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경찰개혁 논의, 이대로 좋은가

사진=MBC뉴스 캡쳐
사진=MBC뉴스 캡쳐
  • 중구난방식 개혁의 한계 경찰개혁이 정부, 총리실, 여당 등 여러 곳에서 각기 추진되면서 실효성 없는 ‘말의 성찬’과 부실한 입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 실행력 부재의 과거 교훈 과거 문재인 정부 초기 경찰개혁위원회처럼 훌륭한 권고안을 만들더라도, 이를 법률과 제도로 연결할 강력한 추진 체계가 없으면 개혁은 실패로 끝난다.
  • 대통령실 중심의 단일 추진 체계 필요 성공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의 단일 추진기구를 신설해 정부안을 마련하고, 여당은 이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입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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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의 빈틈에 이번에는 경찰개혁?

검찰개혁이 끝나자 이제 경찰개혁이 화두다. 정부도 여당도 경찰개혁을 말하고, 경찰청도 자체적으로 개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빈틈없이 했다면 이렇게 서둘러 경찰개혁을 외칠 이유가 있었을까.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사의 권한을 축소한다면 당연히 그에 걸 맞는 경찰 통제를 함께 설계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 경찰개혁이 새로운 국가적 과제로 급부상한 현실은, 역설적으로 앞서 진행한 검찰개혁이 형사사법 체계 전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실 개혁이었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이재명 정부의 각종 개혁 방식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 하나가 끝나기도 전에 그 개혁으로 생긴(생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개혁을 시작하고, 그것이 다시 새로운 개혁을 불러오는 방식으로 국가 시스템을 계속 뜯어 고치는 것이 이 정부의 개혁 방식이라면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경찰개혁’을 시작한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면 많은 사람이 모여 수많은 회의를 하고도 성과 없이 또 한 번 ‘말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10년 전 경찰개혁은 왜 흐지부지 됐나

나는 문재인 정부 초기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위원회는 수사·인권·자치경찰 세 분과로 나뉘어 상당히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1년 동안 100회 가까이 회의를 했으니 당시 분위기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적지 않은 개혁 권고안을 내놓았다. 경찰은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씁쓸하다. 상당수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로 끝났다. 경찰청이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일부 실행됐지만 법률을 바꾸어야 하는 핵심적인 개혁안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요즘 다시 논의되는 경찰 외부감독기구가 대표적이다. 당시 개혁위는 영국의 독립적인 경찰감독제도(IOPC)를 참고해 경찰의 위법·부당한 직무수행을 외부에서 조사하고 통제하는 기구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검토해 권고했다. 그러나 입법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지금 와서 우리는 그것을 다시 경찰개혁의 주요 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그때의 경험에서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좋은 개혁안을 만드는 것과 개혁을 실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아무리 유능한 전문가들을 모아 수십 번, 수백 번 회의를 하고 좋은 권고안을 만들어도 그것을 정부 정책으로 확정하고 필요한 법률을 만들어 국회를 통과시키는 추진체계가 없다면 개혁은 결국 화려한 ‘말의 성찬’으로 끝난다.

다시 하려는 경찰개혁에 대한 우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경찰개혁 논의가 제대로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경찰청에는 김남준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수사개혁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도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단장으로 경찰개혁추진단을 만들었다. 여기에 대통령은 총리실에도 경찰개혁을 챙기도록 지시했고 별도의 경찰개혁기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경찰개혁을 몇 군데에서 하겠다는 것인가. 경찰청도 개혁안을 만들고, 총리실도 개혁안을 만들고, 민주당도 개혁안을 만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회의는 많아지고 토론회도 많아지고 그럴듯한 개혁안도 여러 개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중 어느 것이 최종적인 개혁안이 되어 입법화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이번 검찰개혁은 민주당이 주도하다가 정부가 총리실 산하에 검찰개혁추진단을 만들어 준비했지만 막판에 가선 그 결과를 깡그리 무시하고 다시 민주당이 주도해 전격적으로 법률을 통과시켰다. 그러니 얼마나 구멍이 많겠는가. 앞으로 우리가 걱정하는 검찰개혁의 폐해는 다 이런 구조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 결과다. 개혁이라는 것을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경찰개혁위원회가 아니다. 정책결정과 입법을 하나로 연결하는 강력하고도 실효성 있는 경찰개혁 추진체계다.

대통령실이 중심 되어 경찰개혁 해야

나는 개혁다운 개혁이 이루어지려면 대통령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총리실의 기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적 아젠다는 총리실이 외부 전문가들을 모아 의견을 듣고 개혁안을 작성하는 방법으론 안 된다. 검찰개혁 추진과 같은 방식을 또 다시 재현해선 안 된다.

대통령 직속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역량 있는 위원장과 유능한 전문가 위원들로 추진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실무 추진팀이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기구가 만들 개혁안은 여당이 바로 입법화할 것이라는 것이 사전 전제 되어야 한다.

이런 추진체를 만들면 경찰청의 수사개혁위원회는 이 기구로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수사 개혁 활동이 이미 만들어진 법률을 구체화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몰라도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와 민주적 권력통제까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경찰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입법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경찰청을 넘어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의 역할도 분명해야 한다. 정부와 경쟁하여 또 하나의 경찰개혁안을 만드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책임 있는 경찰개혁안을 만들면 그것을 검토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조정한 뒤 국회에서 신속하게 입법하는 창구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여당은 그것을 책임지고 입법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요즘의 개혁과정을 보면 이 기본적인 원칙조차 자주 뒤집힌다. 정부와 여당, 관계기관이 조율되지 않은 채 제 각기 백가쟁명의 안을 내놓아선 제대로 된 개혁을 할 수 없다.

이번에는 권고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경찰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먼저 경찰개혁을 추진하는 방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이 글은 필자인 박찬운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2:00 순서가 뒤집혔다! 경찰에 모든 권한 몰아주고 이제 개혁?
글쓴이

박찬운 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찬운(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전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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