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박범계의 변명이 틀린 이유

‘범죄자’에 대한 사회 감정의 반영? 옳지 않아 그를 1년 빨리 석방시켜 사회가 얻는 게 뭔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 사진=연합뉴스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법무부는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승인되었음을 알렸다.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출소한다.

필자는 아무래도 가석방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번 결정에 다소 놀랐다. 10년차 변호사 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부회장처럼 별도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수형자에 대하여는 가석방을 해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선례가 없는 결정

물론 필자도 추가사건이 진행 중인 수형자에 대하여 가석방이 승인된 경험이 전혀 없지는 않다. 다만 이는 아주 간단한 사건이었고, 무혐의로 종결될 가능성이 매우 큰 사건이었다. 이런 경우가 아닌 이상 추가 사건이 진행 중인 수형자에 대하여 가석방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법무부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통계 자료까지 준비하며 “추가 사건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가석방된 사람이 2020년에 67명이나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 1년에 가석방으로 출소하는 사람은 약 8천명 가량이다. 이 중 67명이라면 1%도 되지 않는 극소수다. 게다가 이 중 대부분은 벌금형 정도로 종결될 아주 경미한 사건이나 무혐의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 추가로 수사 중에 있는 경우다.

이 부회장 처럼 이미 기소된 사건이 2건이나 있고 수사 중인 사건도 2건이나 더 있는, 심지어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한 가석방이 승인된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다.

사회감정, 범죄자에 대한 것 아냐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절차대로 한 것’이라는 답변만으로는 궁색했는지, “가석방 요건에 사회 감정이란 요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환경, 대외적 신인도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말 사실일까? 가석방 요건에 사회 감정도 고려하도록 되어 있는 것일까? 사회 구성원들이 가석방을 열렬히 염원하면 가석방을 해줘도 되는 것일까? 규정을 살펴보자.

형집행법 시행규칙에서는 실제로 “사회의 감정”을 가석방 심사시에 고려하도록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런데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범죄에 대한 사회의 감정”이라고 되어 있다. ‘범죄자 개인에 대한 사회의 감정’이 아니라 ‘범죄 자체에 대한 사회의 감정’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저지른 범죄는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다. 이러한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정은 무엇일까?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 외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당연하게도 박 장관이 언급한 “글로벌 경제 환경이나 대외적 신인도”는 이 부회장이 저지른 범죄 자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결국 박 장관의 발언은 ‘규정에도 없는 요소들이 이 부회장의 가석방 승인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나아가 ‘이 부회장은 중요한 사람이니까 보통 사람과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것과 다름없다.

이 부회장을 굳이 몇 개월 더 감옥에 살게 해서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필자는 이 부회장을 감옥에 오래 가둬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부회장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니 빨리 석방되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부회장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를 인정하게 되면 원칙이 무의미해진다. 법무부 장관이 특혜까지 주어가며 가석방을 승인해 주었는데, 이 부회장에 대한 추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앞으로 재벌 총수들이 “글로벌 경제환경이나 대외적 신인도”를 이유로 가석방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할 명분이 있을까?이 부회장을 1년 빨리 석방해 준 대신 우리가 잃은 것이 너무 많다.

글쓴이

류인규 변호사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형사전문변호사로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