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사적채용? 정치권이 헛다리 짚는 이유
정치권 ‘합법 불법’ 논쟁은 중요치 않아 尹 “전 정부와 차별”...친구아들 뽑자 분노 민주당은 비판 대신 제도 개선 요구해야
법적 문제 없지만 시대 안맞는 사적채용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친구 아들이 2명이나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그 와중에 윤 대통령의 외가 친척이나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회사 직원들도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고, 이들의 채용을 관리할 인사비서관 마저도 윤 대통령 지인의 사위라는 사실까지 밝혀지자 여론은 차가워졌다. 대통령실은 “공개채용하는 일반 공무원과는 다르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정말 대통령실 직원은 지인 채용을 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일까.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여론은 왜 싸늘한 것일까.
우선 법적인 측면을 보자, 『별정직공무원인사규정』 제3조의4에 따르면 비서관, 비서, 보좌관 또는 이에 준하는 직위의 경우에는 채용공고나 채용시험을 면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마디로 임용권자가 마음대로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위 규정 제3조에서 “해당 직위에 상응하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제한을 걸어두기는 하였지만 막연한 원론적 이야기일 뿐이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이러한 사실을 내세우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사적 채용 논란 당사자들 중 상당수가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 후원금 상한선인 1000만원씩을 꽉 채워 후원금을 지급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매관매직’이라고 비난하거나, 행정요원으로 근무중인 사람의 아버지가 강릉시 선관위원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아버지가 아들 이름으로 불법 후원금을 건넸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논란을 지켜보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는 언제부턴가 사법만능주의에 빠져있다. 논란이 생기면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부터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조금이라도 불법적인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고발을 하고,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올때까지 몇 년동안 불법이니 합법이니 하는 논쟁을 지루하게 이어간다. 스스로의 판단을 미루고 검찰과 법원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그게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일단 검찰이나 법원으로 공을 넘기고 나면 그들이 알아서 조사하고 판단까지 내려주니 그보다 편할 수 없다.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오면 “그것 봐라”라며 큰소리를 칠 수 있고,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면 “한심한 재판이다”며 마음껏 비난을 해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는다.
20대 지지로 당선된 尹대통령, 억울할 일인가
사적 채용 논란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은 또다시 합법, 불법 타령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이 친구 아들을 채용하는게 불법인지 합법인지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누구나 선망하는 대통령실 공무원이라는 자리를 대통령 친척이나 친구 아들, 사위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화가 나는 것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두고 젊은 층이 ‘아빠 찬스’, ‘엄마 찬스’라며 분개했던 그 마음을 적극 이용해서 당선된 윤 대통령이 떡하니 친구 아들을 직원으로 채용한 것을 보면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젊은이들은 어떤 마음이 들까.
여기에 대통령 측근이라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내가 그 친구를 대통령실에 넣으라고 했는데 7급도 아닌 9급을 넣었더라. 최저임금 정도 되는 월급으로 서울에서 생활이나 되겠냐. 높은 자리도 아니다”는 발언까지 했다.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해 밤낮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어떤 기분일까. 최저임금을 받는 젊은이들은 또 어떤 심경일까. 가뜩이나 이번 정부 들어서 공무원 정원을 줄이고 최저임금도 안올리겠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을 텐데, 권 의원의 발언으로 엄청난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입장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윤 대통령은 평생을 검사로 살다가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었다. 급하게 조직을 꾸리다 보니 믿을 수 있는 지인들 위주로 선거캠프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선거캠프에서 고생한 직원들을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채용하는 것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여겼을 것이다. 특히나 이전 정부에서도 대통령실 직원은 공개채용하지 않고 추천을 받아 채용해 왔으니, ‘왜 나만가지고 이러나’, ‘부당한 정치공세다’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와의 차별성을 내세워 당선된 대통령이다. ‘지난 정부도 그랬다’고 말하는 것은 지지자를 실망시키는 태도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특히 20대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20대는 지난 정부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들이 ‘공정’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입시와 채용’이다. 그러니 대통령실에 별다른 경력 없는 대통령 친구 아들이 채용된 모습을 보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번 논란 이후 급락하는 지지율을 보며 “지지율 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를 겸허히 돌아보아야 한다. 20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이 되었는데 20대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하는 것은 정권의 존립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롭지 못한 민주당, 제도 개선에 나서라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 불법타령은 그만하고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국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정확히 포착해 제도와 관행의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통령실 직원은 비공개로 추천을 받아 채용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시 25살의 대학생 박성민을 1급 공무원인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여론의 반발이 있자, “별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개채용하는 일반 공무원과 다르다”며 이번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한 국민의힘의 해명과 똑같은 태도를 보인 적도 있다. 이미 국민의힘은 이런 사례를 언급하며 역공에 나섰다.
그러나 자기반성 없이 남의 허물만 나무라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이 먼저 바꿀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바꾸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잘못만 열심히 지적한다 해서 떠나간 지지율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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