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 마사회 회장 “생명 존중 플랫폼 되겠다”

이재명 대통령의 ‘동물권’ 철학 공유 “말 복지는 감상 아닌 과학과 제도” 광화문에 ‘도심 승마장·근위 기병대’ 구상 사행성 우려 정면 돌파… ‘말산업 생태계’ 발전 부지 이전 논란엔 “조건을 우리가 제시해야” 1년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성과 높이 평가

'더 칼럼니스트'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우희종 한국마사회 회장. 사진= 문주용
'더 칼럼니스트'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우희종 한국마사회 회장. 사진= 문주용

한국마사회가 과거 군 장성이나 거물급 정치인들이 독식하던 비전문가 경영 시대에서 탈피해, 21세기형 ‘생태·문화 공공 플랫폼’으로의 대전환을 시작했다.

한국마사회 회장에 취임한 수의학자 우희종 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이자 현 명예교수는 생명존중과 레저수요 증가로 마사회 역할의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마사회 본연의 가치인 ‘말(馬)이라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과학적 전문성’을 중심에 두고 조직을 전면 리빌딩하겠다고 밝혔다.

우 신임회장은 지난 2005년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당시 실명으로 문제를 지적하며 과학계에 공적 발언을 진행했고,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 당시 광우병 안전성 문제 및 느슨한 도축 기준을 지적한 과학자출신으로 진보진영 시민단체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우희종 신임 한국마사회장은 문주용 《더 칼럼니스트》 발행인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캠프 시절에 ‘동물권위원회’를 만들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동물권(動物權)’이라는 파격적인 개념을 공유해왔다”며, “마사회가 과거의 사행성 경마(베팅) 중심 기능에서 완전히 벗어나, 생명 존중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새로운 생태적·문화적 기여를 해야 한다는 시대적 시그널로 선임 배경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늑구’ 사건이 던진 생명존중의 화두

우 회장은 최근 발생한 ‘늑대(늑구) 탈출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동물을 바라보는 모순된 고정관념을 짚었다. 그는 “인간이 만든 잔혹한 이미지 때문에 과도한 공포를 느끼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막상 생포되면 감상적인 아쉬움을 토로한다”며, 말(馬)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이와 유사한 낭만주의적 한계에 갇혀 있다고 진단했다.

말은 인류와 1만 년을 함께해 온 완벽한 가축이므로, 단순히 울타리 밖으로 풀어주는 것이 자유가 아니다. 우 회장은 “진정한 동물 복지는 인간의 역사를 부정하는 신파적 관념이 아니라, 인간과 사람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말의 생애주기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현실적인 제도화에 있다”라고 정의했다.

말 복지는 애정이라는 감성을 넘어 수의학, 영양학, 운동생리학, 데이터 분석이 함께 작동하는 ‘치밀한 관리의 기술’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말 이용 가치가 끝난 뒤에도 존중받을 자유’

“마사회, 전 생애주기 시스템화 추진하겠다”

우 회장은 “마사회는 경주마가 현역으로 뛰는 순간뿐만 아니라 훈련, 휴양, 그리고 은퇴 이후까지 책임지는 ‘전 생애주기 관리 체계’를 제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마음 아픈 민낯으로 ‘은퇴마 복지의 사각지대’를 꼽았다. 그는 ” 경주마가 마주의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경마장 문만 벗어나면 추적이 안 되던 제도적 관행을 깨기 위해, 현재 농수산식품부 및 국회와 협력하여 ‘내장 칩에 의한 은퇴마 추적 관리 의무화 법안’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은퇴마 활용을 위한 2부 리그 신설, 일반 승마용 순치 비용 지원, 명예경주마 휴양사업 등을 통해 “마사회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전문적인 말 건강·복지 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광화문 앞 ‘근위 기병대 열병식’ 파격 구상

우 회장은 이렇게 존중받고 훈련된 말 자원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말이 사라진 한국 사회에 파격적인 ‘문화적 접속’을 시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조선 시대 왕의 말과 목장을 관리하던 ‘사복시’ 자리(현 이마빌딩 터)의 역사성을 살려, 광화문 광장 인근 옛 주한미대사관 숙소 자리였던 송현공원 등에 독일식 ‘공공 도심 승마장’과 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우 회장은 “영국 등 선진국은 도심 한복판에서 근위 기병대가 행진하며 엄청난 문화적 격조와 관광 효과를 창출하는데, 우리의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은 보병들만 걸어 다녀 웅장함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심 한복판에 말들이 거닐고 마사회 승마 선수단이 지휘하는 멋진 기병대 열병식 교대행사를 정착시킨다면 최고의 K-관광 자원이 될 것”이라며, “고증에만 갇히지 말고 옛것을 현대적으로 변형하는 유연성을 발휘하고, 더 나아가 초·중·고 생태 교과목(특활) 승마 도입까지 확장하겠다”고 덧붙이면서 지방선거후 당선된 관련 지자체장과 대화를 할 용의를 비치기도 했다.

과천 경마장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출발대를 막차고 나가는 경주마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과천 경마장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출발대를 막차고 나가는 경주마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사행성 우려’ 정면 돌파’

“매년 1조 원 공익 환원 기반으로 ‘말산업 생태계’ 균형 발전”

경마사업의 필요성과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공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우 회장은 “경마는 사행성이라는 민감한 요소가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민간의 이윤 논리에 맡기지 않고 공공의 책임 아래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마는 단순히 베팅 공간이 아니라 말 생산농가부터 수의, 장제, 사료, 유통, 승마, 관광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말산업 생태계’의 중심축이라는 지론이다.

현재 마사회는 레저세와 지방교육세 등 매년 매출액의 16%에 달하는 1조 원 이상의 금액을 제세금으로 납부하고 있으며, 수익금을 축산발전기금, 농어촌 지원, 사회공헌으로 투명하게 환원하고 있다.

우 회장은 “2024년 6월 정식 도입된 온라인 마권 발매 역시 매출 확대 목적이 아니라, 모바일 실명 인증과 위치 기반 통제 등 강력한 안전장치를 통해 불법 사설 경마를 차단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건전화 장치’로 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경마공원을 베팅 공간에서 즐거운 레저스포츠와 함께 ‘치유와 생태 교육 공간’으로 혁신하여 사행성 우려를 불식시키고 말산업의 순기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마사회의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는 야간 경마.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의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펼쳐지고 있는 야간 경마.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과천 부지 이전 논란

“당당한 공기업으로서 이전 조건·협상 제시할 것”

조직 혁신을 이끄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 타성과 부처 규제, 그리고 과천 시설 이전 요구에 대해서도 우 회장은 거시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마사회 조직이 오랜 타성에 젖어 정부의 규제를 내면화한 채 안주하려는 내부 관행과 자기검열에 갇혀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패배주의를 걷어내고 공기업으로서의 당당한 자존심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제기된 경마장 이전 요구에 대해 우 회장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으며, 협상의 판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 ‘이전을 하느냐 마느냐’의 프레임에서는 정부가 주도할 수 밖에 없지만, ‘어떤 조건으로 이전할 것인가’의 프레임으로 전환할 경우는 마사회 말산업 구성원에게 주도권이 넘어온다. 때문에 마사회 노조도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이전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야한다”는 주문이다.

마사회 회장의 입장으로서 그는 최소 50만~80만 평의 대체 부지 확보, 지하철역 유치, 주민들의 확실한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공기업 발전과 사회적 역할 확대란 점에서 후보지에서 제외하겠다는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또한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 때문에 이전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법적 절차에 있어서 소홀히 해서는 결코 안된다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는 시대적 변화 속에 절차적 정당성의 준수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취임 1년 맞은 이재명 정부

“자주외교와 전시작전권 환수 등 국격 단단히 다지는 중”

한편 진보 교수단체 및 시민단체 대표 출신인 우 회장은 국정 운영의 큰 틀에서 취임 1년을 맞이한 이재명 정부의 행보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강대국 역학 관계 속에서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낮추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진보 진영의 오랜 숙원이었던 자주외교와 자주국방의 기틀을 단단히 다져나가는 모습이 훌륭하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에서 논란과 지지를 동시에 받았던 대통령의 이스라엘-이란 분쟁 관련 소신 발언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국력이 세계 10위권인데 강대국 눈치만 보며 종속국을 자처해서는 안 된다”며 “보편적 가치에 위배되는 학살 행위에 대해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것이야말로 국격이자 자주외교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우 회장은 현 정부가 집값을 강력하게 잡으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등 내치와 외치 모두에서 정당성 있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높은 국민 지지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총평하며 그런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이 무엇보다 필요함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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