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에 팔짱 낀 중국, 핵실험에도 눈 감나
[고수석의 통일수첩] 중국, 유엔 안보리에서 ‘북 제재 반대’ 1차에서 6차까지 점점 “인정” 분위기 “북, 얼굴 붉히더라도 등돌릴 수 없다” 북-중 밀착, 한미일 공조에 부담돼
한반도가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한미일 연합 해상 훈련과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맞서고 있다. 북한은 이틀이 멀다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6차례에 걸쳐 모두 11발을 쏘았다. 더불어 지난 4일에는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이 IRBM은 일본 영공을 넘어가 일본 정부가 대피령까지 내렸다. 짧은 기간에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마구 쏘아댄다.
북한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8일 북한 국방성은 “미국과 남조선의 극히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합동군사연습에 우리 군대가 정당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일 연합 해상 훈련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는 설명이다.
항공모함 출현은 北에게 트라우마 재현
한미일 vs 북한. 어찌 보면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만큼 북한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미일 연합훈련이 주는 무게감 때문일 거다. 이번에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의 등장은 북한에 공포다. 로널드 레이건함이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항공모함 자체가 북한을 떨게 만든다. 전략자산의 공포는 6·25 전쟁 이후 북한에 트라우마다.
북한은 그 공포심을 에둘러 표현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6일 공보문을 통해 “미국이 조선반도 수역에 항공모함 타격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의 정세 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공포심을 숨기기 위해서인지 북한은 지난 6일 전투기 8대와 폭격기 4대 등 군용기 12대를 출격시켰다. 황해북도 곡산 일대 상공에서 황주 방향으로 비행하는 ‘공중 무력 시위’도 벌였다.
이런 북한이 제 7차 핵실험까지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점점 고조될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공산당 당대회가 열리는 10월 16일부터 미국 중간선거일 11월 7일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용한 중국, 유엔 안보리 북 규탄에 반대
중국은 당대회 준비 탓인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팔짱을 끼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 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은 북한의 IRBM 규탄 성명에 반대했다. 북한의 행동이 ‘미국 탓’이라며 오히려 북한을 감쌌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한 만큼 유관 각측이 자극적 언행을 피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나마나한 얘기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무뎌져 가는 느낌을 준다. 제 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에는 ‘제멋대로(悍然)’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핵실험 닷새 만에 채택하는 대북 제재 결의안(1718호)에도 찬성했다. 하지만 제 2차 핵실험(2009년 5월 25일)부터 표현이 순화된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무시(無視)하고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제 1차와 달라진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제 3차 핵실험(2013년 2월 12일)에는 더 순화된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不顧) 또다시 핵실험은 진행한 것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무시(無視)하고’에서 ’고려하지 않고(不顧)‘로 바뀌었다. 중국은 그 이후 제 4차(2016년 1월 6일), 5차(2016년 9월 9일), 6차(2017년 9월 3일) 핵실험에도 제 3차때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중국을 중국식 표현을 빌리면 ‘얼굴을 붉힐 수는 있어도 아예 등을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게 여전히 미국과 경쟁에서 필요한 전략적 자산 중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제 3차 핵실험은 그 사례를 제대로 설명한다. 그때는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 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가 된 시진핑이 2013년 3월 국가주석 취임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진핑은 핵실험 가능성을 알고 자신의 심복인 리젠궈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평양에 특사로 보내 핵실험을 말렸다. 그런데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버튼을 눌렀다. 그것도 중국의 최대명절인 춘절(春節) 기간에 말이다.
시진핑의 격노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중국 국민은 한술 더 떴다. “북한의 핵실험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등의 구호가 난무했다. 한동안 이런 분위기는 지속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류윈산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2015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참가하면서 북‧중 관계는 다시 회복됐다.
북한 핵실험에 점점 무뎌져 가는 중국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말린다고 들을 북한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미일 관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전체 교역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2년 60.1억 달러(88.3%) ▶2013년 65.5억 달러(89.1%) ▶2014년 68.6억 달러(90.2%) ▶2015년 57.1억 달러(91.3%) ▶ 2016년 60.6억달러(92.7%) 등이다. 괄호 안은 북 중‧ 교역량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북한이 제 7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중국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더라도 중국 외교부의 성명은 제 3차~제 6차에서 보여준 그 정도 수준일 것이다. 시진핑도 북한이 싫지만, 여전히 전략적으로 필요하므로 그들을 감쌀 수밖에 없다.
미중 대립 속에서 북한의 도발이 윤석열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은 한미일 관계 강화가 유일한 대안으로 보이지만, 그것만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북‧중 관계 밀착은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부담이다. ‘한미일 vs 북한’에서 ‘한미일 vs 북중’으로 확대되면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유연성이 부족해 보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잘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