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슈퍼예산’에 정부 재량 104조?

자료= 기획예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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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820조 9000억 원의 2027년 예산안을 편성했다. 그러나 제 23대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1년 앞둔 시점에서 신설된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과 그 안에 포함된 100조 원이 넘는 여유자금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국회의 엄격한 심사와 통제를 우회하여 행정부의 자의적 재량으로 쓰일 수 있고, 자칫 집권여당의 선거 승리에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호황에 사상 최대 820조 슈퍼예산 편성

정부는 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총지출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820조 9000억 원의 ‘2027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 예산안은 오는 9월 3일 국회에 제출되며, 정기국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소중한 세수를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의 대혁신에 투자해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넘어서려는 전략적 예산안”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예산안의 총수입은 올해 본예산 대비 205조 6000억 원(30.4%) 늘어난 880조 8000억 원이다. 이 중 국세수입은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에 힘입어 무려 49.8%(194조 2천억 원) 증가한 584조 4000억 원으로 편성되었으며, 세외수입은 4.0% 늘어난 296조 4000억 원을 기록했다.

총지출은 820조 9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727조 9000억 원)보다 93조 원(12.8%) 증가한 규모다. 총지출이 800조 원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증가율 역시 2009년(10.6%)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는 예산 505조 원(4.9%↑)과 기금 315조 8000억 원(28.2%↑)으로 구성된다.

역대급 확장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재정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될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1%로 전년 본예산 대비 3.8%포인트(p) 줄어들며 최근 20년 내 가장 양호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비율 역시 전년 51.6%에서 3.3%p 하락한 48.3%로 낮아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정부는 중기적으로 2030년까지 관리재정수지를 GDP 대비 -3% 이내로, 국가채무비율은 40%대 후반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중기계획상 재정지출은 2030년 1005조 2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162조 ‘미래대응기금’의 신설과 배분 구조

이번 예산안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대규모 초과 세수를 해당년도 소비성 지출로 소모하지 않고 미래 성장과 위기 대응에 활용한다는 명목으로 신설된 162조 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다. 추가 세수에 따라 200조 원까지 갈 수도 있다.

이 기금의 핵심 재원은 최근 10년간 내국세 연평균 증가율(6.2%)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세수분이며, 여기에 교육교부금 개편에 따른 절감액 중 내국세 추세선을 밑도는 부분이 더해졌다.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도 각각 30조 5000억 원, 32조 5000억 원씩 추세선을 상회하는 만큼 떼어내 기금으로 편입했다. 이 외에도 세계잉여금 잔여재원과 기금운용 수익이 재원에 포함됐다.

미래대응기금 중 52조 9000억 원은 4대 사업계정에, 109조 4000억 원은 총괄계정에 할당된다.

사업계정 중 45조 5천억 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 계정 사업비로 내년에 직접 지출된다. 총괄계정 중 12조 5천억 원으로는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축소하는 데 투입된다.

전체 여유 자금에 해당하는 104조 4천억 원은 세수가 급격히 변동할 때 충격을 흡수하거나 비상시 재정여력을 보강하는 데 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추경 편성이 집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미래대응기금은 경제 상황 급변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재정안정화 장치라고 강조한다.

이미지=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소통실
이미지=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소통실

선거를 1년 앞둔 시점, 104조 정부 여유자금?

그러나 역대급 확장재정과 미래대응기금 신설의 이면에는 국회의 견제 기능을 약화시키고 행정부의 권한을 지나치게 비대화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특히 내년(2027년)은 제 23대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1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이 편성안이 사업성 기금은 20%, 자금운용성 기금은 30% 범위 내에서 국회의 사전 승인 없이 통보만으로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구조를 두고,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행정부의 재량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추경보다 국회의 감시·견제 기능이 현저히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조용범 차관은 “일반 다른 기금은 계획을 변경한 달이 속한 분기의 다음 달 말까지만 통보하면 되는데, 미래대응기금은 변경하면 곧바로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도록 법에 넣었다”며 “오히려 사후통제가 더 강화된 구조”라고 반박했다.

여윳돈이 생겼을 때 나라 빚을 갚는 것이 우선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은 104조 4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여유자금을 총괄계정에 쥐고 있는 점을 문제 삼는다. 특히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국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거나 통제받지 않는 막대한 재정적 여력이 행정부의 임의적인 정책 집행이나 선심성 민생 지원에 활용될 경우, 예산의 투명성과 재정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과 5대 중점 투자 분야

정부는 107조 6천억 원 규모의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여 재정 효율성을 도모했다.

전체 사업의 10%가 넘는 2100여 개 사업을 폐지하고 재량지출 38조 6000억 원을 절감해 목표(15%)를 달성했다. 또한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를 55년 만에 폐지하여 32조 5000억 원을 손봤고, 교부세 산정 방식 개편으로 30조 5천억 원을 감축하는 등 의무지출 구조도 대폭 손질했다. 구직급여 역시 무급휴일 지급을 제외(주 7일에서 6일로 단축)하는 등 제도를 개편했다.

확보된 재원은 5대 분야에 집중 투입된다.

3대 메가프로젝트 및 AI 분야에 21조 3000억 원(97.2%↑)을 투입한다.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생산거점 확충 및 원천기술 확보에 3조 4000억 원을 투입한다. 한국전력공사에 5000억 원을 신규 출자하며, 독자 AI 모델 성능 강화를 위해 GPU 1만 장과 데이터·인재를 집중 지원한다.

미래 성장엔진 분야에 62조 8000억 원(22.7%↑)를 투입한다. 핵융합, 소형모듈원자로(SMR),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등 NEXT 10대 전략기술을 지원하며 투자형 R&D를 새로 도입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역대 최대인 43만 대 규모로 확대한다.

청년 지원 분야에는 43조 3000억 원(53.5%↑)이 배정된다. 대학생 인턴학기제 도입, 소득요건을 폐지한 청년미래적금 개편, 혼인지원금(100만 원)·출산지원금(최대 2000만 원)·아동기본수당(월 최대 30만 원)의 3종 패키지를 신설했다.

K자형 양극화 대응 및 모두의 성장 분야에 117조 1000억 원(36.6%↑)을 투입한다. 5극3특 성장엔진특별보조금 신설, 지방 국립대 등록금 전액 장학금 지원, 기준중위소득 역대 최대 6.7% 인상(4인가구 생계급여 월 222만 원), 장애인연금 및 노인일자리(118만 개) 확대 등을 추진한다.

국민안전·평화 분야에는 38조 3000억 원(24.8%↑)이 배정된다.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핵추진잠수함 및 KF-21 도입 지원, 초급간부 처우 개선, 중동전쟁 등 공급망 불안 대응을 위한 1조 4000억 원 규모의 자원안보기금 신설 등이 포함됐다.

주요 민생 및 복지 제도 개편

이번 예산안에는 기초연금과 관련하여 당초 검토되었던 선정기준 개편(기준중위소득 90%에서 2030년까지 80%로 단계적 인하)이 제외되었고, 현행 노인 70% 지급 목표수급률이 유지됐다.

대신 수급 노인을 소득 수준에 따라 하위 0~30%, 30~45%, 45~70%의 3개 구간으로 차등 지급한다. 하위 30%(348만 명)는 물가상승분에 월 3만 원을 더해 최대 38만 원을 받으며, 하위 30~45%(174만 명)는 35만 9000원, 하위 45~70%(290만 명)는 현행 35만 원이 유지된다.

부부감액률의 경우 소득 하위 45%에 한해 기존 20%에서 10%로 낮아지며,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 및 배우자도 소득 하위 45%에 해당하면 새롭게 기초연금 대상에 포함된다. 내년도 기초연금 예산은 25조 7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1% 늘어난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통해 적극재정과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100조 원이 넘는 미래대응기금의 행정부 재량권과 통제 장치를 두고 여야 간의 거센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헌법과 국가재정법상 국가의 예산안 심의·확정권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있다. 수1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정규 예산 편성이 아닌 기금운용계획 변경 등의 행정부 재량(사후 통보 방식)에 맡기는 것은 실질적으로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다음 해에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표심을 의식한 지역 개발 사업이나 현금성 지원 등 정치적 유인이 극대화된다. 이 시점에 104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상시 예비 재정’이 행정부의 마음 먹은 대로 쓰인다면, 자칫 선거용 ‘정치적 쌈짓돈’으로 오용될 위험이 크다. 이는 국가의 재정 규율을 이완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50 820조 예산보다 무서운 숫자…‘104조 여유자금’ 어디에 쓰려고?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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