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소환통보...3라운드 시작인가

[고수석의 정치가 왜 이래] 여 “범죄와의 전쟁” 야 “전면전 선포” 제1야당 대표 소환 신중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통령.

여의도에 때아닌 ‘전쟁’이란 단어 난무

요즘 여의도가 ‘전쟁터’가 됐다. ‘전쟁’이란 단어를 너무나 쉽게 사용한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4일 검찰의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출석 요구에 “제1야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면전 선포”라고 말했다. 또한 조 사무총장은 “포토라인에 서야 할 사람은 김건희 여사”, “허위사실 공표는 윤 대통령이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혐의는 3가지다.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대선 기간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과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련한 내용이다. 대장동은 ‘초과이익 환수’ 말바꾸기, 백현동은 “국토부가 협박”, 김 처장에 대해서는 “김문기 몰라”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의도가 ‘전쟁터’가 된 것은 이 대표의 김현지 보좌관이 ‘전쟁입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문자를 이 대표에게 보내면서다. 이것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불붙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맞다. 이것은 범죄와의 전쟁이고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라고 맞받아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전쟁이 맞다. 방탄과의 전쟁이며 불의와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조 사무총장이 ‘전면전’을 꺼내면서 ‘말(言) 전쟁’ 으로 격화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나. 한국 정치의 하향 평준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갈등을 풀어줘야 할 정치가 갈등의 진원지가 돼 버렸다. ‘협치’, ‘통합’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이제는 정치가 국민에게 골치거리로 전락했다.

윤 대통령의 향후 정국 운영에 먹구름

이 대표의 검찰 소환 통보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대표의 대선 3라운드가 시작됐다. 지난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격돌하고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간접적으로 명운을 걸고 붙었다.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까지 2전 2승이다. 3라운드의 성적표는 2024년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총선에서 나올 것이다.

이번에 이 대표가 소환 통보를 받은 것은 오는 9일에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것과 연관돼 있다. 공직선거법은 예전과 달리 법원이 엄격하게 판단한다. 공약집이나 연설에서 사소한 허위사실을 공표할 경우 “그 정도쯤이야”로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법원은 허위사실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고 판단하고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검찰이 이 대표를 소환한 혐의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이 대표는 고민이 많았다.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여서 경기도지사를 그만두면 국정감사를 굳이 받을 필요가 없었다. 당시 대장동 사건이 불거져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으로부터 융단 폭격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행여나 말실수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었다. 그런 우려에도 이 대표는 직접 설명하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 국정감사장에서 백현동 관련 언급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의 이 대표 소환 통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경제와 민생이 우선이고, 형사 사건에 대해서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는데 기사를 꼼꼼하게 읽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2일 kbc광주방송에서 “안 했다고 하니까 믿어야 할까요. 저는 좀 안 믿어져요”라고 의구심을 표현했다.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는 적대적 경쟁 관계일까 아니면 적대적 공생관계일까? 윤 대통령이 당선되는데에는 정치교체 바람 등의 요인이 있었지만, ‘이재명 후보가 싫어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는데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국민의힘 내홍이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변화를 있게 했다. 이처럼 두 사람에겐 자신의 능력‧노력보다 상대의 약점이 더 유리하게 작용할 때가 있었다. ‘어대명’으로 출발해 ‘어대명’으로 끝난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국민의힘 내홍 탓으로 국민으로부터 주목받지 못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가 검찰에 소환 통보된 것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1야당 대표가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는 경우는 흔하지 않아서다. 법 앞에 제1야당 대표라도 예외가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법대로 진행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이 ‘전면전’을 선포한 만큼 여의도가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YS 의원제명 사태 교훈 곱씹어야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대표적인 갈등은 1979년에 있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당사자다. 김 총재가 그해 9월 15일자 뉴욕타임즈에 ‘미국에 한국 정부에 대한 지지를 종식할 것을 요구했다’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이 발단이었다. 여당인 공화당은 즉각 이를 사대주의적 망언으로 규정, 9월 22일 김영삼총재의 의원직 제명동의안을 제출했다.

여당은 그해 10월 4일 야당이 점거 중인 국회 본회의장을 피해 146호실에서 제명동의안을 변칙처리했다. 그리고 김영삼은 의정 사상 제명 1호를 기록하게 됐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김영삼의 의원직 제명은 박정희 정권의 예측과 달리 일파만파를 불러일으켰다. 10월 16일부터 부산과 마산에서 유신 철폐를 요구하는 대학생과 시민들의 격렬한 소요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리고 김영삼과 이재명의 정치적 ‘무게’도 다르다. 하지만 제1야당 대표의 무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을 보면 이 대표는 검찰 소환 통보에 불응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어느 정도 예상할 것이다.

결국 정국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민생보다 정쟁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해결책이 없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정치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그립다. 그는 좋은 사회란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반면 정치에서 도덕을 분리하고 기술로서의 정치를 주장한 마키아벨리의 유령이 여의도에 떠돌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말한 ‘사자의 힘’과 ‘여우의 꾀’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보다 훨씬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도 마키아벨리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국민은 마키아벨리에 지쳐가고 있다. 정치의 하향 평준화가 지겹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여의도에 떠도는 날은 언제쯤 올 것인가.

글쓴이

고수석 북한학 박사

고수석 박사는 중앙일보 기자로 20여년 동안 통일이 한국의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통일․북한 분야를 취재했으며 고려대에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중앙일보에 ‘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중앙SUNDAY에 ‘평양탐구생활’을 기획연재했다. 저서로는『북한을 움직인 30인』, 『김정일과 IT혁명』등이 있다. 지금은 국민대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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