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들이 알아야 할 북한

[고수석의 통일수첩] 대화상대로 진지한 대우를 받고싶은 北 남북관계 Share에서 Partner로 발전해야 선관후민에서 반관반민으로 민간 영역 확대

유럽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의 리더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사진= 연합뉴스
유럽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의 리더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사진= 연합뉴스

[고수석 북한학 박사] 2022년 3월 9일이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선을 이미 시작했고 국민의 힘은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외교안보는 경선과 본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주제는 아니다. 후보들이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며 대부분 ‘균형외교’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대동소이하다.

개인적으로 2000년부터 북한을 접한 뒤 2019년 11월까지 중국에서 북한 고위 관료들을 만난 경험에서 김정은 시대의 달라진 북한을 얘기하고자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1년 12월 17일 사망한 이후 권력을 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과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많다. 이번 칼럼은 남북관계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알았으면 하는 내용을 다루었다.

첫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대우받기를 원한다. 유럽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김 위원장은 다른 나라들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들을 기회가 많았다. 김 위원장이 2018년 3월 평양을 방문한 남측 특사단에게 “대화 상대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데서도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여러가지 말 가운데 이 말에 필자의 귀가 번쩍 뜨인 것은 그동안 만난 북한 관료들의 얘기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말을 뒤집어보면 북한이 대화 상대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진지한 대우를 받으려면 먼저 그럴만한 행동을 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이 논쟁은 잠시 접어두자. 서로 “네가 먼저 하라”고 하면 소모적인 논쟁만 지속된다.

특수 관계에서 ‘정상 관계’로 전환 필요

대통령 후보들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면 김 위원장의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할 수 있으면 대화 상대로 진지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 먼저 30년 가까이 남북한을 특수 관계로 접근했는데 이런 우리의 시각을 수정하면 어떨까?

특수 관계는 그 동안 역할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이제는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그것을 원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Share가 아니라 Partner의 개념으로 발전해야 북한이 세상으로 더 나올 수 있다.

북한의 체제 선전용이 아닌 전문 서적, 소설 등 출판물은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둘째, 김 위원장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민족 감정보다 실용성을 중요시한다. 김일성‧김정일과 달리 성장 과정에서 일제를 경험할 기회가 없어 민족 감정을 갖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많은 의미를 담는 이벤트보다 실속 있는 협력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인도적인 지원보다 개발 협력이나 농업‧축산업‧수산업‧교육 등 UN 대북제재에서도 협력이 가능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핵무력을 완성(2017년)한 이후 인도적 지원에 대해 불편해 하고 있다. 자칭 핵 보유국이 인도적 지원을 받는 것은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로 한국 정부로부터 공개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제안에는 반응하지 않고 민간단체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선관후민(先官後民)의 남북교류협력을 주도한 정부는 북한의 ‘정부 패싱’에 불편해 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은 다양한 채널이 있으면 좋다. 정부간 교류협력이 중단되면 민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사례도 있다. 이제는 남북교류협력에 민간의 능력을 믿고 그들에게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5년 임기 내에 통일로 가는 이정표를 만들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통일은 먼 미래이므로 반관반민의 형태로 정부‧민간이 함께 협력하면서 후대를 위한 작은 디딤돌을 놓는다는 생각으로 대북정책을 진행해야 지속가능하다.

중앙부처에 통일관련 부서 신설

셋째, 통일부 외 다른 중앙부처에도 통일과 관련 부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외교안보부처를 제외하고는 법무부에만 통일법무과가 있다. 독일 통일과정을 보고 1992년 만들었다. 다른 부처는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태스크포스(TF)로 만들었다가 중단되면 해체한다. 자료는 남아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때마다 바뀐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중단돼 있지만 2018년 봄바람이 언제 다시 불어 올 지 모른다. 통일은 외교안보부처만 준비해서는 안된다. 법무부가 통일법무를 준비하듯이 기획재정부는 북한 경제협력, 교육부는 통일과정에서 남북한 교육통합, 행정안전부는 북한 공무원 활용방안, 환경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협력 등 남북교류협력 과정에서 준비할 것이 많다. 산하기관에 연구하는 기능을 둔 부처도 있지만 그것은 면피에 불과하다.

차기 대통령의 우선 과제는 단연 부동산 등 경제문제와 요동치는 남북관계다. 이 둘은 참모들의 머리를 빌리지 말고 대통령 자신이 더 전문가가 돼야 한다. 『전쟁론』의 저자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자신의 부하들에게서 항상 최선을 기대하는 사람은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지휘관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들이 이 말을 새기길 바란다.

글쓴이

고수석 북한학 박사

고수석 박사는 중앙일보 기자로 20여년 동안 통일이 한국의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통일․북한 분야를 취재했으며 고려대에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중앙일보에 ‘고수석의 대동강 생생 토크’, 중앙SUNDAY에 ‘평양탐구생활’을 기획연재했다. 저서로는『북한을 움직인 30인』, 『김정일과 IT혁명』등이 있다. 지금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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