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제대로 하고....대북 지원도 확실히

[고수석의 대동강 도시락] 김영철 등장으로 김여정과 투톱 미국에 훈련·지원 명확하게 설득해야 어정쩡하면 기회를 失機할 수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용기가 필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 연합뉴스

[고수석 북한학 박사] 기회를 놓친 걸까? 아니면 희망의 전주곡인가?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북한이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0일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리고 7월 27일 복원한 남북통신연락선도 중단했다.

김여정에 이어 지난 1월 통일전선부장에 복귀한 김영철도 가세했다. 통일전선부장은 대남관계를 총괄하는 자리다. 김 부장은 11일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관계개선이 아니라 대결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스스로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 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한미연합훈련은 방어적 성격으로 적대적 의도가 없다”며 “한반도 평화·안정,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선 당사자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등장한 김영철... 모종의 역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김여정에 이어 김영철까지 내세웠다. 김영철은 조선인민군 대장 출신으로 천안함 폭침의 주범자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과거 노동당 국제부장 출신으로 통일전선부장을 맡았던 김용순·김양건과 다르게 남북관계에 접근하는 사람이다. 김용순·김양건은 국제적 감각으로, 김영철은 군사적 감각으로 남북관계를 다루고 있다.

김영철이 통일전선부장에 복귀한 뒤 남북관계에 다시 등장하면서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김영철 카드’를 꺼낸 것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김여정 담화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한미연합훈련이 시작하면 북한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은 군대다. 북한 군대는 한미연합군이 아무리 방어훈련이라고 설명하더라고 전쟁 준비에 들어간다. 그러면 전쟁 준비를 위한 비용이 필요하고 김 위원장이 제공해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사정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 군부 보다 대남관계를 맡고 있는 김영철을 내세운 것은 불만을 토로한 것과 동시에 김영철에게 모종의 역할을 맡긴 것으로 보여진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체면을 구긴 김영철은 남북관계에서 뒤로 빠져 있었다. 그 역할은 김여정이 강경한 모습으로 대신했다.

이번을 계기로 김영철이 김여정과 함께 투톱으로 남북관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우선‘대가’, ‘안보위기’를 들고 나왔지만 통일전선부장의 역할이 남북관계 개선도 있는 만큼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이후 그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

기회를 활용 못하는 남측

이번 한미연합훈련을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정부의 어정쩡한 모습이다. 한미연합훈련은 흔들림 없이 예정대로 진행하고 미국에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을 분명하게 전달했어야 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다. UN 대북제재위원회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경우 사안에 따라 대북제재 예외로 심사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만큼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북한과 오랫동안 교류를 한 관료나 경제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과 협상할 때는 의사를 명확하게 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키라고 조언한다. 이유는 북한에게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대화 상대자가 곤란한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상대하기에 어려운 국가다. 따라서 지피지기(知彼知己)하지 않으면 우리가 애간장을 태울 일이 많아진다. 지금은 지혜보다 원칙 있는 과감한 추진과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글쓴이

고수석 북한학 박사

고수석 박사는 중앙일보 기자로 20여년 동안 통일이 한국의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통일․북한 분야를 취재했으며 고려대에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중앙일보에 ‘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중앙SUNDAY에 ‘평양탐구생활’을 기획연재했다. 저서로는『북한을 움직인 30인』, 『김정일과 IT혁명』등이 있다. 지금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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