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성평등부, 내년上 세종 이전…공공기관 통폐합도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법무부와 성평등부 등 중앙행정기관을 내년 상반기부터 세종특별자치시로 순차 이전한다. 이와 함께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50여 곳도 지방 이전 수순에 돌입하며, 유사·중복 기능 정비를 통해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인 109개 기관이 감축된다.
한성숙 국무총리와 관계 부처 장관들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 방향’을 공식 발표했다.
한 총리는 “지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많은 문제들의 출발점에 수도권 1극 체제와 국토 불균형이 있다”며 “균형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생존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법무·성평등부 우선 이전…검찰·경찰은 청사 신축 후
정부는 2027년 상반기부터 이전 규모와 파급 효과가 큰 중앙행정기관을 우선적으로 세종시로 옮긴다. 이를 위해 현행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 기관으로 묶여 있는 법무부와 성평등부를 제외 대상에서 삭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 성평등부 등 규모나 이전 효과가 큰 기관을 우선으로 순차적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금융위원회 등 다른 수도권 소재 기관들에 대해서도 “오늘 발표에 없다고 해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며, 올해 4분기 중 4단계에 걸쳐 이전 대상 기관을 최종 확정해 고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와 통일부 등은 대통령 세종집무실이 건립되는 2030년이나 국회 세종의사당이 완공되는 2033년 등 시기에 맞춰 이전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공소청·중수청을 포함한 검찰청과 경찰청 등 별도 청사가 필요한 기관들은 청사를 신축한 뒤 단계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정부는 2029년 8월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과 2033년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을 차질 없이 지원해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명실상부한 국정 운영의 중심으로 완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곳 이전 및 109개 기관 감축
수도권에 잔류 중인 350여 곳의 공공기관도 ‘잔류 최소화’ 원칙에 따라 올해 4분기 중 지방 이전계획을 마련해 2027년부터 착수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능적으로 연관된 기관을 한데 모으는 집적 배치를 추진하며, 민간 건물 임차 등을 활용해 속도감 있게 이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규모 공공기관 기능개혁도 단행된다.
발전 5사를 하나로 통합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꾀하고, 지역별로 산재한 4개 항만공사도 하나로 묶어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 유사·중복 기능을 가진 기관과 자회사·소규모 기관의 중복 업무를 정비해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에 달하는 109개 기관을 감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통폐합 대상 기관 직원들의 고용을 전면 승계하고, 보수나 복리후생 등 처우 저하가 없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행안부와 국무조정실은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청사 확보, 업무 연속성 유지, 종사자와 가족의 정주 여건 지원 등을 밀착 점검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524→415개로…“20% 수준 과감히 정비”
이번 기능개혁은 공공기관 109개를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감축이 현실화하면 전체 공공기관은 524개에서 415개로 줄어든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에 달하는 총 109개의 공공기관을 과감히 정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은 공공기관 기술·인력 등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유사·중복기능은 일원화하며 자회사·소규모 기관은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전략적 구조개혁으로 15개 기관이 감축된다.
발전 분야에서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한다. 정부는 통합 법인의 명칭을 ‘한국발전’(가칭)으로 제시했다. 다만 통합 기관 소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통합법인에는 해상풍력 등 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석탄발전 폐지 등을 담당하는 정의로운전환본부를 설치하고, 지역에는 태양광·육상풍력 등 지역 재생에너지를 담당하는 본부를 3∼4개 둘 예정이다.
기능은 같으나 지역별로 흩어진 4개 항만공사도 하나로 통합한다.
부산항만공사·인천항만공사·울산항만공사·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가칭)로 합치고 4개 지역 지사를 두는 방식으로 개편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하도록 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에너지자원공사(가칭)으로 합친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 공급망 위기 대응과 국가 차원의 석유·가스 등 통합적 에너지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통합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산유국 및 글로벌 에너지 기업 대상 국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공사의 석유 비축 및 제한된 석유 탐사 개발 기능은 통합공사로 이관하고, 알뜰 주유소 등 유통 구조개선 기능은 석유관리원으로 이관할 방침이다. 모든 광업소를 폐광해 기능이 종료된 대한석탄공사는 청산할 계획이다.
공항 분야에서는 당장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등 양대 공항공사를 통합하지 않고 인천-지방공항의 동반 성장을 위한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먼저 마련한다. 이후 추진 상황을 점검해 통합 여부를 재검토한다.
통합 운행이 시작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은 고속철도 운영체계를 일원화로 좌석공급 확대, 운임·마일리지 개선 등 국민 편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LH 2개로 나눠…박물관은 협의체 구성
이번 공공기관 기능 개혁에서 부동산·주택 분야 핵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정부는 LH를 대상으로 현재 한 기관에 섞여 있는 개발 기능과 주거복지 기능을 아예 분리하기로 했다. LH가 맡고 있는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은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로,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은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로 각각 떼어내는 방안이다.
정부는 개발사업의 신속성과 재무성과를 중시하는 기능과 주거복지라는 공공성을 중시하는 기능을 하나의 기관에서 동시에 수행하면서 주택공급 속도가 떨어지고 임대주택 운영 부담이 가중되는 등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기관을 분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이익이 주거복지 재원으로 이어지도록 연결고리를 둔다.
개발공사의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하고, 이 기금이 자산공사에 출연하는 구조다. 다만 구체적인 조직별 기능 개편안은 국토교통부가 별도의 ‘LH 개혁방안’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시·관람 기관은 부처 단위로 통합·운영할 계획이다.
현재는 지역별 과학관, 박물관 등 12개 국립 전시 관람 기관이 파편화돼 개별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국립 전시 관람 기관 협의체’로 구성하는 것이다. 협의체는 국립중앙박물관(문화체육관광부) 중심으로 운영해 전시·관람 역량을 강화하고 대국민 서비스 연계를 추진한다.
유사 기능 정리…자회사·소규모 기관 통합
정원이 100명 이상인 중·대규모 기관 가운데 유사·중복기능을 통합해 11개 기관을 감축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가칭)으로 합쳐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한다. 노사발전재단과 한국고용노동교육원도 노사발전교육재단(가칭)으로 통합한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가칭)으로 합친다.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과 공영홈쇼핑은 중소기업마케팅진흥공사(가칭)로 출범해 중소기업 제품 발굴·컨설팅·입점·판매·성과관리까지 일원화된 유통 플랫폼을 구축한다.
자회사 및 소규모기관 통합을 통해 83개가 줄어든다. 모회사인 한국잡월드와 자회사인 한국잡월드파트너즈는 수직적 통합된다.
금융 공공기관 자회사 7개는 수평적 통합된다.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캠코FMC, 예울FMC, 산은비즈, 수은플러스, 신보운영관리가 정책금융FMC(가칭)으로 출범하고, 고객관리 부문인 캠코CS와 HF파트너스는 정책금융CS(가칭)으로 통합된다.
항만공사의 자회사 5개도 수평적으로 통합돼 한국항만보안시설공단(가칭)으로 출범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시설관리 자회사 3개는 중소벤처관리주식회사(가칭)로 통합된다.
식생활안전관리원과 식품안전정보원은 식품안전정책개발원(가칭)으로, 국악방송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국악문화산업진흥원(가칭)으로 합칠 예정이다.
대대적인 통폐합을 위해 넘어야 할 문턱도 있다. 정부는 기능개혁에 수반되는 법률의 신속한 제·개정을 위해 국회와 긴밀하게 소통·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와의 소통도 필요하다. 정부는 기능개혁 이후 직원들의 기존 노동조건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