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빚이 좋은 빚이며, 나쁜 빚일까

[송종운의 따뜻한 경제이야기] 국가 vs 민간 부채중 어느 쪽이 나쁜 빚일까 미래 위해 경제여력 넓히는 것도 국가부채가 할 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국가부채 증가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는 재난지원금 확대,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위해 국가부채 증가를 용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국가부채 증가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오른쪽)는 재난지원금 확대,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위해 국가부채 증가를 용인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송종운 울산과학기술원 사이언스월든 연구원] 최근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부채 증가를 어떻게 봐야 할까? 어떤 이가 말한 것처럼 ‘철저하게 증가를 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아니면 ‘경제사정에 따라 증가를 허용하고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해서 경기침체를 벗어나자’는 주장이 옳은 것일까? 현재 이 두 주장은 팽팽하게 맞선 채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전공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진실을 알릴 수 있을까? 그것도 쉽게. 필자는 아래 두 그래프가 이를 해소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부채 총합의 증가가 의미하는 것은?

국가, 기업, 가계 부채를 모두 합친 매크로레버지리를 나타내는 그래프. 단위는 조원. 자료출처=한국은행
국가, 기업, 가계 부채를 모두 합친 매크로레버지리를 나타내는 그래프. 단위는 조원. 자료출처=한국은행

바로 위 그래프는 경제의 세 주체인 가계, 기업 그리고 국가의 부채를 나타낸 것이다. 세 종류의 부채를 모두 합하면 ‘매크로레버리지’가 된다. 매크로레버리지는 한 나라의 경제 세 주체의 부채를 표현한 것이다. 이 그래프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만 있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특징을 찾을 수 없으나 굳이 말하면, ‘매크로레버리지도 상당한 수준으로 부채가 증가하고 있구나’ 정도다. 따라서 이 그래프는 우리나라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이외에 어떤 함의도 주지 못한다.

필자가 보기에 국가부채에 관련해서 이런 수치만 보여주는 것은 진실만의 일부만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의 정치적 효과는 ‘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바른 선택이구나’는 생각의 확산이다. 왜냐하면 ‘증가하는 것’만 보여주고 ‘증가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한다면, 당연히 ‘증가가 문제구나’라는 반응 이외의 것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그래프는 국가부채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사실을 온전히 전달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개별 주체의 빚 증가가 보여주는 것은?

개별 경제 주체들의 부재 증가를 나타나는 그래프. 단위는 %. 자료 출처=한국은행
개별 경제 주체들의 부재 증가를 나타나는 그래프. 단위는 %. 자료 출처=한국은행

이에 비해 두번째 그래프는 간단하지만 많은 함의가 있다. 두번째 그래프는 처음 그래프 중 국가부채와 민간부채(가계부채+기업부채)만을 빼내서 이를 전년대비 증감률로 나타낸 것이다. 이 그래프의 특징은 분명하다. 국가부채와 민간부채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국가부채가 증가하면 민간부채는 감소하고 반대로 민간부채가 증가하면 국가부채는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처음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없는 ‘가계, 기업, 국가의 부채 모두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의 운동법칙이 서로 다른 것’이 분명히 표현되어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두번째 그래프가 주는 함의는 부채 증가가 불가피해 민간부채 증가와 국가부채 증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 지 파악하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처음 그래프가 많은 정보를 제시하고 있지만 증가 이외에 우리나라 경제 주체들의 부채 운동의 법칙이 어떤지 전혀 알려주지 않으며 이를 통해 그 어떤 판단도 내릴 수 없다는 단점에 있는 반면에, 두번째 그래프는 경제 세 주체의 부채 동학이 서로 다르며, 더 나아가 하나가 줄면 다른 하나가 늘어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2019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오른쪽 그래프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2019년 이후 국가부채는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치권과 언론에서 국가부채 문제가 심각하며 ‘더 이상의 확장적 재정지출은 건전한 주장이 아니다’는 이른바 홍남기표 균형재정론과 정치권 일각의 퍼주기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보는 것처럼 민간부채도 함께 증가했는데 폭과 속도가 국가부채 증가에 비해서 낮다. 이는 국가부채의 증가가 민간부채의 증가를 대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채 증가의 선택, 누가 결정할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국가부채와 민간부채는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처럼, ‘국가부채 증가냐 민간부채 증가냐 그것이 문제다’로 귀결된다. 이런 맥락에서 ‘어떤 부채의 증가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경제학자들의 조언을 따라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 할 수 있다.

국가부채는 경제공학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부채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정치적 선택의 문제’라고 하는 주장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평생을 별을 사랑하며 보내다 50대에 비로소 철학자가 된 ‘어떤’ 사람은 국제평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위협요인들이 제거되어야 하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위력적인 위협요인으로 군비관련 정부지출을 위해 발행되는 국채를 꼽았다. 즉 군비마련 국채발행은 국제평화에 위협요인이며 반드시 금지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직접 들어 보자.

“국가 간의 대외적 분쟁과 관련하여 어떠한 국채도 발행되어서는 안 된다.” - 이마누엘 칸트,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이런 주장을 보더라도 국가부채의 문제는 경제공학적인 시각에서만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다. 예를 들면, 적정국가부채 수준이라고 알려진 40%도 사실상 우리사회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숙의된 토론의 결과로 마련된 것이 아니다. 2010년 IMF(국제통확기금)의 발다치와 쿠마르(E. Baldacci and M. S. Kumar)의 논문에서 “신흥국(emerging market)의 경우 GDP 대비 40%가 적정 국가부채 규모”라고 주장한 것이다. 아직까지 이 주장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이 100% 맞다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더 이상 신흥국이 아니다. 신흥국은 과거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이행한 나라나 개발도상국이었다가 2000년대 이후 경제적 측면에서 주목받았던 나라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더 나아가 지금은 2021년이다. 지나도 한참 지난 주장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정말 문제다.

미래 위해 국가부채 증가 막아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청년과 국가부채 문제를 이야기해보자. 알다시피 국가부채는 미래를 위한 것이다. 현재의 가용능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한 나라의 핵심적인 노력이 바로 국채의 발행이며 국가부채가 갖는 의미다. 따라서 국채발행을 통해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노력은 현재에 대한 대응임과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국가부채가 청년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주장은 사실의 일부만을 밝히며 강조한 ‘기망’이다.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제여력을 더 튼튼하고 넓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국가부채 논쟁이 이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칸트와 같은 혜안으로 국가부채 문제를 토론하고 숙의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도래하길 간절히 바란다.

글쓴이

송종운 박사

송종운 경제학 박사는 울산과학기술원 사이언스월든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를 겸하고 있으며, (사)한국사회경제학회 이사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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