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택한 ‘파이터의 길’...이 다음은?

[고수석의 정치가 왜 이래] 이, 여의도 정치에 신선함· 불편함 던져 매력 없는 월급쟁이 정치인보다 나아 시련 겪더라도 ‘강한 자기 정치’해야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회견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회견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대통령과 윤핵관에 집중포화

예상했던 대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파이터였다. 13일 기자회견에서 직설적 화법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가처분 신청을 철회하는 등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은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다. 그가 과연 어떻게 싸울 것인지 귀를 쫑긋 세웠을 뿐이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공격적이었다.

권성동· 장제원· 이철규 등 윤핵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요구했다. 경상도나 강원도, 강남 3구 등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가 아닌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 지역에 출마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정치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도 만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이쯤 되면 이준석은 8월 13일 루비콘강을 건넜다. 윤핵관이나 윤 대통령과 결별했다고 볼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준석은 이제 자신의 길을 갈 수밖에 없게 됐다. 13일 이후는 언제 끝날지 모를 시련의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한다. 이준석도 예상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윤핵관의 반격이 있을 것이다. 어차피 다 잃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여의도 월급쟁이 정치인들 보다 낫지만

이준석의 기자회견에 찬반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월급쟁이 정치인이 수두룩한 여의도에서 이날 이준석은 신선하게 와 닿았다. 월급쟁이 정치인은 이준석이 받은 정도의 공격이면 억울하다고 생각하더라도 타협의 길을 선택한다. 그들에게는 그것을 감당할 에너지와 자신감이 없다. 위기 때 정치인 그릇의 크기가 드러난다고 한다. 이준석이 보여준 모습은 흔히 보는 월급쟁이 정치인은 아닌 것 같다.

이준석은 이번에 주변으로부터 일단 물러나고 먼 훗날을 도모하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준석은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정치를 하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쉬운 길은 누구나 갈 수 있다. 그런 정치인들에게는 매력이 없다. 국민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그 선택이 옳다고 믿고 일관성을 지키는 사람이다.

0선으로 국민의힘 대표까지 오른 이준석은 기존의 정치 문법대로 가지 않았다. 그래서 신선하고 불편했다. 여의도 정치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에게는 신선했고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불편했다. 그래서 그에게 시련이 따라다녔다. 여의도에는 그런 청년 정치인을 보호해 줄 수호천사가 현재는 없다. 과거 YS· DJ는 그렇게 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대드는 청년 정치인을 품어 주고 키워주는 큰 그릇이 없다. 그래서 이준석은 ‘강한’ 자기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자기를 밀어주는 2040을 믿고 가야 한다.

이준석은 기자회견에서 월급쟁이 정치인에게 없는 매력을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서울· 부산 시장을 뽑는 4·7 재보궐 선거에서 패한 적이 있다. 그때 당내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받자마자 개혁을 외치던 일부 정치인들은 줄행랑을 쳤다. 그들에게는 매력이 없다.

더 비장하고 단호해야...앞길에도

이준석이 루비콘강을 건넌 13일 기자회견에서 아쉬운 장면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 중간에 눈물이 보였다. 억울한 부분과 자신을 격려해 준 당원들이 떠오르면서 감정이 복받칠 수 있다. 하지만 루비콘강을 건너면서 더 비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치인은 이미지로 평가받는다. 눈물은 감정에 호소할 수 있지만 시간, 장소, 상황(TPO)에 맞지 않았다. 눈물보다 당당함이 더 필요한 순간이었다.

둘째, 윤핵관을 공격하면서 사족을 붙였다. 이준석은 “윤핵관이 열세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선언한다면 어쩌면 저는 윤핵관과 같은 방향을 향해 손을 잡고 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한 말이지만, 무슨 뜻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전체 맥락을 보라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굳이 사족을 붙일 이유가 없었다.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

이제 이준석에게 남은 고비는 두 가지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결과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다. 결과에 따라 위기와 기회가 교착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결과라도 자기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신당 창당설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윤핵관이 당을 장악하면 이준석· 유승민 창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쓰라린 경험이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국민의힘에서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다. 시련이 그를 얼마나 단단하게 할지 모르지만, 37살 정치인에게 버거운 짐이다.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이겨내는 정치인이 보고 싶은 국민들은 이준석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 정반대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시련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는 청년 정치인 1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글쓴이

고수석 북한학 박사

고수석은 중앙일보 기자로 20여년 동안 통일이 한국의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통일․북한 분야를 취재했으며 고려대에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중앙일보에 ‘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중앙SUNDAY에 ‘평양탐구생활’을 기획연재했다. 저서로는『북한을 움직인 30인』, 『김정일과 IT혁명』등이 있다. 지금은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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