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출신 정치인들은 왜 이럴까?

자기 합리화·무리한 변명...’인지부조화’ 심해 윤석열, 원희룡, 김웅, 곽상도, 황교안등 “검사들, 도무지 실패에 익숙지 않아”

오는 11월5일 국민의 힘 대통령후보 선출의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경쟁중인 4명의 후보. 유승민 의원을 뺀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후보 모두 검사출신이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11월5일 국민의 힘 대통령후보 선출의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경쟁중인 4명의 후보. 유승민 의원을 뺀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후보 모두 검사출신이다. 사진=연합뉴스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이 논란이 되는 와중에 같은 당의 원희룡 후보가 라디오 생방송에서 고성을 내지르는 방송사고를 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후보가 ‘사과’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왜 사과하길 싫어할까

윤 후보는 같은 당 내부에서조차 ‘사과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유감’만을 표명했다. 이를 두고 취재진이 ‘사과의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냐’고 묻자, 윤 후보는 “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 달라”며 사과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사과요구가 계속되자 사흘만에 마지못해 사과를 했는데, 같은날 보란듯이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SNS에 업로드해 공분을 샀다.

원 후보는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배우자가 이재명 후보를 향해 ‘소시오패스, 정신과적으로는 안티소셜’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이 후보측 패널로부터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자 “사과할 일이 아니다”, “고소해라”며 흥분하는 모습을 생방송에서 노출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사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인데 왜 고집을 부리는 것일까. 필자는 이들이 모두 검사출신이라는 점에 단서가 있다고 본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들뿐만 아니라 요즘 논란이 되는 김웅 의원이나, 곽상도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도 전부 검사 출신이다. 엘리트 집단인 검찰 내부에서도 유독 잘나가던,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이다. 도대체 검찰은 어떤 곳이길래 이런 인물들이 계속 등장하는 것일까.

왜 이런 인물들이 계속 등장할까

필자는 형사전문 변호사로서 검찰 밖 사람들 중에서는 비교적 검사를 많이 접하는 편이다.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검사들은 투철한 사명감과 불타오르는 정의감을 바탕으로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려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업무상 검사와 언쟁을 벌이는 일이 적지 않고, 때로는 감정이 상해 언성을 높이는 일도 종종 있지만 그 과정에서 검사의 진정성을 의심한 적은 없다.

다만 늘 느끼는 것은, 검사들은 도무지 실패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기소한 피고인은 97.25%가 유죄를 선고받는다. 무죄가 밝혀지는 경우는 2.75%에 불과하다. 검사가 누군가로부터 원한을 사서 고소당하더라도, 정작 기소되는 비율은 0.13%에 불과하다. 물론 검사들은 ‘우리가 정말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어쨌건 검사들이 사회의 다른 직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실패경험이 부족한 것만은 분명하다.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로스쿨 출신 신임 검사들이 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로스쿨 출신 신임 검사들이 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인지부조화 이론으로 보면

문제는 이들이 검찰을 떠나 사회에 발을 디디면서부터 발생한다. 사회란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친숙한 곳이다.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고, 나의 진심과는 다르게 오해를 받아 책임을 져야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때 검사 출신들은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겪는다.

인지부조화 이론은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1957년 발표한 이론이다. 그 이론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잘못된 믿음을 인정하기 보다는 현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왜곡한다. 이들은 자신이 패배하거나 비난받는 상황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과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리한 변명을 하거나 제3자를 탓하는 식으로 합리화를 시도하게 된다.

김웅 의원이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궁지에 몰리자 “내가 언제 아니라고 했냐. 기억 안난다고 하지 않았냐”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는 것도, 곽상도 의원이 화천대유에서 6년간 대리로 근무하다가 50억원 퇴직금을 받은 아들에 대하여 “열심히 일해서 받은 것”이라는 뻔뻔한 주장을 하는 것도, 황교안 전 대표가 경선에서 패배하자 “경선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전부 인지부조화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굳이 변명을 반복해서 스스로 손해를 보는 것이다.

“사회는 실패가 흔한 곳” 받아들여야

다행히도 점차 이런 인물들이 등장하는 빈도는 줄어들 것 같다. 검찰개혁으로 인해 검찰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는 제도일 뿐, 결국은 사람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필자가 언급한 인지부조화의 문제는 검사 출신뿐만이 아니라 권력기관 출신들에게 전부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실패를 용인하고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사회로 변모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치인들의 황당한 변명을 계속해서 마주해야 할 것이다.

글쓴이

류인규 변호사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형사전문변호사로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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