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엉망인데, 8년 한은 총재는 웃으면서 떠났다

[송종운의 따뜻한 경제이야기] 언론들, 한은총재 역할 평가없이 찬사 일색 한국은행, 코로나 대응에 ‘법’ 탓하며 손놔 가계부채 폭증하고, 사회불평등 최악인데

4년씩 두번, 8년 재임을 마치고 한은을 떠나는 이주열 전한국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4년씩 두번, 8년 재임을 마치고 한은을 떠나는 이주열 전한국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지난 3월 말로 국민경제의 사령탑 중 한명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직에서 물러났다. 이 전 총재는 2014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근 8년을 한국은행 총재로 일했다.

머니투데이는 최근 한 기사에서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를 이름을 본 따 ‘주얼 리’라고 불린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적절한 퇴임 기사다. 일방적 띄우기에 그친 머니투데이의 기사는 경제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기사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전 총재가 한 일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

‘최악의 중앙은행장’ 오명도 있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수석전문기자 닉 티미라오스의 책 <트릴리언 달러 트리아지(2022년 3월 출간)>에 따르면, 2020년 2월 22일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은 사우디의 왕세자이자 부총리인 모함마드 빈 살만의 초청으로 사우디 리야드에 있었다. 당시 사우디 리야드에서는 G20 정상회의 겸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가 개최되고 있었는데 무함마드 왕세자가 G20 참석자들 중 몇몇을 그해 가장 아름다운 낙타를 뽑는 ‘킹 압둘라지즈’ 낙타 축제에 초청했고, 이들 경제 수장들은 1등 낙타의 우아한 모습을 아이폰에 담기 바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가 어떤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축제에는 제롬 파월과 미 재무부 장관 스티븐 므누친, 프랑스 중앙은행장 프랑스와 빌레로이 드 갈로 뿐 아니라 이주열 당시 한국은행 총재도 함께 했었다. 티미라오스에 따르면 당시 제롬에게 코로나19는 별 관심거리가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대한민국은 방역체계를 갖춰 대응하고 있는데, 사태가 심각하다”는 이 전 총재의 말을 듣고 “좋지 않은데요...(Not Good)”라고 한 게 전부다. 제롬의 안일한 인식과 문재인 정부의 기민한 방역조치가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그러나 제롬의 안일한 인식과 대응 방안이 갖춰진 나라의 중앙은행 수장간 이 같은 대조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역전된다. 역설적으로 제롬은 가장 큰 규모로, 또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세계 중앙은행의 수장들 중 한 명으로 평가받게 된 반면, 이 전 총재는 뒤늦게 그리고 거꾸로 대응했던 최악의 중앙은행장이 되었다.

미국- 한국 중앙은행, 코로나 대응 ‘천양지차’

국민이 코로나19로,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경제위기에서 허덕이고 있을 때, 이 전 총재의 통화신용정책은 실기(失期)하고 일반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만을 계속해서 쏟아냈을 뿐이다. 그 덕에 우리나라 경제는 다른 나라들이 회복하고 있을 때 질곡 속으로 빠져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대응의 중심축을 재무부와 연준으로 해 나라가 질곡으로 빠지는 것을 막았다. 재무부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대대적인 지출을 감행했다. 그리고 연준은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을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양적완화 및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사태는 보건위기이기 때문에 좀 다른 방식의 대응이 필요했다. 트럼프 정부의 보건의료 대응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대응이라기 보다는 불안과 불필요한 일을 키우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에 비해 재무부와 연준의 대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2008년 당시 미국은 나라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었을 때 전례 없는 정책으로 대응했지만, 전례 없다 보니 대응의 법적, 행정적 정당성이 있네 없네를 가지고 싸웠다. 이번 코로나19대응은 그때 이후 법과 행정 절차를 정비하여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엄청난 규모의 돈을 어떻게 곳곳에 쓰고 모니터링할 지를 순식간에 쏟아냈다. 위기를 겪고 난 후 정비를 한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이에 비해 이주열이 지휘하는 한국은행은 법이 어떻네, 통화정책 기준이 어쨌네 하면서 논란만 가중시키고 결국 고작 이거 하자고 그 난리를 쳤어?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면피성 정책만 들고 나왔을 뿐이었다.

그 중 하나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응초기에 벌어진 논쟁이다. 경제위기가 불 보듯 하던 당시 과연 민간위험채권(회사채)을 중앙은행이 매입해야 하느냐 마느냐로 허둥댔다. 이미 2008년 글로벌 위기 당시 연준이 썼던 정책으로 그동안 수많은 논쟁과 토론을 거쳐 어느 정도 합의를 봤던 정책이었다. ‘경제가 위중하면 해야 한다, 법률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문제없다’고 결론 난 것을 이주열은 마치 딴 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멍 때렸다. 오죽 했으면 한국은행 내부 사람이 칼럼을 써서 “하시라. 문제없다”는 취지의 일갈을 했을까?

가계부채는 폭증하는데 ‘수수방관’만

이 뿐만이 아니다. 이 전 총재의 우왕좌왕은 결국 가계부채 문제를 키우고 더 나아가 자산시장으로까지 문제를 확산시켰다.

현대의 중앙은행은 1953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맥체니 마틴이 강조했던 것처럼 경기순응적 대응보다 경기대응적 대응으로 특징 지워진다. 원리는 간단하다. 경기변동을 미리 살펴 경기활황이 예상되면 금리인상으로 거품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이와 반대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금리인하로 대응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렇게 해서 경기후퇴가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대응은 정책 수행의 타이밍을 정교하게 맞춰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2015년 이후 급등하는데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73→79%로 6%p올랐고,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12%p나 올랐다. 계속해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지 않았을 것인데, 한국은행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0.25%p만큼씩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이외에는 모두 금리 인하로 기조를 잡았고, 2021년에는 1%까지 내려앉혔다. 가계부채 상승의 추세가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인하기조로 가져갔기 때문에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가 폭등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것이 이주열이 지휘했던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 실기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의 실기는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서민들의 고통을 유발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 무주택자 비중은 45%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현재 약 890만 정도로 추산된다. 2015년 기준 총가구수는 1911만인데 이 중 무주택 가구수는 841만이다. 이러던 것이 2019년 총가구수 2034로 123만 가구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무주택가구는 줄지 않고 오히려 47만 5천 가구가 늘어나 888만 7천 가구가 되었다. 반면 3주택 이상 가구수는 15만 8천 가구가 늘었다. 이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가 부동산 거품을 키웠으나 이는 무주택가구의 증가만을 낳았으며 오히려 3주택 이상의 투기적 주택 소유를 키운 것이다.

실기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미리 기준금리를 충분히 올려 돈의 흐름이 부동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았어야 했는데 그리 하지 않았다 것을 이르는 말이다. 기준금리 설정의 실기가 결국 대한민국 사회의 부동산 거품, 무주택자 양산, 3주택 이상 투기적 소유를 늘린 원인중의 하나다.

자영업 서민가계 삶이 팍팍한데 금리 올려

한국은행의 실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기준금리는 작년 7월부터 총 3차례 인상하여 1.25%인데 이는 코로나19가 몰아치기 바로 직전 2020년 2월과 동일한 수준이다. 아직 우리 사회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고 있고 경제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기준금리를 되돌려 버린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은 1755조 8천억 원 규모다. 이중 80%인 1400조 정도가 변동금리부 대출인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금리가 오르게 되면 가계의 부담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시중금리가 1%p 오르면 가계의 연간 부담은 14조원 늘어나게 된다).

올 1월 말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원리금은 291조원(116만5천 건), 대출 잔액은 133조4천억 원(70만4천 건)이다. 정부로부터 받은 몇 푼 안 되는 재난지원금을 고스란히 대출이자로 납입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은행 앞으로 몰려가 이주열 총재에게 책임지라고 데모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미국의 경우 폴 볼커 전 연준의장이 1979년 ‘쿠데타’라고 불리는 기록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미국 시민들은 연일 볼커를 욕했고 중고 자동차 판매상들은 관을 짜서 그 안에 중고 자동차 키를 넣어 볼커에게 보내며 책임지라고 소리소리 질렀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거품을 막고,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켜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주열 전 총재가 지휘하던 한국은행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제 시각을 바꿔 국민경제 전체의 측면에서 이주열호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놨는지 살펴보자.

국가부채와 민간부채 증가추세 그래프
국가부채와 민간부채 증가추세 그래프

위 그래프가 말해주듯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부채는 민간부채(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합)보다 낮은 수준인데, 이는 국민경제의 부담을 민간 부분에게 지우며 지나왔다는 의미다. 국가가 부채를 지지 않으니 민간이 지게 된 것이다. 2019년 이후 국가부채가 급등하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민간부채의 증가율이 국가부채 증가율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부채의 증가가 민간부채의 증가를 막아줬다고 해석할만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부채도 상당히 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처럼 민간보다 더 많은 빚을 부담했다면 우리나라 민간부채의 규모는 더 낮아졌을 것이다. 한국은행이 하지 않은 일은 바로 이것이다.

이주열의 한국은행이 한국 사회에 대해 책임을 방기하고 우왕좌왕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엉뚱한 한국은행법 논란으로 물타기했다. 문제가 된 것은 한국은행법 64조, 76조, 77조, 그리고 80조다. 대립각은 한은법 80조가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을 허용했으므로 회사채인수, 융통어음 할인, 지급보증도 가능하다는 입장과 영리기업에 대한 지원은 회사채 직매입이 아닌 대출에 한정된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섰다.

이 논쟁은 결국 민간에게 돈을 풀지 못하겠다는 의미였다. 법률에 나와 있기 때문에 못하겠다는 것인데, 국민경제를 도우려 하는데 법이 저해요인으로 작동했다면 국회의 도움을 받아 법을 바꾸면 그만이다. 국민들은 전쟁 같은 코로나19 지옥을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는데, 법조항 때문에 국민을 돕지 못하겠다는 변명거리만 만든 것이다.

한국 사회 불평등 방치 책임도 커

마지막으로 이주열호에 올라타왔던 지난 시기 동안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확인해 보자.

우리나라의 자산소득분배율(2011년~2020년)
우리나라의 자산소득분배율(2011년~2020년)

위 그림은 한국은행이 매해 발표하는 국민대차대조표를 통해 살펴본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의 자산소득분배율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산소득분배율은 국민대차대조표상의 비금융자산(생산자산+비생산자산)과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을 합한 값인 ‘국민순자산’을 명목 GDP로 나눠준 값이다. 이를 통해 얻은 값을 자산소득분배율이라 부르고 ‘자산을 가진 사람’과 ‘일해서 소득을 버는 사람’이 각각 나눠가져가는 비율로 해석한다. 이론적으로 이 비율은 1에서 10까지인데 만일 자산소득분배율 7이라면 ‘자산을 가진 사람’이 7을 가져간 것이고 나머지 3을 ‘일해서 소득을 버는 사람’이 가져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진국들은 4에서 6정도인데 유럽에서 소득 불평등 문제가 사회문제로 이슈가 되는 것은 이게 5에서 6까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6 초반이다.

서구사회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엄청난 자산 불평등을 보이고 있는데 그나마 2017년 이전에는 7 중반에서 후반까지로 7선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2018년부터는 가파르게 올라 결국 2020년에는 9.2에 육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자산소득의 9할이 자산 소유자의 소득으로 귀속된 반면, 나머지 1할만이 노동소득자들의 몫이 된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대단히 심각하고 불평등한 사회라는 이야기다. 일해서 아무리 돈을 벌어봤자 건물주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달성해 바람직한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을 자신의 책무로 삼고 있다. 중앙은행의 정책목표는 여러 나라마다 다른데 미국의 경우에는 물가안정과 고용의 극대화를 책무로 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미국은 자산가격 안정과 고용의 균형을 찾는 것을 중앙은행 정책의 주요한 책무로 생각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만을 추구하고 있어 고용이나 삶의 질 보다는 자산가격 안정화에 상당 부분 치우쳐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라마다 다른 처지와 전통으로 세워진 중앙은행의 정책이어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위 그림처럼 자본소득분배율이 거의 10에 가깝게 되는 경우라면 지금 한국은행의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는 임기 후반 4년 동안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소득 불평등 국가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이주열 총재가 방기한 일들을 꺼내 바로잡는 뒤치닥거리 신세일 뿐이다.

글쓴이

송종운 박사

송종운 경제학 박사는 (사)한국사회경제학회 이사, 공정금융포럼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울산과학기술원 사이언스월든 연구원,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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