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街 흔든 ‘꺾이지 않는 교민의 마음’
- ‘한국계 대사’ 면죄부를 거부한 교민들의 분노 미셸 박 스틸이 주한 미국 대사로 승인되었으나, 그의 2020년 대선 불복 행적과 극우 매카시즘 전력에 부끄러움을 느낀 미주 한인 교민 사회의 집요한 낙점 운동이 인준 반대 국면의 도화선이 되었다.
- 샌더스와 슈머가 결집한 상원 부결 위기의 순간 교민들이 전달한 정밀한 팩트는 민주당 지도부를 움직였고, 버니 샌더스와 척 슈머, 그리고 캘리포니아 의원들이 총동원된 토론 종결 투표에서 반대 41표라는 무더기 표가 쏟아지며 인준안이 공중분해될 뻔한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 상처뿐인 인준 통과와 교민 사회가 남긴 불씨 결국 찬성 55 대 반대 39로 간신히 턱걸이 통과를 했으나, 만장일치 전통을 깨뜨린 이 결과는 향후 한국 부임 이후에도 교민과 한국 사회가 그를 정당하게 견제하고 감시할 강력한 외교적 명분이자 꺾이지 않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무더기 반대표에 낙마 위기 몰렸던 미셸 박 스틸. 교민 사회의 집요한 낙점(落點) 운동에 민주당이 전폭 동조했다. 미국 진보 정치의 거물 버니 샌더스도 반대 전면에 섰다. 민주당의 원내대표 척 슈머가 반대표를 던졌고, 한국 교민이 대거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의 상원의원들도 반대 행렬에 일제히 가세했다.
역대 두 번째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되어 상원 인준을 통과한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 대사는 자칫 상원의원들의 무더기 반대표에 막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할 뻔했다.
과거 첫 번째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됐던 성 김 전 대사가 상원 본회의에서 단 한 표의 이탈도 없이 ‘만장일치’로 인준을 통과했던 전례와는 극명히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그에게 왜 이토록 많은 반대표가 쏟아졌던 것일까.
지난 17일(미 동부 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인준 표결에서 미셸 박 스틸 후보자는 찬성 55표, 반대 39표로 간신히 인준의 문턱을 넘었다. 무더기 반대표 속에서 턱걸이 승인을 받아내기는 했으나, 그는 인준 과정에서 온갖 외교적·정치적 결점을 노출했고 ‘공화당 중진 정치인’으로서의 체면을 구길 대로 구겼다.
당초 ‘혈연적 동질성’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운 후보 지명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와 뿌리를 함께하는 한국계 교민들의 반발이 가장 거세고 집요했다.
연방 상원 공식 투표 기록(Roll Call Votes)과 미 정계 내부 문건에 따르면, 워싱턴 의회 전문가들과 외교가에서는 이번 인준을 “미국 내 한인 교민 사회의 풀뿌리 낙점 운동과 민주당 지도부의 조직적 저항이 맞물려, 낙마 직전의 문턱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극심한 진통의 결과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계 대사’ 면죄부 거부한 교민 사회
이번 인준안이 미 의회 내에서 거센 폭풍을 만난 도화선은 미국 내 ‘한인 교민 사회’와 시민 단체들이었다.
‘코리아피스나우 풀뿌리네트워크’, ‘시애틀늘푸른연대(Seattle Evergreen Alliance)’를 비롯한 미주 진보 성향 한인 단체들은 미셸 스틸 지명자가 ‘한국계’라는 혈통적 상징성을 방패막이로 삼는 것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상원 외교위원회와 민주당 상원 원내지도부에 집요하게 고발 서한을 보냈고, 의원실을 직접 항의 방문하는 전방위적 로비를 펼쳤다.
교민 단체들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확고한 명분으로 제공한 핵심 팩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지난 2020년 미 대선 불복(부정선거론) 동조 전력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미셸 스틸은 지난 2020년 대선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거부하고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던 공화당 내 강경파의 법적 소송 및 정치적 기조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교민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과 선거 제도를 부정한 인물이 어떻게 동맹국인 한국에 가서 미국의 민주적 가치를 대변하는 대사가 될 수 있느냐”며 정곡을 찔렀고, 이에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둘째, 그의 극우적 매카시즘 선거 운동 전력도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지난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선거 당시, 상대 진보 진영 후보들을 향해 마오쩌둥, 낫과 망치 이미지를 악의적으로 합성한 유인물을 살포하는 등 극단적인 색깔론 공세를 펼쳤던 전력이 있다.
교민 사회는 이러한 이념 편향성과 갈등 유발 전력이 외교관으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임을 상원에 지속해서 폭로했다. 이 활동은 상원 청문회 과정부터 표결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서 주효하게 작용했다.
버니 샌더스, 척 슈머와 캘리포니아 의원들의 반대
교민들의 정밀한 논리와 팩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통행식 외교 기조를 견제하려던 민주당 지도부의 심장을 움직였다.
앞서 외교위원회 청문회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며 주로 자신들의 지역구 민원을 호소하는 수준에 그쳤다. 반면, 스틸 지명자는 쿠팡 사태 등에 대한 ‘거래적 외교’ 입장을 가감 없이 밝히거나, 한미일 ‘협력’을, 존재하지도 않은 한미일 ‘동맹’으로 혼동해 진술하는 등 외교 전문성의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어 인준안이 넘어온 상원 본회의의 두 차례 표결에서는 숨 막히는 장면이 연출됐다.
1차 관문: 토론 종결 투표 – 찬성 54 대 반대 41
민주당의 극렬한 반대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마저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17일 오전 실시된 상원 공식 표결에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이용해 인준을 무기한 끄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를 강제 종료시키는 ‘토론 종결 투표’가 먼저 이뤄졌다.
이 표결에서 버니 샌더스(무소속) 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을 필두로 민주당 의원 40명 등 총 41명이 일제히 반대표(Nay)를 던지는 등 조직적 봉쇄에 나섰다.
민주당 원내 사령탑인 척 슈머(뉴욕주) 원내대표가 직접 반대 전면에 섰고, 특히 한인 교민들이 밀집해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구의 알렉스 파디야 의원과 애덤 시프 의원 역시 교민들의 반대 서한과 요구를 수용해 일제히 반대(Nay)를 던졌다.
토론 종결 여부를 가르는 투표 결과는 찬성 54 대 반대 41. 민주당 내 보수 성향 이탈표 3표(팀 케인, 진 샤힌, 앵거스 킹 의원)가 나오지 않았다면 표결 자체가 봉쇄되어 대사 인준안이 그대로 공중분해될 뻔했던 순간이었다.
2차 관문: 본회의 최종 인준 투표– 찬성 55 대 반대 39
몇 시간 뒤 오후에 열린 최종 본회의 표결에서도 민주당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인준 표결 과정에서 버니 샌더스 의원의 참여는 천군만마 같았다. 샌더스 의원은 의회 발언을 통해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인 선거 제도를 부정하고 불복했던 인물이, 민주주의적 가치 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동맹국 한국에 가서 어떻게 미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대변할 수 있겠느냐”라며 외교관으로서의 자격 상실을 선언했다.
그는 또 스틸의 과격한 이념 공세를 짚으며, “외교관은 갈등을 조율하는 자리이지, 본인의 극우적 이념을 전파하는 자리가 아니다. 동아시아 정세가 엄중한 시점에 이념 편향적 인사가 대사로 가는 것은 동맹 관계에 긴장을 촉발할 뿐”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스틸 지명자의 외교적 미숙함을 타격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주한 미국 대사직이 가진 막중한 무게에 비해 스틸 지명자의 정통 외교 커리어가 전무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전임 필립 골드버그나 성 김 대사 같은 베테랑 직업 외교관들이 지켜온 자리에, 선거에서 낙선한 정치인을 보은 인사로 앉히는 것은 한국이라는 핵심 우방국에 대한 결례”라고 주장했다.
본회의 최종 표결 결과 찬성 55표, 반대 39표로 미셸 박 스틸 후보의 상원 인준안은 최종 통과됐다.
그의 인준안은 곧바로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임명 절차가 완료될 것이다. 마지막 절차는 우리 정부의 아그레망(agrément) 승인만 남았다.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로써 지난 4월 13일 지명으로 시작된 극우 정치인 미셸 박 스틸의 주한 미국 대사 부임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는 각종 외교 문서와 미국의 청구서, 그리고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담은 외교 배낭을 들고 한국 땅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다. 마치 구한말 조선 땅을 밟았던 제국주의 국가의 공사처럼 오만함 가득한 외교 배낭을 든 채.

’중꺾마’ 우리 교민들의 빛나는 투쟁
중요한 것은 우리 교민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다.
대통령의 지명과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도, 교민들은 집요한 반대 운동을 벌여 민주당의 반대를 결집시키는 위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불의한 권력의 인사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행동한 이름 없는 교민들의 풀뿌리 걸음이 이 거대한 워싱턴의 심장부에 가장 엄중한 ‘동맹의 경고’를 새겨 넣은 것이다.
이 성과는 당사자인 미셸 박 스틸에게는 단순한 정치적 상처를 넘어, ‘역대 주한 미국 대사 부임 역사’의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뿌리를 함께하는 한국인들에게 이토록 철저하게 외면당했다는 사실은 그가 한국에 부임하더라도 국내에서 끊임없는 감시와 견제에 직면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부정선거론 동조, 극우적 이념 성향뿐만 아니라 외교적 중립성과 자질까지 의심받았기에, 이제 우리 사회는 그의 독단적인 행동에 대해 정당하게 반대하고 견제할 명분을 쥐게 되었다. 이는 오로지 미주 한인 교민들이 지난 2개월 동안 땀 흘려 싸워준 덕분이다. 지면을 빌려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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