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처벌에 위축? 엄살피지 말아야

②논란의 중대재해처벌법, 이래서 찬성한다 경영자에 안전보건 ‘의무’ 부여하는 것일 뿐 위반시 가중처벌...현장엔 벌써 효과 나와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 지난 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킨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노동계는 앞다투어 비난을 쏟아냈고, 재계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윤 후보의 입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윤 후보의 발언을 좀 더 살펴보자. 윤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는 법”이라며 “대통령령을 촘촘하고 합리적으로 설계해 기업하시는 데 걱정이 없도록 하고, 산업재해 예방에 초점을 맞춰 근로자의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강력한 예방을 위한 장치여야지 사고 났을 때 책임 떠넘기는 그런 식으로 운영돼선 안된다”고도 했다. 결국 윤 후보는 ‘중대재해의 예방을 위한 장치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경영자의 처벌에 초점을 맞춘 법률은 문제가 있다’는 기존의 재계 입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왜 중대재해처벌법 나왔을까

이러한 입장은 타당한 면도 있다. 우리는 그동안 아동학대, 음주운전 등 국민의 공분을 사는 사회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상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어 왔지만 과연 충분한 성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2019년에는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이 시행되었지만 음주운전사고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누군가를 가중처벌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은 정치인들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일 뿐, 그것이 그다지 효과적인 수단이 못된다는 것을 우리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이 과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자를 가중처벌하는’ 그런 법률에 불과한 걸까?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마치 ‘근로자가 죽으면 경영자를 감옥에 보내는’ 그런 법률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자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여 사고가 발생하면 가중처벌을 하는 내용의 법률이다.

좀더 풀어서 설명해 보자. 중대재해처벌법이 등장하기 전에도 경영자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서 근로자가 사망하면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되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이라는 법률도 있는데, 사업주가 안전과 보건상의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근로자가 사망하면 무겁게 가중처벌을 하는 법률이다. 단순히 ‘가중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산업안전보건법에 있는 처벌규정을 더 강화하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노동자였던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하는 내용의 ‘김용균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2년도 되지 않아 같은 사업장에서 또다시 하청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만으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진 것이다.

경영자에게 ‘안전보건 확보의무’ 부여한 뜻은

이런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특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직접’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니 아랫사람에게 맡겨 두지 말고 직접 챙기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무겁게 처벌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등장하기 전에는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마다 안전관리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기업은 대표이사가 처벌을 받고, 어떤 기업은 현장소장이 처벌을 받았다. 억울하게 감옥에 가는 경우도 있었고, 얄밉게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최소한 이 정도는 대표가 직접 챙겨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AI기술을 이용해 라이더가 과속을 하거나 헬멧을 쓰지 않는지를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건설사들도 빅데이터와 AI기술을 이용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개선할 부분도 있지만 시행하는 게 옳다

물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규정하는 각종 용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업이 꼼수를 써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적용범위를 최대한 넓히려다 보니, 명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이런 문제점을 빌미로 삼아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까지 부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이지만,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OECD 국가 중 4위에 이른다. 매년 “다녀올께”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일터에서 사망하는 사람이 2천명이 넘는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대가 앞서는 이유다.

글쓴이

류인규 변호사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형사전문변호사로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