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한 최선희· 이선권...북한 대외정책 변하나
[ 고수석의 통일수첩] ‘대화파’ 최선희에 기대 걸어도 될까
최선희· 이선권· 김영철. 이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북한 이름들이다. 지난 8~1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최선희는 외무상, 이선권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물러났다. 이들의 부침은 한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의미를 살펴보자.

최선희는 대미협상용 기대
최선희는 6자회담 북측 통역으로 처음 등장해 북한의 대미 외교현장에서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그는 북한의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내각총리를 역임한 최영림의 수양딸이다. 김일성 주석이 항일혁명을 함께 했던 전우의 자식인 최선희를 자식이 없던 최영림에 부탁했던 것이다. 최영림은 김일성 주석이 머물던 주석궁 책임서기를 맡을 정도로 김일성과 각별한 사이였다.
최선희는 ‘아빠찬스’ 덕택으로 외교부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이번에 외무상으로 승진했다. 북한 최초의 여성 외무상이다. 최선희의 외무상 임명을 놓고 평가는 분분하다. 그 가운데 대미 협상용이라는 해석에 많은 무게가 실리고 있다. 비록 최선희가 그동안 대미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으로 봐야 한다. 최선희는 강석주- 김계관- 이용호로 이어지는 대미통(對美通) 선배들 밑에서 미국과 오랫동안 협상한 경험이 있다. 김정은이 최선희를 임명한 것도 이런 경험 덕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타래처럼 꼬인 대미 외교를 어떻게 풀 것인가다.
외무상의 권한이 제한돼 있는 만큼 최선희의 임명으로 북한의 대미 외교 전략이 크게 변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결국 최고지도자의 판단이 중요하다.
이선권 통일전선부장은 최선희와 마찬가지로 깜짝 인사는 아니다. 이선권은 오히려 이번 통일전선부장보다 그에 앞서 외무상을 맡은 것이 파격 인사였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이용호 외무상이 2020년 1월 물러나면서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으로 남북관계에 잔뼈가 굵은 이선권이 갑자기 외무상으로 옮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이선권은 외무상 시절처럼 관리만
그의 외무상 발탁 배경에 대해서는, 북미관계의 개선 보다 군인 출신인 그에게 외무성의 ‘군기 잡기’를 맡기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최선희와 바톤터치를 한 것은 북미관계의 개선을 위한 김정은의 ‘신의 한 수’로 해석되고 있다. 반대로 이선권이 남북관계를 다루는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된 것을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가 개선된 이후에나 기회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외무상에 있는 동안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없었듯이 통일전선부장으로 있는 동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선권이 조평통 위원장에서 외무상으로 옮긴 뒤 그 자리는 지금까지 공석이다. 남북 장관급회담의 북한 파트너는 통일전선부장이 아니라 조평통 위원장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이선권의 임명 이후 조평통 위원장을 임명하면 남북관계 개선도 기대할 만하다.
김영철은 대장암 고생하다 물러나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끈 인물은 우리에게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이다. 그는 대장암에 걸려 몇 년째 고생하다가 이번에 물러났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강제 노역형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굳건하게 건재를 과시했다. 김영철과 함께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했던 박철, 김혁철, 김성혜 등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선희· 이선권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는 자리에 앉았다. 이선권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막말을 해 구설에 오른 사람이다. 윤석열 정부에 조금 부담스러운 사람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언제 어디서든 어떤 형식이든 이선권 통일전선부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 아마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국 위원돼야 외무상 힘실려
북한은 현재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을 놓고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과거보다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전세계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북한의 대미관계는 과거 냉전시대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북한 외교는 그동안 군부의 견제를 받아 왔다. 때로는 군부가 외교를 좌지우지하기도 했다. 과거에 북한 외무상은 의전을 위한 앵무새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김정은이 최선희에게 힘을 실어 주려면 강석주, 이용호처럼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시켜야 한다. 현재는 정치국 위원의 한 단계 아래인 정치국 후보위원이다.
북한 권력구조에서는 정부보다 노동당에서의 위치가 더 중요하다. 우리로서는 최선희가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해 군부와 당당하게 맞서 대미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는 것이 낫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 보다 앞설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 외교에서 대화파의 목소리가 높아야한다. 지금 북한은 오랜 유엔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주민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정은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외교에서 경험이 많은 최선희가 ‘북미관계 히로인(Heroine)’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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