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화물연대 고발, 지켜만 봐선 안되는 이유
공정위, 화물연대 고발 정당할까 영장없이 조사할 권한, 위헌 소지 공정위·검찰이 헌법가치 위협할 사안 “시민사회의 공감과 연대 절실하다”
공정위 고발 사유에 문제없나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공무원들이 현장조사를 위해 화물연대본부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화물연대 측에서 입구를 봉쇄하고 공무원들의 출입을 거부한 것이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화물연대는 노동조합이라서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공정위는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화물연대와 같은 1인 자영노동자들의 단체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조금 복잡한 문제다. 게다가 노동조합이라고 해서 무조건 공정거래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볼 근거도 없다. 심지어 공정위가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낸 것도 아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조사를 거부해서 전혀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일단 조사를 방해한 것 자체만 고발한 것이고 공정거래법위반 여부는 추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문제로 공정위를 비판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
헌법 원칙까지 흔드는 공정거래법
그럼 공정위의 고발조치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 사건에서 정말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공정위가 화물연대를 고발한 근거가 되는 공정거래법 124조 1항 13호의 ‘조사방해죄’ 규정을 보자. 해당 조항은 “고의적인 현장진입 저지·지연 등을 통하여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자”를 3년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 공무원의 현장진입을 거부하면 형사처벌한다는 말인데, 바꾸어 말하면 공정위 공무원들은 조사에 필요하다면 기업이나 단체의 사무실에 진입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것이다. 법률가라면 이 대목에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영장이 없어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조항은 2012년에 신설되었는데(신설 당시에는 66조 1항 11호였다가 추후 124조 1항 13호로 변경되었다), 당시에도 그러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2조에서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하여 어떠한 국가기관도 영장없이 국민을 수색할 수 없다는 ‘영장주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문명국이 공통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원칙이다. 그런데 공정거래법 124조는 사실상 영장 없는 강제수색을 허용하는 셈이어서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당시 고려대학교의 강수진 교수는 법률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헌법상 영장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고, 문언 자체로도 형법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위험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었던 인물인데, 만일 강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하였다면 이번 화물연대 고발조치와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화물연대는 위헌심판 vs 검찰은 영장주의 포기?
이처럼 많은 우려속에 시행된 규정이지만, 한동안 실제로 적용되지 않아서 우려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2021년 3월, 공정위가 현장조사 당시 담당 공무원의 팔을 잡아당기고 막아서는 행위를 한 애플코리아 류모 상무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최초의 사례가 탄생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공정위 조사관들이 소속과 신분을 밝히고 적법한 공무집행임을 고지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류모 상무를 무혐의 처분했기에 실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릴까? 공정위는 이번 정부 들어서 어느때보다 검찰과 긴밀하게 업무협력을 하고 있다. 과거 두 기관이 견제와 갈등 관계에 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통령 업무보고도 공정위와 법무부가 함께 진행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화물연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곱지 않은 시각까지 고려한다면, 검찰이 화물연대를 무혐의 처분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검찰이 화물연대를 기소한다면, 공정거래법 124조 1항 13호는 처음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화물연대는 헌법재판소에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가려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는 판단을 받게 된다면 정부와 여당은 금융, 노동, 안보 등 각 분야마다 비슷한 조항을 만들어 ‘영장주의’를 무력화할 수 있게 된다.
화물연대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16일 동안 이어진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해 많은 국민과 기업이 불편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파업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이들도 있다. 정부가 화물연대를 혼쭐내는 것을 통쾌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밉다고 해서 이들이 부당하게 억압을 당하는 것까지 가만히 지켜보아서는 안된다. ‘영장주의’를 무력화하는 시도가 성공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정위의 고발조치가 화물연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가치를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점에 대한 시민사회의 공감과 연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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