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사일이 아니라 주민이 먼저다

[고수석의 통일수첩] 코로나등 ‘내우외환’에 왜 미사일 도발을? 김정은, 인민대중제일주의로 돌아와야 북중러에 갇히지 말고 한미일도 보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그치지 않는다. 지난 25일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쏘았다. 올해 들어 무려 17번째다. 참 많이도 쏘아댄다.

북한이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상황이라 미사일 도발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와 미사일을 분리한 듯하다. 조만간 핵실험마저 강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왜 그럴까?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도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지도부도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의 선택은 우리의 예상을 빗나갔다.

우크라이나전에 빠진 미국

북한의 선택은 현재의 2가지 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미국이 자신들의 도발에도 어찌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미국이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이번 기회에 신형 ICBM인 화성-17형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북한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추가 도발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북한이 출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는 윤석열 정부에 커다란 골칫거리를 안겨 준 셈이다.

미·중- 미·러 관계 악화 활용하는듯

둘째, 중국·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 제재에 반대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실제로 5월 27일 회의에서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이 부결됐다. 안보리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동시에 5개 상임 이사국 가운데 한 국가도 반대하지 않아야 통과된다.

표결 결과는 찬성 13개국, 반대 2개국이 나와 가결 마지노선(9개국)을 훌쩍 넘겼지만 중국·러시아가 반대하면서 의미가 없어졌다. 북한이 불편한 미·중, 미·러 관계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채택이 불발된 결의안을 보면 북한의 원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400만 배럴에서 300만 배럴로, 정제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50만 배럴에서 37만5000배럴로 각각 줄이는 내용이다. 미국이 원유와 정제유의 절반을 줄이려고 추진했으나 찬성표를 늘리기 위해 감축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런 노력이 무산됐다.

이번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은 ‘한미일 VS 북중러’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시 냉전시대로 회귀하면 남북관계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김대중 대통령-김정일 국방위원장) 이전으로 회귀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 위원장이 2012년부터 강조한 것이 ‘인민대중제일주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미사일 도발이 우선순위가 돼 버렸다. 그 이유는 김 위원장을 둘러싼 북한 지도부의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조용원 당조직비서를 멀리해야

대표적인 사람으로 조용원 조선노동당 조직비서를 꼽을 수 있는데 그가 김 위원장의 눈과 귀를 가린 지는 오래됐다. 김 위원장의 신임이 각별한 조 비서는 모든 정보를 장악하고 있다. 당 조직비서의 역할이기도 하다. 지금 그를 견제할 만한 사람이나 세력이 김 위원장 주변에는 없다.

코로나-19보다 미사일이 우선순위로 된 것은 그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그는 그것이 김 위원장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에게는 북한 주민들보다 김 위원장이 앞선다. 조 비서는 대표적인 친중파(親中派)다. 김 위원장을 미국보다 중국에 의존하게 만든 사람이다.

김 위원장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조 비서를 포함한 친중파를 멀리해야 한다. 이들이 김 위원장의 권력을 다지는데 공을 세운 것은 인정하더라도 북한의 미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중·러에 갇히면 안된다

지금 이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챙길 것은 핵·미사일이 아니다. 코로나-19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이 먼저다. 그를 위한 지혜를 모을 사람들을 가까이 둬야 한다. 지금은 국제 감각이 있는 사람들을 곁에 둬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조 비서가 수장인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북한을 움직이는 핵심조직이다. 특이한 것은 해외여행 경험이 있으면 조직지도부에 들어갈 수 없다. 외국 사상에 오염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조직지도부는 과거 지향적이고 중국 지향적이다. 그런 생각으로 북한을 오랫동안 이끌고 있다.

북한은 지금 내우외환이다. 이번 기회에 김 위원장이 위기를 극복할 사람들을 곁에 두고 북한을 대전환시켜야 한다. 조 비서를 포함한 조직지도부에 변화를 줘야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다시 북중러에 갇히면 북한의 미래는 없다. 북중러와 함께 한미일도 동시에 봐야 한다. 그래야만 2012년 4월 김일성 광장에서 연설했던 “인민들이 허리띠를 더 이상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는 말을 실천할 수 있다.

글쓴이

고수석 북한학 박사

고수석 박사는 중앙일보 기자로 20여년 동안 통일이 한국의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통일․북한 분야를 취재했으며 고려대에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중앙일보에 ‘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중앙SUNDAY에 ‘평양탐구생활’을 기획연재했다. 저서로는『북한을 움직인 30인』, 『김정일과 IT혁명』등이 있다. 지금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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