아와 남중국해의 평화를 지키는 ‘실질적 검증자’로서 당당히 지분을 요구해야 할 때라고 다카이치 내각에 요구했다.
한국 언론의 시각은 어떨까
일본 언론이 미중이 내놓은 합의문의 ‘행간’을 읽고 그 실질적 위험성을 검증하는 동안, 한국 언론의 보도는 어떨까. 연합뉴스의 종합 기사는 일본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화기애애함’을 요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와 대만 문제, 글로벌 현안 등을 논의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하면서,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미중 협력 확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중국과의 협력 의지를 강조하며 “시 주석과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고 가장 좋은 양국 정상 간 관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양국 관계의 새 틀로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제시했다.
中, 대만 문제엔 강경…미중, 이란 핵무기 불허 동의
시 주석은 그러나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중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잘못 처리하면 양국 관계 전반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 주석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론하며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의 충돌 가능성을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훌륭하다”고 평가했으나, 대만 문제 논의 여부를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한국 언론이 화기애애한 ‘구두 발표’에만 매몰되어 있는데 비해, 일본의 두 주요 신문이 남중국해와 대만이라는 실질적 가치(안보 생명선)를 ‘당사자’로서 집요하게 검증하려 했다.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발생 소식을 그대로 전하는 데 충실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한다. 밤사이 국내 언론사들이 정상회담 의미를 분석한 기사를 만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수동성, 관전자성을 넘어서 일본처럼 ‘안보의 당사자’로서 들여다보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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