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총수 처벌 않는 선진국, 우리보다 깨끗한가
“이재용 가석방은 특혜”에 대한 다른 시각들 “재소자 과밀수용, 인권보호 면에서 일리” “형기 60% 넘자 가석방 결정...너무 서둘렀다” 선진국은 기업에 막대한 벌금 부과...간접 제재
[더 칼럼니스트= 문주용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3일 가석방 형식으로 풀려나는 것에 대해 반발이 거세다. ‘촛불 정권’에서도 삼성에 대한 특혜가 이뤄졌다는 비판 등 다양한 시각이 나오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석방심사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하자 곧바로 재가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가석방 대상자들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전국 54개 교정시설에서 출소한다. 이 부회장의 출소는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6시40분께 법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의 감정, 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됐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특혜냐 인권이냐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보다 법적 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근거에는 ‘인권 보호’라는 배경이 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가석방 결정은 형법 제 72조 가석방의 요건이라는 조항이 근거다. 형법 72조는 ‘처분을 받은 후 처분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무기형은 10년, 유기형은 잔형기를 경과한 때에 형의 집행을 종료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잔여 형기를 경과하지 않은때까지는 형 집행이 끝난게 아니다. 다만 출소해서 개인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면처럼 인식되고 있다.
법조계 인사는 “복역률 기준을 80%에서 60%로 완화해 적용했다고 하지만, 이미 박근혜 정부때 가석방요건 심사가 너무 가혹해 인권침해 지적이 있었다”면서 “이 부회장이든 누구든, 지금도 교정시설이 과밀수용 상황이라 인권 시각 면에서 재범 위험없는 초범은 가석방이 맞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최근 복역률 기준 80%를 60%로 완화, 서둘러 가석방한 것이 이 부회장을 위한 특혜라는 시각이 있다. 인권보호 측면과 재벌 특혜라는 시각이 도덕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다. 법무부는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상황 등을 고려해 지난 4월 형기의 80%를 채웠을 때 심사가 가능했던 가석방 요건을 60%로 완화했었다.
이 부회장은 경영활동 복귀에는 곧바로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법무부 장관의 별도 취업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고 박 장관이 밝힌 점을 감안하면, 그의 경영활동을 강하게 제약하지 않고 경영활동을 승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반도체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에 어떤 행태로든 답을 해야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장관 의중이냐 대통령 의중이냐
대통령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결정 사항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대통령의 의중에 반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집권 마지막 해를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확대를 통한 경제 회복에 집중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선진국에선 있을수 없다?
재벌 총수를 가석방으로 특혜를 주는 것이 과연 공정하냐는 비판도 있다. 공정한 사회라고 하는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미국 학계에 몸담고 있는 한국계 교수는 “대부분 영미 국가에서 대기업 총수나 전직 국가원수가 수감된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못한다. 미국이라면 삼성 총수가 감방 간다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사전에 검사와 딜(deal)을 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한국의 사법 정의는 대단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선진국은 총수를 인신구속하기 보다는 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물리는 것으로 제재를 가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사법정의를 절대적 정의가 아닌, 현실적 정의의 실현으로 바라보는 선진국 방식이라는 시각이다. 총수의 구속사례가 없다고 해서, 영미 기업이 우리나라 기업보다 도덕적으로 더 깨끗하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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