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송종운의 따뜻한 경제이야기] 국민들 지갑 비었는데 은행은 ‘대출 조으기’ 대출중단, 은행들에겐 순이익 ‘호재’라니

[송종운 울산과학기술원 사이언스월든 연구원] 1913년 12월 23일 위드로 윌슨 미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법안에 서명할 당시, 은행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당시 미국 농민들이 보기에 은행 보기를 날강도 보듯 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에게 1년 중 돈이 가장 필요한 시기는 파종을 해야 하는 봄이다. 한 해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윳돈이 넉넉하지 못한 농민들이 신세를 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다름 아닌 은행이었다. 그러나 은행은 파종기인 봄에는 대출 이자를 높이고 농민들의 수중에 돈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수확기인 가을에는 예금 금리를 낮췄다.

은행 수익의 가늠자를 ‘순이자마진(NIM)’이라고 하는데 예금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를 통해 얻은 이익을 의미한다. 은행이 돈 버는 논리는 쉽다. 되도록 예금금리를 낮추고, 되도록 대출 금리를 높여 순이자마진이 높아지도록 하면 된다.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피땀은 농민들이 흘리는데 돈은 은행이 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한 푼이 아쉬운 농민의 입장에선 또 다시 은행 문턱을 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농민의 입장에서 은행은 ‘노상강도(robber baron)’이며 비열하기 짝이 없는 존재다.

농민들은 대부자본이 사업을 어떻게 활성화 시켜주고 경제를 살찌우는 지는 알바가 아니다. 오직 자신들이 고생고생해서 번 돈을 은행이 ‘갈취’해 가는 것만 같아 분노 한 것이다.

사실 은행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애당초 대출이 없었으면 농부는 몇 푼 되지 않은 돈으로 한 해 농사를 지어야 하니 규모를 키울 수 없고 또 새로운 작물을 심는 등 모험을 해보고 싶어도 방도가 없었으리라. 은행이 돈 떼일 위험을 감수하고 대출해주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은행이 사회에 기여하기는 할까

그러나 최근 일부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 사태를 보니 미국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나는 것은 어찌 할 도리가 없는 것 같다. 농협은행이 먼저 시작했다. 지난 달 24일 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등 신규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신용대출의 최대 한도를 기존 2억 원에서 ‘연소득 100% 이내, 최대 1억 원’으로 대폭 줄였다.

카카오뱅크도 연소득 이내로 신용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는 기사가 타전되었다. 카카오은행은 신용대출 증가율이 10%대로 매우 높은 신용대출 실적을 갖고 있는 은행이다. 사태는 심각해져 가고 있다. 증권사들도 은행권 움직임에 뒤질세라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본 국민들도 대응에 나섰다. 올해 초 이른바 ‘빚내서 투자하자’ 열풍이 불었던 당시 일일 신규 통장 개설 건수는 2000건이었다. 농협은행 등이 대출중단을 발표하자 이와 같은 사태가 다시 재현되고 있는 추세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8월 17~24일 사이 통장 개설 건수는 1만1895건이다. 8월 상반월 개설 건수 8408건에 비해 무려 절반에 가까운 41.5%가 증가한 셈이다.

갑자기 대출이 막히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어 나온 결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의 4차 유행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데 “은행들마저, 도와주기는커녕 이렇게 한단 말인가?”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이 갑자기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로 어려웠던 것일까? 아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기업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5조원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에 비해 올해에는 무려 1조 5000억이 추가로 순이익금으로 들어왔다. 6조5000억원이 5대 은행의 순이익인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이 같은 대출중단을 통해서 손해를 볼까 아니면 이익을 볼까? 현재 국민들의 지갑은 텅텅 비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출수요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대출 중단 등으로 대출 공급이 감소하게 되면 은행은 대출금리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런 이유 까닭으로 은행은 올해엔 더 많은 이익을 볼 것이다.

지난해 말 2.79%였던 가계대출 금리는 6월까지 2.92%로 0.13%p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0.89%에 그쳤다. 대출수요가 많고 공급은 제한을 받으니 대출 상품의 가격(대출이자)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은행은 대출중단 사태의 덕을 톡톡히 볼 것 같다.

은행의 순이익은 오를 테지만 국민들의 허리는 더 휠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상 다음과 같이 묻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이 우리사회에 기여하기는 하는 걸까?

글쓴이

송종운 박사

송종운 경제학 박사는 울산과학기술원 사이언스월든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를 겸하고있으며, (사)한국사회경제학회 이사도 맡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