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운(運)을 실력으로 착각 마시길
[고수석의 정치가 왜 이래] 좋은 시절보다 위기때 제 실력이 드러나 과거를 잊고 법치 아닌 정치를 하길
억세게 운좋은 사나이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지 8개월 만에 대통령이 됐다. 정권교체 바람으로 짧은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용산 대통령실의 주인이 됐다. 대통령에 도전했던 기라성 같은 정치 선배들에 비하면 운(運)이 참 좋은 사람이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쉽게 대통령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고비 고비마다 어려운 선택과 마음고생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오랜 검사 생활 탓에 하기 싫거나 불편한 일도 많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것을 모두 이겨냈다. 하지만 그때 조심했어야 했다. 바로 악마가 찾아 온 것이다. 승리의 모든 것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속삭였다.
정치인은 승리하면 모든 것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버릇이 있다. 말로는 누구 덕이라고 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나보다 고생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 봐!”이다. 비단 정치인만 그런 것이 아니지만 정치인이 특히 심하다. 윤 대통령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실력보다 운으로 된 사람들은 평소에 실력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좋은 시절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고 하는 것마다 잘 풀린다. 대통령이 취임한 뒤 며칠 되지 않아 광주에 내려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한미 정상회담을 할 때만 해도 날개를 달았다. 그 여세를 몰아 지방선거에서도 대승을 거뒀다. 국민도 윤 대통령에게 기대가 컸고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허니문은 끝났다...깊은 늪만 남았다
올해 말까지 주어질 것으로 생각했던 허니문은 두 달 만에 끝났다.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졌고 자신을 도와줘야 할 국민의힘은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 지지율을 반등시킬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만 5세 조기 입학 정책은 갈등만 키우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으로 미· 중 갈등은 더 깊어졌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의 맞대응으로 제 7차 핵실험마저 하면 내우외환으로 지지율은 바닥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정치 경력이 짧은 윤 대통령에게 위기가 너무 빨리 찾아왔다. 이를 감당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사람이 조급해지면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윤 대통령이 행여 오랜 검사 생활에서 몸에 밴 것처럼 수사하듯이 산적한 문제를 풀려고 달려들 수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검사 출신들이 많아 걱정이 앞선다. 윤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조언을 해 주고 싶다.
법치가 아닌 정치를 제대로 하라
첫째, 대통령이 되기 이전은 전부 잊으라. 지금은 대통령이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 장의 말을 빌리자면 마누라 빼고 다 버려야 한다. 과거의 인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된 다. 위기 극복만 생각하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리셋할 필요가 있다. 그것에 맞는 인사를 찾아야 한다. 한국에 인재는 많다. 윤 대통령이 조금만 노력하면 된다. 정신교육을 통해 현재 참모들이 바뀌기를 기대하지 마라. 윤 대통령은 사람을 잘 바꾸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이다. 지금은 달라야 한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운이 좋았다고 해서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그러리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지금부터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둘째, 현재 장관이 스타가 되기를 바라지 말고 스타를 찾아라. 세간의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윤 대통령 눈에는 한동훈 법무부장관 정도 뿐일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현재 장관들이 갑자기 스타가 될 수 없다.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임기가 그렇게 길지 않다. 우선 비어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스타를 찾아 임명해라. 이런저런 인연 말고 국민의 편에서 보건복지부 일을 가장 잘할 사람을 찾으면 된다. 임명해 놓고 스타가 되라고 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거듭 말하지만 한국에 인재는 많다.
셋째, 법치가 아니라 정치를 해라. 대통령은 누가 뭐래도 정치인이다. 윤 대통령은 존경 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을 것이다. 그러려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다양 하고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은 국민을 편안하게 살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욕을 버리고 대통령직(大統領職)만 생각하면 된다. 대통령은 잊어버리고 대통령이 할 일을 고민해라는 뜻이다. 그러면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돌아온다. 정치권 뿐 아니라 국민도 윤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집권 여당의 안정화와 국정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준비했을까. 지금은 운보다 실력이다. 국민이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 운 좋은 대통령보다 실력 좋은 대통령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 대통령의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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